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6-10   910

[편집인의 글]

주은선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밤을 새우고야 말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초조함과 함께, 안도감과 허전함에 잠 못 이루다가 새벽을 맞이했다. 선거라는 게 묘한 구석이 있다. 그까짓 허울 좋은, 고작 몇 년에 한 번씩 있는 1/N의 참여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있을까 싶다가도 민심의 거대한 실체를 맞닥뜨리면 다시금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서울 광장은 다시 비었지만, 사람들로 가득 차 분노와 슬픔과 희망과 좌절이 넘쳐흐르던 역사적 국면들은 그저 과거의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를 어느 정당의 승리나, 혹은 어느 누군가의 부활로 보는 것은 협소하다. 그 의미를 수십 년 동안 기득권을 누렸던 지배엘리트가 다시 권력의 핵심부로 돌아온 이후에 대중들이 그들에 대한 염증과 저항의 역사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복고적인 권력으로 인해 촉발된, 집단적 기억이 회복 조짐이랄까?


그렇다면 그 기억을 누가 현재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움직여낼 것인가? 과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는 무엇이 될 것인가? 감히 말하건대 한 축에는 교육이, 다른 한 축에는 복지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여는 매개가 될 것이다. ‘복지’는 분명히 사람들의 마음을 당기는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교훈 중 하나는 꾸준히 공들이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적을 떠나 시 도시자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비전을 제시했던 사람들이다. 인물이 아닌 이슈에 대해서도, 복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이제 복지를 한국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핵심 이슈로 불러와서 복지에 관한 내용을 토론하고, 답을 만들어 갈 때인 것 같다. 한국 복지국가의 방향을 심층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이번 호 복지동향이 복지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열어나갈지 고민하는데 실마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


소위 비전에 대한 고민은 국가만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이, 전문가가, 시민사회가 함께 투표를 넘어서서 또 다른 방식의 참여를 모색할 때이다. 시민사회는 한편으로는 눈을 크게 뜨고 권력을 지켜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슈 제기, 정책 투입, 논쟁과 협의를 통해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전은 추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역에서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실천을 하는가 하는 것, 즉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논쟁과 현실과의 대립과 타협은 곧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당선자들은 이제 방정부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구체적인 성과들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복지를 통한 변화를 모색했던 활동가들의 당선자에 대한 제언이 또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누구도 현재와는 다른 미래를 꿈꾸며 한국사회의 대안을 일궈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폄하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아까운 패배를 당한 자도, 기나긴 레이스에서 완주를 포기한 자도, 끝까지 달려낸 자도 말이다. 특히 모든 것이 안개에 가려진 상태에서 끝까지 완주를 해낸 자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다수의 소망만큼 소수의 견고한 지지도 소중한 자산이다. 역사를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사회의 풍성한 내용은 함께 만들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6월호(제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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