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3-10   3355

[심층분석4] 맞벌이가족의 일-가족양립 지원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새로운 “보편적” 가족형태로서의 맞벌이가족

 

2009년 현재 맞벌이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1/3을 차지한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사회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상승하여 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가는 미혼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바야흐로 우리사회도 맞벌이가족이 새로운 가족형태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다.

 

우선 여성의 일에 대한 가치와 태도변화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의 취업은 결혼 전까지 하는 것이 관행이자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로 되어 있었지만, 80년대 이후 여권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여성의 취업은 결혼이나 가족의 형성과 무관하게 생애의 과업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둘째,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다. 평생고용, 평생직장의 개념이 쇠퇴하고, 청년실업, 고용불안 등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은 개별가구 차원에서 가구의 소득원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전략을 취하게 한다. 셋째, 가족의 변화이다. 우리나라 가족 역시 가족구조 및 가치의식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식세대와 손자녀 세대와 함께 거주하는 3세대 이상 가족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2세대 핵가족이 전체 가구형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돌봄의 기능을 종래와 같이 가족이 전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으며, 동시에 여성들의 가족내 전통적인 돌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일과 자녀양육 병행의 어려움, 그리고 취업중단

 

한편,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 형태를 살펴보면, 임신ㆍ출산기에 해당하는 20대~30대 연령층의 경제활동이 현저히 감소하는 소위 “M자 곡선”을 이루고 있다. 여성부의 「2004년 전국 보육ㆍ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38.4%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으며, 이들은 취업중단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녀양육을 꼽고 있다. 결국 직장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은 여성취업의 불연속성이나 짧은 취업경력을 가져오게 되며, 이는 다시 업무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저하시킴으로써 여성을 노동시장내 주변적 위치에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경력단절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시에도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게 되어, 결국 재취업 여성들은 종전 직장보다 하향 지원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것이 남성과 달리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곤란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실이다.

 

일-가족 양립 지원은 저출산의 중요한 해법

 

더 깊이 캐어보면 일과 자녀양육, 가족생활의 양립곤란은 단순히 여성들의 취업중단, 경력단절로만 결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저출산 문제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렵게 만난 일자리, 그리고 그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많은 젊은 남녀들은 안정적인 기반이 잡힐 때까지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출산을 연기하거나, 출산 자녀수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초래되고 있다. 실제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이들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본 결과, 남성의 경우는 경제적인 불안정이 가장 주요한 이유인 반면, 여성들의 경우는 일-가족 양립의 어려움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나타나고 있다. 혹은 이상 자녀수와 현실의 자녀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기혼 남녀들은 본인들이 낳고 싶어하는 기대 자녀수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국결혼출산동향조사」). 이러한 통계결과들은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해법이 오히려 일-가족의 양립을 지원하는 방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들의 취업중단을 방지하고 이들의 일과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방안은 매우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관련정책 및 제도들을 상당히 발전시켜 왔다. 예를 들어서 출산한 여성들에게는 3개월간의 출산휴가(산전후휴가)가 제공되며, 출산휴가가 끝난 여성들에게는 1년간의 육아휴직이 제공된다. 또한 2007년부터는 남성들에게도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에 3일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제공하며, 육아휴직도 남성에게 여성과 동일하게 1년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같이 제도적으로는 선진국에 유사한 골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의 실제 사용이 매우 저조하다는 현실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거대한 규모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상당수 배제되어 있을 뿐더러, 고용보험 제도내에 있는 근로자들 역시 제도의 실제사용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토로하고 있는 어려움은 “회사(상사)의 눈치가 보여서”,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휴가나 휴직 사용후 인사 등의 불이익이 두려워서” 등의 문제가 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의 사용이 근로자의 권리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서 실제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아래 사례는 유통업에 근무하고 있는 두자녀를 둔 여성이 3개월간의 출산휴가를 사용하고 나온 뒤의 경험이다.

 

휴직을 하고 나면 그만큼 공백이 있고 쉬는 거기 때문에 승진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어요. 고과를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3개월 쉬고 나왔을 때 승격이 안되고…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네가 3개월 동안 쉬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고생한 거 아니냐, 네가 이해를 해야 한다…

 

그나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에도 이번에는 아이를 맡길 방안이 없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보육시설은 주로 3세아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사회에는 영아를 수용하는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며, 취업여성들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해결방식으로 비공식 보육모를 구하거나 친할머니나 외할머니 등을 동원한 친인척 양육의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아래의 사례는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아이를 키웠으나 이후 다시 양육방안을 구하지 못해 결국 아이를 친할머니가 양육하고 있는 경우이다.

 

1년동안 휴직하고 애를 키우고, 그 다음에 지방에서 어머니가 올라오셔서 봐주시다가, 다시 사람을 구했어요. 아줌마한테 한달에 한 백만원 정도 주고… 그러다가 아줌마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다시 어머님이 올라오시고… 결국 어머님이 아이를 데리고 시골로 내려가셨어요.

 

한편, 보육시설 역시 취업여성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세계적으로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우리사회의 장시간노동관행은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적정시간(부모의 근무시간대) 맡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회식, 야근 등의 빈번한 야간근무 역시 취업여성들에게는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하기 어려운 여건이 되고 있다. 그나마 보육서비스의 질은 지난 수년간 보육시설 인증제도, 보육교사 평가제도 등으로 어느 정도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휴가제도, 보육서비스 외 취업여성들의 일-가족 양립을 위해 필요한 제도는 노동시간정책이다. 예컨대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는 1일 2시간씩 노동시간을 단축해 준다든가(스웨덴),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한다든가(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다양한 유연근무형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남녀고용평등및일가정양립지원법」에서는 “육아기근로자 근로시간단축제도”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 제도 역시 실제 사용은 아직까지는 요원한 현실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출산과 양육의 과정에서 제도가 실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스웨덴의 한 인사담당자가 한 말은 그 사회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 그리고 국가가 그 부모역할과 책임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가늠하게 해 준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가 될 것이며, (이들 제도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이다” – 과연 이 말이 우리사회에서도 수용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국가는 어떻게 개별가족의 자녀양육을 지원할 것이며, 특히 일하는 부모들의 자녀양육은 얼마나, 어떻게 역점을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보육서비스를 일하는 부모의 일-가족양립지원과 아동들의 성장발달을 위한 지원 두가지 목표하에 발전시켜 나오고 있다. 개별 정부가 어떠한 방식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서 그 나라의 보육정책은 방향성이 달라지게 된다. 부모들의 양립을 지원하는 방식을 강조한다면 그 나라의 보육정책은 일하는 부모의 지원을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며, 아동의 성장발달을 지원하는 방식을 강조한다면 아동발달을 보다 강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은 이제까지는 저소득층을 주요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보육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취업부모의 자녀양육 지원의 성격으로는 미흡하였다. 따라서 향후에는 취업부모의 자녀양육 지원을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시간과 가족시간의 조화이다.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에 있어서 우리가 처한 중요한 장애는 장시간노동의 만연화, 적절한 가족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 가족내 평등한 역할분담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의 적절한 시간배분과 동시에 적절한 가족시간의 확보가 노동생활과 가족생활의 균형과 조화를 맞추는데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주40시간 노동을 지키는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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