월간복지동향 2010 2010-01-01   1466

[동향1] 미래기획위원회의 저출산 대책, 출산위기 해결할까?


 

 

미래기획위원회의 저출산 대책, 출산위기 해결할까?

 

 

 

 

 

김영미
동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2009년 11월 25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제 1차 저출산 대응 전략회의』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전략을 제시하였다. “저출산 문제를 초국가적으로 검토해 과감하게 결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조와 함께 제시된 대응책은 크게 ① 자녀 양육부담 경감, ② 일과 가정의 양립기반 확대, ③ 한국인 늘리기 3대 정책분야로 나뉘어 제시되었다.

 

 

 


<그림 1> 정책 추진방향 (생략)


 


■ 자료 : 미래기획위원회 보도자료(2009. 11. 25)

 

 

 

 

미래기획위원회가 제안하고 있는 정책방향은, 저출산의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양육비 및 사교육비 부담, 일가족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제반 조건들(긴 노동시간, 임신·출산에 대한 불이익, 여성의 과도한 가사 및 양육부담 등), 다양한 가족형태(미혼모, 한부모,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차별 및 지원 미비 등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방향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2002년 가임여성 평균 출산 자녀수가 1.17명으로 OECD 국가들 중 최저수준이라는 통계청 발표로 위기의식이 고조된 이후로,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실시해 왔다. 2004년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가 『보육 및 육아교육 지원의 공공성 확대대책』(2004. 6. 11)을 발표했고, 공보육 강화를 위한 제 1차 중장기보육계획인 『새싹플랜(2006-10)』은 국공립시설 30% 확충, 영아기본보조금 도입, 차등보육료 확대, 만 5세 무상보육 확대, 아동수당 도입 계획 내용을 포함하였다. 그 결과, 1994년 523억 원에 불과했던 보육예산은 2002년 2,101억으로 증가하였고, 2008년에는 1조 4천억으로 증가했다. 보육시설은 꾸준히 증가하여 2008년 6월 현재, 32,149개의 보육시설에서 1,091,287명의 아동이 등록해 있다.

 

하지만 보육시설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현재 5세 이하 아동 중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은 단지 29.8%에 불과하다. 양적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비스의 질적인 부분과 관련된다. 즉,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5~6%에 불과한 현실이 잘 설명해준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국공립시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단순히 비용문제뿐만 아니라 시설운영, 서비스의 질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국공립보육시설의 대기아동이 5만여 명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보육예산(안)에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시설 환경개선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2009년 211억 원에서 55.4% 감소한 94억 원에 불과했다.

 

 

야심차게 제안한 초등학교 조기취학

이런 상황에서, 미래기획위원회가 기존 정책들과의 차별성을 주장하며 야심차게 제안한 것은 ‘초등학교 조기취학’ 카드이다. 즉,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1년 단축함으로써 부모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에 쓰는 보육비나 유아교육비 부담을 덜고, 정부는 이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0-4세의 보육 및 유아교육 강화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정부는 만 5세아 14만 명에 대한 보육료 지원 및 유치원 지원금으로 각각 1356억과 2720억 원을 썼다. 만 5세 아동을 초등학생으로 만듦으로써 절감한 예산 4천억 원을 0-4세 아동에게 쓰겠다는 것이다.

 

만 5세 아동을 초등학생으로 만들면, 부모의 양육 및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까? 이것이 추가 출산, 출산율 제고로 이어질까? 현행법상 조기 취학의 길은 이미 열려 있지만 실제 조기 취학률은 높지 않다. 만 5세 아동의 조기취학이 아동의 적응, 정서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공보육 및 공교육 강화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조기 취학’만으로는 결코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미래기획위원회의 이 제안은 마치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뿌레땅뿌르국’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전체 인구가 4명인 국가에서 25%에 달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바로 40세까지를 청소년으로 지정하는 것이었다. 청년 실업대책으로 40세 이하 미성년자 법안이 탄생하는 순간, 방청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고 집에서 TV 시청을 하던 나 역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 1명 키우는데 너무 많은 보육비가 들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치원을 다니는 만5세 아동을 초등학생으로 만든다는 발상이 이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 5세 아동에게 보육비용 4천억 원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새로이 학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사 인건비, 학교 운영비 등의 추가비용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유치원에서는 종일 있을 수 있었던 아이가 낮 12-1시가 되면 수업이 끝나 돌아올 때 이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는 일하는 부모(특히, 어머니)의 일가족 양립을 어렵게 만들고, 방과 후 아이들로 하여금 각종 학원을 전전하게 만들 것이고, 결국 부모의 사교육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많은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3세 이상 아동들에 대한 보육 및 교육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스웨덴은 12개월~6세 아동에게 보육, 3~7세 아동에게 무상 유아교육(free pre-school), 1~12세 아동에게 방과후 서비스를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그 결과, 6~8세 아동의 70%, 6~12세 아동의 40%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생후 6개월부터 7세까지의 아동에게 유아교육과 방과 후 교육을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보육에 지출하고 있다(그림 2). 한국은 아동보육에 GDP 대비 0.1%, 유아교육에 0.07%, 총 0.17%를 지출함으로써 그림에 제시된 17개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다른 제안들

미래기획위원회의 또 다른 제안은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을 장려하고, 임신·출산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에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2008년 기존의 남녀고용평등법을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로 명칭을 바꾸면서 육아휴직정책을 크게 개혁하였다. 먼저, 육아휴직 신청대상을 ‘만1세’에서 ‘만3세’ 미만의 영아를 둔 부모로 확대함으로써 부모 각각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1회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육아 기간 동안 노동시간 단축(파트타임 노동)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하지만 현재 육아휴직 신청자들 중 남성의 비율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2007년 육아휴직 신청자 21,185명 중 남성은 310명으로 1.46%에 불과하다. 월 50만원이라는 낮은 급여수준은 차치하고,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만큼 안정적이고 보장된 직장을 다니는 남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을 어떻게 장려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방향만 제시하는 것은 과연 문제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또한 임신·출산 여성을 우대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대책은 과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권리가 맞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현행 모성보호 관련법들(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은 90일 동안의 출산휴가, 1년간의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계약해지 제한을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휴가 보장방안이 빠져 있어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하여 해고 및 인사 상 불이익의 위협을 받고 있다. 2007년 현재 출산휴가 신청자 중, 육아휴직을 신청한 사람은 41.1%에 불과하다. 2008년 새로이 제정된 법률에서 육아휴직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분할사용, 파트타임 휴가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용주에게 요구하여 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정부의 엄중한 관리, 감독을 통해 당연한 법적 권리들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지,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장시간 노동시간, 무한경쟁 체제 안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일가족의 양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 평균인 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OECD 평균인 1.64명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저출산 상황에는 고용불안정성 증대, 출산 및 양육부담 증가, 일가족 양립의 어려움, 가치관의 변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놓여 있다. 이 문제들은 몇 가지의 단편적인 정책처방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 안에만 맡겨져 있는 돌봄 책임의 사회화, 여성이 과도하게 가사와 양육의 부담을 지고 있는 불평등한 성별분업 구조 개혁, 가족친화적이지 않고 성차별적인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살 낮추고 말로만 일가족 양립을 외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1월호(제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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