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지난 2009년 6월 4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마로니에 8인’이 나타났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향해 거리로 나온 것 이다. 그리고 62일 이 지난 그해 8월 5일, 마로니에 8인은 서울시에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자립생활 체험홈, 자립생활가정, 탈시설을 원하는 시설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전환지원센터 설립의 약속을 받아냈다. 이들은 현재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생활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야학을 다니며 시설에서 배우지 못했던 공부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연애도 하며 그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가고 있다. ‘마로니에 8인’ 은 현재 ‘시설장애인의 역습’이라 불리우며 탈시설-자립생활 운동 속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었다.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 잠들어 있던 법을 깨우다.
그리고 지난 2009년 12월 16일, ‘마로니에 8인’에 이어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또 다른 꿈틀거림이 시작되었다. 탈시설-자립생활의 운동을 법이라는 새로운 흐름속에서 풀어가는 의미를 가진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한 뒤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의 절차를 정하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 (사회복지사업법 제 33조)라는 장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7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내용으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과정에 있어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해 그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신설된지 약 7년의 시간동안 단 한번도 실행되지 않은 유명무실한 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심지어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을 위해 방문한 해당 지자체(음성군, 양천구)와 담당공무원조차 이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인(음성꽃동네의 윤국진, 박현, 김포향유의집의 황인현)과 탈시설정책위원회는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통해 그동안 잠들어있던 법을 깨워 법안에서 탈시설-자립생활을 권리로써 이끌어냈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통합, 자립생활,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를 천명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및 장애인복지법의 원칙을 되살리는 행동으로써 의미를 지닌다.
2010년 1월, 사회복지변경신청에 대한 지자체의 답변이 도착했다. 그러나 회신된 내용 에는 신청인이 요구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안내’만을 전달하고 있었다. 탈시설정책위원회는 지자체의 회신 관련해 사회복지사업법상 지자체는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여부 및 유형에 관한 ‘결정의무’ 및 ‘통지의무’가 있음을 환기시키며, 우리에게 보낸 답변이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의 4에 따른 ‘결정의 통지’인지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국의 옴스테드, 탈시설-자립생활 소송 시작하다
이에 대해 음성군의 답변은 이전과 같았다. 음성군은 윤국진, 박현이 신청한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에 대해 관련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의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음성군의 답변은 ‘결정의 통지’관련 의무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채 윤국진, 박현이 요청한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에 대해 답할 것을 거부하였다. 그리고 지난 2010년 4월 6일, 음성군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취소처분을 요구하며 탈시설-자립생활을 향한 첫 소송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금 양천구를 대상으로 두 번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양천구는 결정의 통보를 요청하는 우리의 문건에 대하여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절차를 다시 밟기로 하는 중간 회신을 보내며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금융정보 및 제공동의서를 요구하였다. 지난 6월 7일 양천구는 황인현의 재산조사 결과 기초생할수급자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주거지원 및 생계비 지원이 어렵고 활동보조와 장애연금의 경우에 신청가능하다는 내용을 보내며, 사회복지서비스제공에 대한 지자체의 의무를 명확히 거부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양천구의 답변을 토대로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 거부취소처분을 요구하며 탈시설-자립생활을 향한 두 번째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장애인생활시설인권상황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입소과정에 있어 가족 등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인한 비자발적 입소가 7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발생되고 있었다.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위해 만난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이 힘들어질까봐 어쩔 수 없이 시설을 선택해 20년을 보낸 윤국진, 시설이 학교와 같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곳 인줄로만 알고 와서 15년을 살게 된 박현, 가족의 결정으로 시설에 들어온지 19년이 지난 황인현.. 각각 품고 있는 사연은 달랐지만 세 사람 모두 시설입소과정에 있어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족 혹은 타인의 의지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그리며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을 준비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시설에서의 퇴소요구, 가족의 거센반대, 지자체에서의 압박.. 힘든 시간임에도 자유로운 삶을 이루기 위해 꿋꿋히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은 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최소 1년 이상을 예상하며 준비하고 있다. 소송을 진행하는 긴 기간 동안 윤국진 외 3인은 모두 시설 안에서 삶을 이어가야하는 어려움이 있기에 이들과 멘토로써 ‘함께’함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있은 소송의 판결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권의 내용은 무엇이고, 이에 상응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이행해야할 절차상 • 실체상 의무는 무엇인지에 대한 하급심 법원의 판단을 확인해 볼 것이라 기대해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7월호(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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