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연구실
들어가며
길고긴 항해 끝에 장애인연금이 지난 3월31일 국회를 통과했다. 환호와 박수대신 480만 장애인은 일제히 비난과 분노를 쏟아냈다. 7년의 노력 끝에 이루어낸 장애계의 또 하나의 큰 성과이자 결실임에도 장애인연금은 장애인들에 환영받지 못하고, 외면 받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은 장애인연금도입이라는 공약으로 480만 장애인과 그 가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100대 국정과제로 장애인연금을 선정하면서 어느 때보다 장애인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니면 이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지 않아서일까 장애인연금을 바라보고 있는 장애인의 심장은 어느 때보다 찹찹하기만 하다.
그럼 왜 이런 장애인연금을 장애인들은 도입을 원했는가?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생활안정을 위해 장애수당과 각종 경제부담 경감 정책들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은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며, 또한 지원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단순히 시혜의 대상으로만 취급할 뿐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고 권리의 주체로서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장애인의 소득보전을 위해서는 무기여방식의 장애인연금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어졌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이 처해 있는 현실은 우리의 경제상황과는 너무나 극과 극이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경제활동인구는 41.1%불과하고,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비장애인 가구의 54%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한번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현실은 장애인의 34.4%만을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종 공적사적연금은 현재 근로를 하고 있고, 근로를 통해 소득을 창출해서 기여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현실을 보면 상당수의 장애인은 근로의 기회가 박탈되어 있고, 근로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 기능저하로 인해 소득창출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전체장애인의 62.1%인 2/3가 각종 공적사적 연금에 미 가입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보편적인 권리를 누리는데 장애인연금제도의 도입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간의 신의로 외면된 장애인 현실
장애계는 정부와 국회가 장애인연금의 예산을 심의하고, 법안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통로를 통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회와 정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획재정부의 압박에 국회와 복지부는 연일 무력한 모습과 태도만을 보였다.
새해 예산이 반 토막 나면서 시작된 장애인연금의 위기는 보건복지상임위에서 마련한 대안 입법까지 기획재정부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7월 장애인연금 시행을 불투명하게 했다. 결국엔 법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기재부의 입장대로 법안의 일부 내용이 법사위 심사과정에서 수정되면서 장애인연금은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고, 32만5천명의 장애인이 장애인연금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장애인연금은 현재 장애수당에 2만원을 더해 이름만 개명한 것에 불과하다.
장애인연금이 이명박 정부에게는 장애인복지발전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일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장애수당보다 못한 장애인연금의 시행으로 더 이상 소득보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 또 자립의 기초가 될 것으로 염원했던 장애인연금이 그 본연의 역할을 상실한 채 장애인에게 또 다른 족쇄가 되어 버렸다.
[표 1]장애인연금법 제정 과정
주요내용 | 정부안 (입법예고, ‘09. 7) | 정부안 (국회발의, ‘09.10) | 보건복지상위임 (대안법안 ‘09.12) | 제정된 법안 (‘10.3.31) |
법안명 | 중증장애인기초장애연금법 | 중증장애인연금법 | 기초장애연금법 | 장애인연금법 |
대상 | 41만명 1~2급, 3급 대통령령으로 | 32만5천명 1~2급, 3급대통령령 | 32만5천명 1~2급, 3급이하 | 32만5천명 1~2급, 3급 중복 |
연금액 | 기본급여: 9만원 부가급여: 기초15만원/차상위 12만원/신규 10만원 | 기초급여: 9만원 부가급여: 기초6만원/차상위 5만원/ 신규 0원 | 기초급여: 9만원 부가급여: 기초6만원/차상위 5만원/ 신규 0원 | 기초급여: 9만원 부가급여: 기초6만원/차상위 5만원/ 신규 0원 |
예산 | 3,239억원 | 1,519억원 | ||
장애수당 | 장애수당 폐지 | |||
이명박정부의 장애인연금은 권리나 보편성 보다는 시혜적 측면 강조
무엇보다 처음부터 장애인들을 실망시킨 것은 바로 보편성이다. 장애인의 노동환경이나 소득상황을 볼 때 장애정도는 연금의 대상을 선정하는데 기준이 되지 않음에도 정부는 제도의 검토단계에서부터 경증장애인을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정부는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으로 언제나 사각지대해소와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사회취약계층의 통합을 이끌 수 있을 것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상자 선정에 있어 경제적 수준과 소득이 아닌 장애정도를 대상을 결정하는 우선순위로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경증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이 축소되면서 경증장애인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연금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장애인들 간의 위화감만 조장한 것이다.
보건복지상임위는 장애인연금법안을 심의하면서 대안입법으로 법안을 마련하면서 연금의 대상을 추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3급 이하의 장애인’에 대한 조문을 마련했지만,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기재부의 입김에서 이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 이것은 만신창이가 된 장애인연금법의 마지막 희망까지도 기재부가 자신들의 의지대로 법안을 수정한 것으로 장애인연금법 제정과정에 있어 가장 큰 오점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연금의 대상 확대는 앞으로 더욱 희박할 것이다.
결국 7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연금은 소득보전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보전의 성격을 모두 갖춘 만능 소득보장제도(?)가 되었지만, 중증장애인의 월평균 추가비용인 20만8천원도 보전하지 못하는 어처구닌 없는 법이 되고 말았다. 우리보다 먼저 장애인연금을 도입하고 있는 주요 OECD국가들의 장애인연금 상황을 보면, 급여수준은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 혹은 국민연금의 장애연금 등을 고려한 급여를 연금의 급여수준으로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시작하려하는 장애인연금은 기존의 중증장애인에게 지급하던 장애수당을 폐지하고 명칭만 바꿔 지급하는 것이다. 또 기초노령연금보다 더 엄격한 재산과 소득기준을 적용한 소득인정액 기준의 마련(기초노령연금과 20만원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음)과 장애 재판정을 통해 신규대상이 되는 중증장애인을 줄이고, 연금지급액을 낮추려 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명박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표 2] 장애수당 년 도별 지급 추이
년도 | 91~94년 | 95년 | 96년 | 97~01년 | 02~03년 | 04~05년 | 06년 | 07년 |
지급액 | 2만원 | 3만원 | 4만원 | 4만5천원 | 5만원 | 6만원 | 7만원 | 13만원 |
과거 장애수당 인상과정에서 그랬듯이 언제나 정부는 예산의 한계를 이유로 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장애수당은 추가비용을 보전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에 장애인연금의 급여액과 대상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믿을 장애인은 아무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정부가 그동안 장애인에 보여준 태도 때문이고, 그 결과 지금 수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인연금을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제도 설계로 소득감소가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만 부정하고 있다
장애인연금의 시행은 한편으로는 중증장애인에게 더 이상 장애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수당은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수당 뿐 아니라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매월 1만원에서 5만원까지 지급하는 장애수당도 포함되어 있다. 지자체가 별도의 추가적인 장애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장애인복지법에 근거를 두고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맞게 중증의 일부 장애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연금의 7월 도입은 그동안 추가적으로 지급해오던 장애수당을 지급할 명분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일부지자체에서는 하반기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곳도 있고, 또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편성해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 계속해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표 3]지자체별 독자적인 장애수당 추가지급 현황
시․도명 | 지원대상 | 지원금액 | 시․도명 | 지원대상 | 지원금액 | |
서울 | 기초 중증 | 월 3만원 | 강원 | – | – | |
부산 | 기초중증 | 월 3만원 | 충북 | – | – | |
대구 | 기초 중증 | 월 3만원 | 충남 | 중증 | 월 1만2천원 | |
인천 | 기초중증 | 월 3만원 | 전북 | – | – | |
광주 | 기초중증 | 월 1만원 | 전남 | – | – | |
대전 | 기초 중증 | 월 1만원 | 경북 (포항,청송만) | 기초 1급 | 월 2만원 | |
울산 | 기초 중증 | 월 5만원 | 경남(양산만) | 기초중증 | 월 3만원 | |
경기(오산시 추가지급) | 기초 중증 | 월 4만원 (오산시 월 5만원) | 제주 | 기초 1급 | 월 2만원 |
지방분권화 이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악화되어 있다. 더욱이 민선5기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한 표가 아쉬운 현 자치단체장의 입장에서는 주던 것을 더 이상 근거가 없으니 주지 않겠다고 미리 말할 이유는 없다. 적당히 말끝을 흐리며,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결국 지방선거가 끝나야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지자체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보다 신중히 이 문제를 접근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종전보다 소득이 줄어드는 장애인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또 65세 이상의 장애인 경우도 소득감소가 예상된다. 장애인연금에 있어 노인에게 지급 되는 것은 부가급여(6만원) 뿐이다. 기초급여는 기초노령연금에서 지급하도록 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은 오히려 예전보다 전체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공적이전소득으로 인정되어 기초생활생계급여에서 급여액(9만원)만큼 차감되어 지급되기 때문에 장애수당을 받을 때보다 7만원의 소득손실이 생길 수 있고, 장애인연금을 받는 65세미만의 장애인과 비교할 때는 9만의 소득감소가 나타난다. 이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15만원의 부가급여를, 차상위계층은 5만원의 부가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소득보전 기능과 추가비용보전 기능이 통합된 연금제도의 설계로 인해 초래된 문제이다. 소득보장체계의 정합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연금은 기초급여를 중심으로, 추가비용 보전은 장애수당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원화된 소득보장체계로 설계하는 것이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었지만 정부는 돈쓰지 않고 멋진(?) 작명으로만 새로운 제대로 도입하려는 얄팍한 수를 썼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가 제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오며
지난해 한 외국 언론에 도심에서 구걸하는 한 장애인의 얘기가 소개된 적이 있다. 그는 ‘구걸을 중단하겠다고 매일 다짐을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어 오늘도 구걸을 한다’고 한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장애인이 직면해 있는 아픔과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
장애인에게 생명이 될 것으로 기다린 믿었던 장애인연금은 한순간의 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 없기에 또 다시 우리는 장애인연금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해 거리로 다시 나서고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5월호(제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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