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수 정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출산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work-family balance)이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부각되었다.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위한 지원은 돌봄 부담으로 노동권의 위기를 경험하는 여성들의 노동권과 돌봄권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생계 부양자로서만 인지되어 왔던 남성들에게 돌봄 공유와 확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아동들이 그들의 건강권과 돌봄 받을 권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방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돌봄 서비스와 정책은 임신·출산 및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들의 보육과 양육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편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은 미취학 아동을 둔 취업 부모만의 이슈가 아니다. 전 생애 과정에 걸친 돌봄 서비스와 정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취학아동에 대한 돌봄은 간과되거나 소극적으로 다루어져 왔다.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 그 이후의 시간동안 아동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돌봄이 필요한 시간이다. 하루 8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 시간에 대한 돌봄 서비스의 부재는 부모들 특히 양육의 책임이 사회적으로 더 부여된 여성들에게 노동권과 고용안정의 위기를 경험하게 하고, 아동들은 안전과 돌봄 위기에 노출되어진다. 일하는 부모들을 위한 돌봄 지원은 아동 돌봄의 전 생애과정의 측면과 하루 생활기준 모두의 측면에서 그 돌봄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게 할 때 일과 가족 양립 지원이라는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다. 생애과정의 측면에서 아동의 성장에 따라 물리적, 정서적, 교육적 돌봄 등이 그 비중을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 생활기준 측면에서 볼 때 평균 취업 부모의 경우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야 한다. 때문에 아동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뿐 아니라 학교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한 돌봄이 사회적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일과 가족생활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취학아동 돌봄 책임의 사회화
일부 취학 아동의 경우 방과 후 보육 및 교육 서비스를 받거나 사교육 기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상당수 아동의 경우 “나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전, 건강, 영양, 교육, 돌봄 측면에서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총 학생 수의 53%이다. 초등학생 46.4%, 중학생 45.4%, 고등학생 74%가 참여하고 있다(교육과학기술부, 2008). 현 방과 후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다양성과 질적인 면에서 미흡할 뿐만 아니라, 학교 그 이후 시간에 대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여서 개별 가족들이 해결하거나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동시간 및 형태에 따른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주말·야간 근로자를 위한 방과 후 서비스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방과 후 돌봄 서비스가 여전히 보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남성 생계 부양자, 여성의 가족 및 돌봄 책임자라고 하는 가정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구조는 여전히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게 되어 있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아동 돌봄에 대한 서비스는 잔여적 복지 접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취학아동 돌봄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위한 현실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취학아동의 돌봄 문제는 그동안 불균형하게 되어 온 돌봄 수행 및 수혜의 평등(equity)과 돌봄권과 노동권의 보편화를 위해 젠더와 계층의 차이가 고려되어져야 한다. 특히 취업 여성들의 경우 일과 돌봄의 충돌은 노동경험 단절로 이어지곤 한다. 때문에 여성에게는 노동권을 보장하고 돌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남성에게는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취학 아동의 연령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비롯한 양육비용이 높아지고 이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개별 가족들이 짊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방과 후 돌봄 서비스 부재와 고비용 사교육 중심은 저소득 계층에게 돌봄 접근성을 더욱 제한하고 이는 교육, 정서, 안전 등 돌봄 수혜에 있어 불평등을 낳는다. 시민권 차원에서 보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 정부는 방과 후 서비스 확대를 위해 방과 후 지도교사를 비롯한 돌봄 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과 그 노동에 대한 대가와 고용안정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은 서비스의 질과 연계되고 돌봄 서비스의 가치 절하는 돌봄 종사자의 젠더화로 이어져왔다. 보다 안정적인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을 위해 질 높은 방과 후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의 관심과 연령, 상황에 따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그 내용 또한 다양하게 제공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방과 후 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지방 자치 단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취학아동을 위한 돌봄 공동체
소자녀 중심인 핵가족 사회에서 비공식적인 관계를 통한 돌봄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데다 학교 이후 취학아동에 대한 방과 후 서비스가 부분적인 현실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해결하거나 상품화된 돌봄 서비스에 장기간 의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부모들(특히 여성들)은 과중한 돌봄 책임으로 힘들어 하거나 일을 포기하게 된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게 되고, 어떤 아이들은 부모들이 돌아오는 그 시간 동안 여러 개의 학원을 다녀야 한다. 지속적이고 다양한 질적 서비스가 담보된 방과 후 서비스의 보편화가 절실한 이유이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돌봄 서비스 지원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질 높은 방과 후 서비스의 보편화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통한 방과 후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도 동시에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린이 마을학교, 돌봄 공동체, 어린이 도서관, 마을 도서관과 같은 것을 중심으로 돌봄 지원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면 많은 아이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서울 마포구와 양천구 등 여러 지역사회에서 그 시도들을 찾아볼 수 있다(조한혜정 외, 2006). 지역사회에 대한 돌봄 지원이 체계화 되면 돌봄 서비스 인력 또한 지역사회 인력을 중심으로 활성화되어 질 수 있고, 지역 시민의 자원봉사와 주도적인 확장으로 작지만 지속적인 방과 후 돌봄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 그 이후의 시간에 아동들은 교육, 안전, 영양, 보육 등 다양한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다. 아동들이 다양한 지역사회 세대들과 교감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상호 돌봄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돌봄 공동체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되어질 수 있도록 지방 자치 단체와 정부의 재원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권과 돌봄권 지원이 특별한 개인이나 그룹의 이슈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슈로 생각하며 전반적인 제도와 삶의 개선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방과 후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와 보편적인 서비스 하에서 개인의 상황과 선택에 따라 돌봄 개입과 노동시장의 진입 및 후퇴가 자유로우며,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전체 생애 주기를 고려하여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들에 대한 장기적인 서비스와 대책뿐만 아니라 취학아동을 위한 돌봄 지원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은 부모들의 개인과 여가시간 또한 확보할 수 있는 일과 생활의 균형적인 삶을 의미하기도 하며 이는 아동과 일하는 부모들에게 삶의 행복감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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