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3-10   2580

[심층분석3] 가족의 돌봄책임 지원: 일-생활균형과 돌봄의 남녀 공유

최은영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전통적인 복지국가는 남성 일인소득자 모형(male breadwinner model)에 기초하여, 전통적인 극빈층, 즉 노동할 수 없는 빈곤계층을 위한 공적부조와 남성전일제 상용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ㆍ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증가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제도(지체된 제도개혁), 근로빈민의 양산과 비정형근로(non-standard work)의 증가, 가족의 구조변화 및 기능의 약화, 인구구조의 변동 등 다양한 압력요인으로 인해 기존 복지의 틀이 취약해 지고 있다(최은영, 2007a).


이런 맥락에서 복지국가에게 새로이 부여된 과제 중 “양육과 요양을 포괄하는 돌봄노동(care-work)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매우 압축적으로 한국 가족정책의 핵심과제를 보여준다. 이는 빈곤, 노령, 실업, 불건강 등 기존의 전통적 사회적 위험(social risks)에 덧붙여 추가로 복지국가에 던져진 도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족에게 맡겨져 왔던 돌봄노동에의 개입은 사적 영역(private sphere)으로 간주되었던 가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높이고 있고 복지개입의 영역확대를 요구한다(최은영, 2006). 더구나 한국의 가족은 미약한 복지환경 속에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해야 하는 일종의 ‘기능적 과부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장경섭, 2009), 새로운 방향성 정립은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당장 마주친 당면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여건변화를 다케가와 쇼고(2004)는 탈상품화와 탈가부장제화 지표의 결합으로 설명하면서, 가족-일 양립지원, 가족원의 보호지원, 육아와 개호 등 무급노동의 서비스 대체 등을 그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였고, 윤홍식(2006)은 노동하는 주체인 부ㆍ모의 부모권(노동력을 탈상품화ㆍ가족화시킴으로써 접근)과 노동권(노동력을 상품화ㆍ탈가족화시킴으로써 접근) 보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문제로 조명하면서 가족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일-가족 양립정책으로 대표되는 돌봄노동 대응관련 정책은 서구에서 어떠한 동향을 보이고 있는가? 대부분의 복지국가들은 돌봄 책임을 사회화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로 보육정책과 다양한 간호ㆍ간병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가족의 돌봄책임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휴가ㆍ휴직 정책 및 노동시간 조정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부부합산 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자녀양육관련 비용을 세액공제해 주는 등의 조세지원 방식을 다양화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가족 양립지원 정책은 비록 논의가 진행된 기간은 짧지만, 몇 가지의 관점변화를 보여 왔다. 첫 단계에서 일-가족 양립정책의 대상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주로 양육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성을 위한 정책지원 위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 ‘모성보호’와 ‘여성친화적 정책’이 부각되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아버지의 참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는 보육서비스 보다 휴가ㆍ휴직 정책의 보편화와 활용률 제고를 위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아울러, 양육뿐만 아니라 간병ㆍ간호 역시 정책의 관심사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 단계는  노동권에 이어 부모권이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함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주지하다 시피 양성평등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돌봄의 주체로 모성을 넘어 부모가 논의대상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여성취업의 증가라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에 수반하는 남성의 변화가 없다면 미완의 혁명(incomplete revolution)일 수밖에 없고 복지국가는 안정적인 새로운 평형(stable new equilibrium)을 찾을 수 없다(Esping-Andersen, 2009)”는 통찰력의 함의와도 일맥 상통한다.


그러나 앞의 두 단계 모두, 노동 시장 자체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한계를 지닌다. 즉, 노동시장을 주어진 환경으로 보고, 노동시장의 유급노동과 기타 책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어떠한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논의였다. 반면, 노동시간과 관련된 정책은 노동권과 부모권에 이어 노동시간 선택과 유연한 사용이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가지며, 부모의 노동활동을 다른 활동과 병행하기 쉽도록 노동활동 자체를 변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동시간 정책은 단순한 일-가족 양립정책을 넘어 일-생활 균형정책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고, 새로운 논의의 단계로 분류해도 좋을 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 노동시간 정책은 가족관련 책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여가-훈련-사회참여의 제 영역과 유급노동의 균형을 맞추는데 유용한 정책도구이므로, 일-가족 양립(work-family reconciliation)보다는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 시각이 더 강조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세계적으로 긴 경우, 노동시간 관련 정책의 적극적인 활용이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함의는 더욱 크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된 돌봄관련 가족정책의 담론 변화에서 우리는 일-생활의 균형, 남녀의 돌봄 공유라는 두 가지 커다란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 글은 돌봄 책임을 가족스스로가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제도인 휴가ㆍ휴직 정책 및 노동시간 조정 정책의 의미 및 동향과 한국적 과제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돌봄책임의 사회화는 앞 글에서 이미 논의되었다.


우선 우리는 어떠한 돌봄문화를 원하는지 질문해 보아야 한다. 가족의 돌봄책임이 모두 사회화되어버린 사회는 이상적일 것인가? 가족이 수행하던 돌봄 노동이 대부분 상업화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몰인격적인 냉혹한 현대적 삶 역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냉혹한 현대모형(cold modern model)”의 문제이다(Hochschild, 2003). Hochschild는 돌봄을 둘러싼 문화를 4가지 이념형적인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전통적 모형(traditional model)”, “후기-현대적 모형(post-modern model)”, “냉혹한 현대모형(cold modern model)”, “따뜻한 현대모형(warm modern model)”이 그것이다. 전통적 모형은 가정에서 전업주부가 모든 것을 도맡아 하는 모형이며, 여성이 누군가를 보살피는 것은 자연스럽고 큰 노력이 필요 없다고(natural and effortless) 간주된다. 후기-현대적 모형은 취업주부가 다른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유급노동과 가족 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형으로, 협조하는 남편과 노동시간 조정이 모두 없을 결핍될 경우, 심각한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한편으로는 유급과 무급 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돌봄의 표준이 낮게 설정될 수 밖에 없다. 여성의 역할이 변화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도가 그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상태이므로, Hochschild는 이를 “지체된 젠더혁명(stalled gender revolution)” 현상으로 불렀다. 다음으로 냉혹한 현대모형은 일년내내 자녀는 보육시설에서, 노부모는 요양원에서 돌봄을 받고 가족의 돌봄 공유가 거의 없는 모형을 칭한다. 모든 성인은 노동시장에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하고 가정영역에서 보내는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돌봄과 가족의 시간이 중요성을 잃고 있는 사회가 이에 해당한다. 야간 보육과 주중 연속 보육 등도 생겨나고, 이러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피용인은 주말 내내 일하거나 생체리듬에 맞지 않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노동시장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추구하지 않고, 유급노동을 위해 가족영역을 축소ㆍ포기하는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따뜻한 현대모형은 아동과 노인을 위한 사회화된 서비스를 일부 이용하면서, 동시에 남-녀가 사적인 돌봄을 동등하게 공유하는 모형이다. 공공분야에서 돌봄기능을 일정하게 맡는다는 의미에서 이 모형은 “현대”라고 불리는데, 모든 돌봄을 가족 밖으로 돌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뜻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리고 가족에게 남아있는 돌봄 기능을 남-녀가 함께 수행하기 때문에 평등주의적이며, 돌봄을 삶의 핵심적인 부분이자 중요한 노동으로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후기-현대적 모형이나 냉혹한 현대모형과 대조된다.


각 모형은 돌봄에 대한 개념, 돌봄 제공자에 대한 생각, 어떤 돌봄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상이한 관념을 반영하고 있는데, 결국 Hochschild는 따뜻한 현대모형을 바람직한 모형으로 제시하면서 가족의 돌봄 기능이 살아있고 유대가 지켜지며 더 이상 여성에게만 강요되지 않는 그러한 모형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일찍이 Fraser가 돌봄을 둘러싸고 미래에 어떠한 가족상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도 제시된 바 있다. Fraser(2000)는 산업시대의 산물인 가족임금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후기 산업적 국면에서 어떠한 종류의 젠더질서를 지원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남녀 간의 평등이라고 할 때는 소득의 평등뿐만 아니라, 여가시간의 평등, 노동에 대한 인정의 평등이 동반되어야 하며, 어느 한 성이 집중되어 희생되거나 고립되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였다.


한국은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저활용과 돌봄책임의 여성편중이 모두 심하기 때문에 일-가족 양립을 위한 가족정책의 원칙을 세울 때 가족 내 남-녀 간의 공유에 대해 적극적이어야 하고, 돌봄 기능을 모두 사회화해 버려서도 안 된다. 가족이 돌봄 기능을 일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그 권리를 확보해 주는 휴직제도, 노동시간 조정 제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복지국가의 휴가ㆍ휴직 정책은 휴가기간, 급여수준, 급여수급률 등에서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아버지 휴가를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향상하며, 경력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급여기간을 축소조정하거나, 시간제나 분할제 등 유연한 선택을 강화하는 경향으로 수렴하고 있다(홍승아 외, 2008). 유럽 복지국가들은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 및 돌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줄이고,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노동시간 계정제도, 탄력적 노동시간제도, 선택적 노동시간제도, 재량적 노동시간제도 등도 도입하고 있다(최은영, 2007b).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은 남녀 노동자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휴가정책들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별로 명칭과 형태는 다소 다른데, 대체로 다음의 5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 국가들은 가족정책에서 현금과 더불어 시간지원이 중시되면서 휴가 사용률을 높이고, 급여의 소득대체 수준을 높이며, 적용되는 아동의 연령을 확대하고, 휴가를 시간제 근무와 연계하여 사용토록 하거나 분할사용을 허용하는 등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배우자와 아버지의 휴가휴직을 의도적으로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옵션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2007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과 더불어 3일간의 배우자 출산휴가가 무급으로 도입되었고, 육아휴직의 1회 분할사용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낮은 사용율과 소득대체 수준을 높여 실효성을 확보해야 하고, 고용보험의 피보험자가 아닌 비임금근로자를 위한 돌봄책임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한국은 OECD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장시간 노동이 관행화되어 있는 국가이며 시간제 고용이 덜 활성화된 나라이다. 2004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총 노동시간은 2,380시간으로 네덜란드(1,312시간), 독일(1,360시간)과 프랑스(1,360시간)의 181%, 175%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차별 없는 양질의 시간제 고용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시간제 근로는 차별만 없다면 일-가족 양립의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제 근로 활성화가 여성의 전일제근로를 가로막는 방책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며, 양질의 시간제 고용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고려되어야 한다(EU, 2003; ILO, 2007). 우선, 각종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명목만 시간제로 구분하고, 초과근무를 통해 전일제와 비슷한 시간을 근무하게 하고 급여를 차별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여성에게만 시간제를 장려하는 경우(일본) 보다는 남녀 모두의 시간제 근로를 장려하는 경우(네덜란드)가 더 바람직하다. 여성에게 영구적으로 부차적인 소득자로서의 역할만 강조되는 1.5 소득자 모델은 지양해야 한다. 셋째, 비자발적 시간제는 줄이고 자발적 시간제를 증가시켜야 한다. 동일하게 단시간 근로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자발적 시간제가 높은 나라와 비자발적 시간제가 높은 나라의 시간제 근로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은 매우 다르다. 넷째, 시간제 근로자에게는 시간 비례형 임금(과 사회보장 급여) 및 취업훈련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다시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단시간 근로(part-time working hours)가 반드시 시간제 일자리(part-time job)를 의미하지는 않게 된다. 인생의 어떤 단계에 유급노동을 줄이고 싶은 근로자는 시간제 근무를 신청하여 근무하다가, 다시 본인이 원할 때 전일제 근무로 전환하는 등 같은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노동시간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만드는 정책들 역시 중요한데, 노동시간 계정, 탄력적 노동시간, 선택적 노동시간, 재량적 노동시간 등이 대표적이다(최은영, 2007b). 노동시간 계정은 초과로 근무한 시간을 저축해 두었다가 본인의 필요에 의해 휴가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직업훈련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후기산업사회의 숙련유지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탄력적 노동시간은 특정 일(day) 또는 특정 주(week)에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할 수 있는 제도이다. 경영상의 필요로 행해지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전통보(notice in advance)를 받는지 여부와 언제 받는지가 관건이 된다. 이를 확장하여 월, 분기, 년 단위로 운영할 수 있다. 즉, 언제 쉬고 언제 짧게 일하고 언제 오래 일할지를 근로자가 선택하되 (만일 법정 노동시간이 44시간이라면) 주별 44시간, 월별 176시간, 분기 당 528시간, 1년에 2112시간의 근무를 채우도록 하는 제도이다. 선택적 노동시간은 핵심(core) 근무시간을 제외하고 출퇴근을 자유롭게 시행하는 방식이다. 매일의 시업 및 종업시간을 근로자 개개인이 혹은 팀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담당 업무사이에 상호 독립성이 있는 사무직이나 영업부문, 세일즈 부문, 연구개발부문 등에서 도입할 수 있는 형태이다. 한편, 1개월을 정산기간으로 정하고 선택적 노동시간을 실시하면서 총 노동시간을 규정했을 경우, 1일, 1주일 등 더 작은 단위기간별로 노동시간 상한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특정 기간에 장시간 근무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재량적 노동시간은 업무가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경우, 사용자의 지시를 벗어나 근무하는 방식으로, 보편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일본에서 발달해 있다(근로기준협회 2004). 일본은 신문이나 출판사, 카피라이터나 공인회계사, 정보처리 및 유가증권 관련 업무 등 특정 직종에 대해 ‘전문업무형’ 재량 노동시간제를 도입하였고, 국립대학의 법인화 조치 이후 교수연구 역시 이 분류에 속하게 되었다. 기업에서 사업입안, 조사 및 분석, 기획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는 ‘기획업무형’ 재량노동시간제의 적용을 받는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제도들이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겨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 한국사회에서 유연한 노동시간정책의 적용은 매우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변화하지 않는 한, 가족의 돌봄책임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은 반쪽의 성공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구축해 나갈 복지사회는 공공영역과 사적영역의 경계가 약해지고, 남성과 여성이 모두 생산과 재생산ㆍ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상호침투성이 허용되고 보장되는 사회여야 한다(최은영, 2005).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낼 중요한 정책도구는 돌봄의 공유(sharing)와 유연한 노동시간을 통한 일-생활 균형의 추구이다. 따라서 향후 복지정책의 초점은 소득재분배를 넘어, “남녀모두에게 일정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 여가, 가족돌봄, 재훈련 시간은 얼마이며 생애에 걸친 시간할당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서구와 달리 노인돌봄과 장애인돌봄의 사회화 정도가 매우 낮은 한국에서는 아동돌봄 외에도 가족의 돌봄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의 가족이 느끼는 시간부족(time squeeze)과 돌봄 스트레스는 복지국가 미발달의 결과이며, 이는 일-가족 양립의 장애요인일 뿐만 아니라 출산률 저하와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문제로 남아있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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