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3-10   1302

[심층분석1] 저출산과 정책과제에 대한 검토

윤홍식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한국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저출산 현상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저출산 대응정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리고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한국 정부의 저출산 대응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보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이루어진 보육예산의 확대와 아직까지 매우 제한적이지만 아동과 관련된 휴가제도의 대상이 소폭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이러한 확대가 계속 이루어질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저출산 정책은 사실상 경제정책에 밀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대응 방향을 국민의 의식개선과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에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루어진 관이 주도한 다양한 민간의 참여를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지적은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 없이 저출산 현상이 완화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 정부의 접근 방식이 성과를 거둘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처럼 여성의 전통적 역할에 대한 강제가 강하게 이루어지는 동시에 국가와 가족의 경제적 목적으로 인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장려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제도적 지원 없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사회에서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노동시장 진입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취하되, 노동시장 진입에 방해가 되는 출산을 단념하거나 미루는 선택 밖에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에 본 논의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몇 가지 핵심 과제를 집고자 한다. 제시되는 과제는 단순히 나아가야할 방향이기 보다는 현재 한국 정부가 반기하고 있는 책임이 무엇인지를 집어내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보육의 공공성을 강화

 

아동보육과 관련해 한국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과 같이 아동돌봄의 사회화의 책임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아동돌봄의 사회화를 진척시키되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이 시장을 통해 해당 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셋째는 오스트리아, 독일과 같이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에 대해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는 이태리, 스페인 등 남부유럽 국가들과 같이 아동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일임하고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 방식이다.

 

어떤 접근이 한국 사회에 가장 적합한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정책은 해당 사회의 사회적 동의와 합의에 근거했을 때 가장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지점은 첫째, 출산은 단순히 일회적 출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산은 이후 장기간 동안의 양육책임을 담보했을 때 이루어지는 지나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단순히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을 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아동돌봄의 사회화는 출산이후의 양육과정이 특정성에게 일임되고 이로 인해 해당 주체가 독립적 시민으로서 생활하는데 제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험적 증거들은 어쩌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돌봄의 사회화 영역에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아동양육에 대한 가족의 책임을 강조하던 대륙유럽 국가들 초자   보편적 돌봄 권리를 선언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모습은 한국사회에 분명한 함의를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아동보육은 대부분이 민간시설이라는 점이다. 이미 아동보육과 관련해 광범위한 이해집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광범위하게 구축된 이해 집단의 이해에 반하는 공적보육시설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차선의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은 현재의 민간시설이 공적보육과 같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서울형 어린이집이 가지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면서 기존 민간시설이 공적시설의 수준에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자치단체가 직접 공적보육시설을 확대하는 노력 또한 동시에 수행될 필요가 있다. 

 

방과후 보육의 확대

 

실제로 아동양육과 관련해 일과 돌봄이 첨예한 갈등의 시기로 등장하는 기간은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은 주로 비취학 아동에게 맞추어져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여성들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 한다면 취학아동에 대한 양육지원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규교과 시간 이외의 다양한 활동들과 학업 활동들이 학교에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현재 학교교육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부에서 지역아동센터를 학교 내로 포괄하려는 노력은 긍정적 시도라고 평가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현재 비영리민간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과후 활동의 긍정적 성과를 학교체계 내에서 수렴하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출산전후에서 결혼전후로 정책개입 기간의 확대

 

결혼과 출산전후 경력단절에 노동시장에서의 경력단절의 문제는 자녀출산 전후가 아닌 결혼전후에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저출산과 관련된 대응들이 출산전후에서 결혼전후로 확대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출산전후에 발생하는 일과 가족생활 양립 등 저출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책들의 개입은 이미 결혼과정에서 일과 가족생활의 어려움에 직면한 다수의 시민을 정책대상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아동출산과 양육과제와 다르게 결혼은 매우 사적인 문제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개입이 용이하지 않다는 난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한 역할 강화

 

최근 산업화된 서구국가들을 보면 강화된 분권화로 인해 저출산 대응정책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지방정부에 책임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실질적으로 저출산과 관련된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서구 복지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지방정부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강화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에서는 지방정부는 항상 자신의 책임을 가족과 시장에게 넘기는 것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되, 지원이 지방정부의 자발적 노력과 결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관리감독과 규제가 반드시 수반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서 요구되는 바는 저출산 대응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구체적 역할(예를 들어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들의 보편적 보육권리를 보장하는)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재원의 상당부분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정책은 주로 저출산에 대한 대응에 맞추어 제한적으로 고민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정책이 도구적으로 사용될 때 비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저출산 대응정책은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문제로 제한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저출산 문제는 가족은 물론 노동시장을 포함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저출산 대응은 저출산 현상에 대한 대응이 아닌 한국사회가 변화하는 경제사회조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응양식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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