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들어가며
이번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후보자와 지역민들의 반응일 것이다. 소위 김상곤 학습효과로 까지 부리워 지던 무상급식의 이슈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의, 최고의 이슈가 되었다. 선거 초반, 과거와 달리 복지와 교육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정책선거의 분위기를 고조했던 출발은 좋았지만 천안함으로 인해 다시 정책선거는 물 건너 가고 오로지 관권선거의 망령이 선거내내 흉흉하게 우리의 선거축제장을 망쳐 놓았다.
하지만 필자는 희망을 발견하였다. 지방선거전 이 시대의 희망은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마음이 선거결과를 통해 진정 희망은 우리 안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현정부의 노골적인 관권선거 속에서도, 경제적인 위기속에서도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적인 복지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식을 우리 국민들은 보여 주었다.
앞으로 4년간의 지방자치는 획기적인 변모를 가져 올 것이고 중앙정부 역시 역사적인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희망의 지방선거로 기억될 것이다.
충북 복지계 지방선거 대응 활동
충북지역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복지가 중심이 되고 복지가 생명으로 여겨지는 선거 풍토를 만들어 가기 위해 충북지역 22개 광역사회복지 기관, 시설, 단체를 연대하여 “2010충북사회복지연대”를 결성하여 지방선거 대응 활동을 진행하였다.
당초 활동계획은 지역단위 광역, 기초 복지의제를 개발하고 제안하는 활동과 후보자 초청 복지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을 주요 활동목표로 설정하였다. 그런 결과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에서 제안하는 복지의제 40여개를 3개월의 논의와 시민들의 공모를 통해 완성하여 후보자에게 제시하고 이행 약속을 받아 내었다. 반면 후보자 초청 복지정책 토론회는 결국 실패하였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후보 중 유력후보 2인중 1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말로는 복지공약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후보들이 구체적인 복지철학을 묻는 자리에서는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대선과 같이 유력한 지역사회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직과 재력만이 당선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 대한 철저한 철학과 비젼이 있어야 될 것이고,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인 복지에 대한 철학과 인식은 지역민의 생명과 같기에 그 실험을 하려 하였지만 결국 무산됨이 안타깝다.
그러면 복지공약의 실효성은 어떠한가. 실제 후보들의 복지공약을 분석해 보았으나 그 구체성을 통해 실현가능성을 가늠해 보기에는 데이터 자체가 너무 허술하였다. 실례로 모 도지사 후보는 “민간안전망”을 만들겠다 했는데 어떤 안전망을 누구를 위해 만들것이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런 공약이 소위 복지공약이라고 기자회견까지 했으니 얼마나 허술한 공약인가. 과거와 달리 정책선거의 관심으로 공약의 종류는 다양해 졌으나 알고 보면 그 내용이 없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방선거 대응 활동을 통한 복지 찾기
이번 지방선거는 필자 개인적인 평가로는 상당히 아쉬움을 많이 남기게 된다. 지방선거는 지역사회 권력 재편기이고 이를 토대로 지역내 다양한 역학구도를 만들어내는 학습과 훈련과 지향을 담는 시기일 것이다. 그래서 충북지역에서는 “2010충북사회복지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단순히 후보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이익집단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역사회가 복지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 주고 싶었다. 후보자들의 복지검증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이 복지를 학습할 수 있고, 현장의 민심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밥그릇의 한켠으로 복지가 아니라 존재 이유를 복지에서 찾기를 바랬다. 한편으로 민간 사회복지현장은 수동적인 저자세에서 적극적으로 권력에 다가가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보편적인 복지를 실현 할 수 있다는 저력을 모으고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 평가로는 사회복지계가 일치단결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함에서 그 연유를 찾고자 한다. 사회복지 현장의 종사자와 이용자를 가늠해 보아도 복지계의 표심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모이지 않는 표심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함이다. 용기 있게 22개 복지단체들은 연대조직에 참여하여 다양한 활동을 고민했지만 많은 사회복지기관들은 역시 관의 눈치를 보았다. 이런 모습은 서비스 중심의 복지실천에 국한되고 거시적 실천으로 위한 노력을 방기하고 있음이다. 그렇다 보니 선거판에서 수십명만 모여도 후보들이 몰려 자기 얼굴 알리기를 하는데 수백명이 모였음에도 썰렁한 모습은 누구를 탓할 것인가
지역에서 생산되어 지는 지역복지의 생명력
이번 선거에 슬로건으로 “충북에서 만들어지는 복지는 생명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복지정책 표제로 사용하였다. 그 의미는 충북이라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함이요, 그 지역민의 욕구에 기반한 복지정책은 곧 생명임을 각인시켜주고 싶었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복지분야 중 가장 중요한 이슈와 의제는 무엇인가. 참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장애인과 관련한 문제가 중요할 것이오, 노인의 입장에서는 노인의 문제가, 아동의 입자에서는 아동의 문제가, 한부모가정의 입장에서는 자녀 교육과 생계의 문제가, 다문화가족에게는 사회통합의 문제 등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런 질문을 좀더 눈높이를 높여 보게 되면 복지의 문제는 ‘생명’이기에 모두 중요하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지역의 욕구와 적용 가능한 고민들을 만들었던게 40여 가지의 복지의제이다. 그 정도는 보는 이와 지역적 상황에 따라 다른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그 생명은 소중하다.
건강권을 예로 들면, 농촌지역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응급체계가 있는가. 도시와 같이 촘촘하고 기민한 응급체계가 있는가. 2007년 심장마비환자 중 생존율이 3%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응급체계가 농촌에서는 더욱 열악할 것이다. 농촌지역을 근거지로 두고 있는 군단위의 공공의료 현실은 어떤가. 1개 보건소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기에 보건소를 병실이 없지만 응급체계를 갖춘 2차 병원급으로 규모와 인력을 확대하는 안도 지역민의 건강권을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문제는 지역색과 욕구를 얼마나 담고 있는가가 복지정책의 생명력을 지속할지, 단명하게 할지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가 ‘생명’있는 리더가 되는 방법
지방선거라는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선거는 그 시작일뿐이다. 이제는 열정으로 가득찬 당선자가 어떻게 지역사회복지를 기획하고 실천하는가를 모니터링하고, 민과 관이 협력하여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 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충북지역 도지사 당선자가 길거리에 당선사례 문구로 “이제 도민이 도지사입니다”라고 자신의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진정 그 마음이 4년 임기내내 이어지기를 바라며 당선인이 어떻게 복지를 생명처럼 챙길 수 있는지 몇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 낮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받아 주는 품성을 보여 주고 있다. 당선자는 선거 시기만에 허리를 굽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언제든지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전지사가 형식적으로 복지투어를 했던 과오를 비판하고 각 지역의 복지관계인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예로 충북지역의 경우 북부, 중부, 남부 3개권역으로 나눈다면 권역별 사회복지 관계인들과 최소 분기별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단 이런 자리가 선심성 자리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복지지도를 그리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복지에 대한 보편주적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핀단드의 전 보건사회부장관 일카 타이페이씨의 말을 언급하면, ‘핀란드가 최고의 선진국가,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음은 박사과정까지 무상교육이라는 보편적인 복지를 실천했기에 세계 최고의 인재육성의 나라가 되었고 그 인재들이 국가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라는 말과 같이 이제 복지는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해야 한다. 더불어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으로 인한 과거의 소모적 사회적 비용 지출의 문제는 보편적인 복지로 인해 예방을 통해 더욱 사회통합적 요소로 발전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셋째, 지방정부 단위 씽크탱크 기능을 강화하자. 지역색을 반영한 복지정책을 만들고자 하나 그 기능을 누가 수행 할 것인가. 관료에게 모든 부담을 떠 안기기에는 너무 버겁다. 서울시가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형 보육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등 자체적인 모델링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서울시의 씽크탱크로서 ‘시정개발연구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현재 청주시의 경우 일년에 64억원, 제천시 16억원, 보은군 5억여원, 진천군 19억원을 연구용역 비용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런 예산을 외부에 발주하는 것보다 자체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음은 프로젝트 연구와 기획연구, 정책연구 등을 통해 충분히 각 지방정부의 경쟁력을 갖춘 시스템을 만들어 놓을 수 있을 것임으로 자치단체내 씽크탱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예산운영의 효과성을 높이는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민관협력을 일상화 하자. 지도자의 능력은 두가지 타입이 있다. 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와 주위 유능한 자원을 잘 활용하는 용병술이 있는 지도자상이다. 필자는 지도자의 능력으로 자신의 뛰어난 능력보다 주위 자원을 잘 활용하는 지도자를 선호한다. 너무 거창한 표현인 듯 하지만 현재 지방정부에서는 관료에게 현장욕구 파악과 복지행정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과부하 수준이다. 따라서 각 영역별 민관협력을 통한 업무체계를 구축 해야 한다. 민관협력을 통하지 않는 행정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고서라도 관과 민의 역할은 강화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복지행정의 지역사회 완성도는 높아 질 것이다.
다섯째, 지역단위 복지관련 기초데이터를 구축하자. 아동 빈곤문제, 노인빈곤문제, 사교육비 문제 등 각종 정책을 만들고자 하나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어 예산과 정책운영의 엇박자가 있어 결국 복지예산은 증가하나 그 체감은 오지 않는 경향을 곳곳에서 보인다. 따라서 각종 기초데이터 구축 센터를 마련하여 정책의 기초를 튼튼히 하자.
여섯째, 사회복지서비스를 매개로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 현재 MB정부는 각 지방정부의 예산을 5% 삭감하여 삭감된 예산을 일자리 창출에 쓸 것을 지시한바 있다. 그러다 보니 아동급식비용을 삭감하여 일자리 사업을 하게 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라도 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 지는가. 지방정부가 구매자가 되는 양질의, 지속성이 담보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드는데 열정을 쏟아야 한다. 몇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숫자 놀음에 현혹되지 말자.
일곱째,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를 자치단체장 직속 기구로 만들어 범사회적 대응 활동을 모색하자. 바야흐로 한국사회의 가장 큰 사회이슈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의 문제로 국가 존망의 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사회정책을 비판하고 지방에서 자치단체장 직속기구로 편성하여 궁극적인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자치단체의 경쟁력으로 성장 할 수 있다.
앞서 제안한 내용들 중 다소 중복성이 있는 제언도 있다. 하지만 하나하나가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그 시급성에서 언급을 하였다. 당선자가 진정 지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 접근하고 먼 안목으로 지역복지지도를 민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선자의 피를 끓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에너지원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열정이었으면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6월호(제140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