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만희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매년 이맘때 언론매체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 그것입니다. 글자 그대로 일도많고, 어려움도 많았다는 의미이다. 2009년 그 어느해 보다 많은 일과 어려움이 중첩된 한해가 아닐까요? 그런대 가만히 들여다 보면, 올 한해의 그 많은 일 가운데 유독 눈길이 가는 ‘일’ 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야 말로 2009년의 어려움을 가장 간명하게 설명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우리 국민들은 4대강 사업만큼 논란이 큰 사업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여론조사의 결과만을 거의 국론분열 수준이지요. 어찌된 모양인지 찬반의 결과가 조사주체에 따라 거의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놀라운 것은 워낙에 추진력이 강력한 대통령의 숙원사업(?)인지는 몰라도 사업 수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가 지켜지고 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위반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복지학자로서 4대강 사업을 내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합니다. 그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거의 본능적으로 의문이 드는 것은 도대체 4대강 사업은 누굴 위한 사업인가? 입니다. 그래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환경, 경제, 문화를 살리는 녹색에너지 사업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인류의 4대문명의 발원지를 거론하고 있었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4대강 사업을 통하여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겠지요. 무려 22조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될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 가름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예산입니다. 정말 기대됩니다. 나의 삶의 질,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의 질의 얼마나 향상될까? 정말이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단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런대, 아무래도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여의치 않겠지요. 더구나 감세정책을 내세운 정권으로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기도 하니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듯이 보입니다. 결국, 정부에서 찾은 해결방안이 그 날이 올 때까지 뼈를 깎는 삶의 고통을 참아달라는 것이네요. 미래를 위해서 오늘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이지요. 그런대 어찌된 영문인지 허리띠를 졸라맬 수 없는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큰 보호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최근 2010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2010예산안공동대응모임’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예산’을 추경대비 3.5%, 1조 4천억원이나 삭감해버렸습니다. 저소득층에게 주던 대학 장학금과 소득7분위까지 이자지원을 폐지해버렸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결식 아동 25만명의 급식지원예산, 541억원 전액을 삭감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의료급여 지원 예산, 무주택자 월세 지원 예산, 지역공공의료기관 지원 예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 긴급복지 지원 예산,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 실업 및 일자리 관련 예산 등등을 대폭 줄였거나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을 통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의 정도는 가늠하기 어려운 반면에 오늘 국민들의 어렵고 험난한 일상은 너무 크게 체감되는 상황입니다. 2010년 예산안을 보면서,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위대한 정치인들의 국정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의 상으로 합의한 우리사회의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4대강 사업과 바꿀 수 없는 것이지요.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2월호(제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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