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6-10   1306

[동향4]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법안 통과와 향후 과제

임명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지난 4월 28일 리베이트 쌍벌죄 입법안인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의료계의 공공연한 음성적 리베이트 관행 척결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꾸준한 입법요구와 2008년 김희철 의원의 첫 법안발의를 시작으로 최영희, 전혜숙, 손숙미, 이은재 의원 등의 꾸준한 법안발의를 통한 국회의 주도,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TF’를 통한 보건복지가족부의 법 도입의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법은 5월 27일 공포되어 6개월 후인 2010년 11월 28일부터 발효된다.

본래 리베이트(rebate)란 ‘구매자가 재화를 구입하거나 수송 등의 용역을 이용하면서 미리 표시가격을 완불한 구매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급상환금 또는 소급신용’을 뜻하는 단어로 고객들의 바람직한 구매행위를 자극한다는 정당한 동기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약업계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리베이트란 단어는 의료기관이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 처방이나 의료기기의 사용에 대해 업체로부터 받는 불법적 혹은 음성적 대가를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의료산업의 특성상 환자에게 의약품 선택권이 없고 의료인에 의해 의약품의 처방 판매가 결정되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리베이트의 혜택은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료기관은 그 행위에 대한 대가를 의료보험 수가로 보상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로부터 제공받는 다양한 리베이트를 통해 다중의 이윤을 얻어왔다. 또한 제약업계가 의료기관 등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비용은 고스란히 의약품 등의 가격과 연동되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갉아먹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켰다. 제약사가 신약개발 및 R&D에 투자해야할 재원을 리베이트 비용으로 소모함으로써 결국 의약품을 둘러싼 리베이트 관행은 고스란히 일반 대중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항시 문제시 되어왔다.



그러나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음성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에 대한 적발도 쉽지않을 뿐더러 규제도 제약협회의 자율적 공정거래규약에 전적으로 일임되어 있어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적발시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지만 이를 제공받은 의료기관 등은 처벌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약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덕분에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아 이에 대한 근절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통과된 리베이트 쌍벌죄 법안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만을 처벌함에 그치지 않고 리베이트를 받은 자 또한 행정처벌의 대상이 되는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을 따져봤을 때 법안의 실효성에 의심을 품게하는 사유가 일정부분 존재한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겠다. 우선 법안은 처벌대상이 되는 리베이트의 범위를 의약품(의료기기)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해당시 행정처분으로 1년 이내의 자격정지/허가취소 및 업무정지, 형사처벌 규정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부과를 규정하고 취득한 경제적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한다는 병과규정을 두었다.(표 참조) 이는 리베이트 관련 의원발의안과 비교하여 5년이하의 징역(최영희 의원안)이나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손숙미 의원안)을 부과한다는 벌칙규정이 완화되고 최고 50배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와 신고자 보호 및 포상규정이 삭제된 상태이다.





























쌍벌죄 법안 내용 개요 (국회본회의 통과안)


의무이행주체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종사자/약사 및 한약사/의료기기사/제약사 및 도매업체/의료기기 판매업자


처벌 리베이트 범위


의약품(의료기기) 채택, 처방유도 등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된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


처벌의 예외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후 조사 등의 행위로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행정처분


1년 이내 자격정지/ 허가취소 및 업무정지


형사처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병과규정


취득한 경제적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


과징금, 신고포상,


전담부서 설치


없음




 또한 본법 상에 단서조항으로 광범위한 예외규정(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후 조사 등의 행위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을 두었다. 이는 공정위가 심사한 공정경쟁규약, 복지부가 인정한 자율협약에 규정한 사항 등을 시행규칙상의 허용범주로 제시하겠다는 것으로 다시말해 기존 제약업계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준과 동일한 처벌규정을 적용받는 것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 등도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마련되었으나 그 처벌수위가 미미하여, 최영희 민주당 의원의 말처럼 “리베이트 쌍벌죄 도입은 끈질겼던 의약품 리베이트 수명에 종지부를 선언한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



제약산업에 뿌리깊은 리베이트 관행을 하루 아침에 근절하는 것은 물론 쉽지않은 일이다. 의약품 업계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윤리강령을 채택하고 이를 낭독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었다면 이런 법안 자체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또한 앞서 지적한대로 이번에 통과된 쌍벌죄 법안의 시행만으로 리베이트 척결이 가능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정부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에 짧은 소견이나마 리베이트 근절법안의 실효를 담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전문가 집단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필수적이고 합리적인 의료행위와 적절한 약물투여로 환자의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행하여야 하는 전문의료인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수많은 연구보고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산업계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는 단순한 선물(gift)이 아니라 그들의 처방과 전문적 의료행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전문가집단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선망과 물질적 부를 엘리트주의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당연시 여기기에 앞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해야한다. 그들이 제약사의 후원금으로 가족들과 바다낚시나 꿩사냥을 다닐 때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와 고통받는 그의 가족들이 있음을 직시해야하고 동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의식과 직업윤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 전반이 근묵자흑의 상태로 빠져들지 않기위해 지금부터라도 자정을 위한 자성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증진과 회계시스템의 투명화다. 혁신적 의약품을 개발하여 인류의 생명연장과 건강수호에 힘써야할 막중한 책무를 가진 제약업계는 그 책임을 망기한채 음성적 마케팅 활동에 치중하던 과거의 관행을 청산하여야 한다.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비용지급 및 마케팅 내역에 대해 빠짐없이 공개하고 투명한 기업경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복제약 생산 위주의 국내제약업계는 리베이트로 낭비하던 기업회계를 R&D에 투자하여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할 것이다.



셋째로 정부가 내세우는 ‘확고한 리베이트 척결의지’에 걸맞는 실효성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쌍벌제의 실효를 거두기위해서는 법안의 처벌수위를 강화함과 동시에 이를 보완할 다른 규제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대가성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진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거나 그 명단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등 사회적 처벌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제공한 제약사에게는 해당 품목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으로 패널티를 강화하고, 리베이트 적발 업체의 의약품 가격일괄인하, 의약품 실거래가제의 확립 등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한 약가거품 제거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또 미국의 physician-payment-sunshine-act와 같이 제약사가 의료진에게 지원한 내역을 빠짐없이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제정도 고려해 볼만하다. 더불어 제약사 내부의 공익제보자에 대한 신변보호와 보상책 마련도 정부의 행정력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번 통과된 리베이트 쌍벌죄 법안은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제도설계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리베이트에 소요되던 사회적 비용을 의료서비스의 개선과 질 향상, 우수한 의약품의 개발에 사용하여 국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문의료진, 제약업계, 정부 간의 긴밀한 공조와 사명의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주체인 국민이 스스로가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인 건강권 수호를 위해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만이 수십년간 뿌리깊게 자리잡은 리베이트 관행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6월호(제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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