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7-10   1311

[동서남북] 아랫마을 개소

최예륜(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서대문역 1번 출구에 내려 우체국과 신한은행 사잇길로 올라오시다가 골목 끝에서 오른쪽으로 50M 내려오시면 건너편에 아랫마을이 있습니다. 큰 빌딩도 아니고 그저 작은 건물 2, 3층에 월세 세입자로 살아가는 작은 단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아랫마을의 입주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입니다. 경제위기로 인한 실직과 오랜 가난으로 채무에 시달려온 이들에게 파산지원을 위한 무료상담과 지원활동을 펼치는 작은 단체입니다. 가난과 빚으로 인한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려는 이들의 벗이 되는 단체입니다. 매주 토요일 파산학교를 진행하고, 해오름 정기모임을 통해 파산면책 이후에도 반빈곤운동의 동반자도 회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서로 교육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해오름을 찾으시는 분들은 생계형 소액채무를 갚지 못해 고통 받고 주눅 들어 계시다가 어렵게 손을 뻗어 도움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경우에는 채무변제가 수급기간동안에는 유예되지만 수급을 벗어나 자활을 하고자 할 때 빚은 희망을 다시 꺾어버립니다. 때문에 해오름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소액채무 탕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오름은 매년 11월 21일(IMF협약 체결일)에 금융피해자 행동의 날을 통해 금융채무의 사회적 책임을 알리는 대중적인 실천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노숙인인권실천단>을 소개합니다. 실천단은 2002년부터 거리상담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습니다. 거리생활과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한 이들이 사회적 장벽과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사회적으로 쟁점화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밤 종로, 남대문, 시청 등 노숙인들이 삶의 현장을 방문해 차 한 잔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만남을 시작합니다. 기본적인 필요물품에 대한 지원에서부터 각종 복지제도 신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동행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감리교신학대, 성균관대 학생과 노숙당사자모임한울타리회 등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거리생활이 지속되면 이로 인한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피로와 질병이 누적됩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쉼터는 강제수용소와 같아 거리생활자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그나마의 소규모 쉼터들도 통․폐합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실천단은 노숙인, 노숙 경험자들을 만나 안정된 주거의 문제, 일자리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음 입주자는 <홈리스행동>입니다. ‘홈리스행동’은 지난 2001년 창립한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노실사)의 이름을 바꿔 올해 재출범한 단체입니다. 그간 홈리스행동은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서울시 노숙인 정책 대응활동’, ‘쪽방철거 대응활동’을 통해 홈리스에 대한 인권문제를 고발하고 홈리스 정책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애써왔습니다. 또한 홈리스 대중의 문화와 교육적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주말배움터’ 활동 및 ‘기자학교’를 진행해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홈리스야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실사에서 홈리스행동으로 재출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노숙인과 불안정주거에 처한 이들의 현실이 큰 차이 없이 반복적으로 악순환하고 있는 상황에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노숙 상태에 처한 이들이 쪽방, 고시원 등에 입주하더라도 기초생활수급을 통해서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통해서 기본적인 생활소득을 얻지 못하면 그나마의 열악한 주거환경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또한, 질병과 채무 등으로 빠듯한 일상에 금이라도 가는 날에는 모든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됩니다. 노숙과 불안정주거를 반복하며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사회환경, 복지제도의 현실을 변화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한 것입니다.


홈리스행동은 노실사 운영 시절에 ‘영등포사랑방’을 운영하여 갈 곳 없는 이들의 거처를 마련하는 실험도 하였고, 주말배움터를 통해 배우고 소통하고 교류하는 실천도 전개했고, 노숙인추모제를 통해 노숙인의 명의도용 범죄피해, 인권침해 상황을 알리고 종합적인 홈리스지원대책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특히 홈리스행동이 ‘아랫마을’이라는 공간을 절실히 필요로 했던 것은, 홈리스당사자가 배우고 여러 동료들과 교류하며 마음 편히 놀러올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매주 주말에만, 다른 단체의 공간을 어렵게 빌려서 진행해야 했던 주말배움터 사업을 마감하고 홈리스야학을 통해 보다 진전된 홈리스대중운동을 펼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홈리스대중의 주거권, 노동권, 복지 수급의 권리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새 출발하는 홈리스행동에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세요!


마지막입니다. <빈곤사회연대>입니다. 빈곤사회연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초기, 열악한 최저생계비와 제도의 문제점을 온몸으로 고발한 故 최옥란 열사의 투쟁 이후 결성되었던 기초법 공대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반빈곤운동 연대단체입니다. 현재, 노동, 사회, 시민단체 및 정당 등 4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빈곤사회연대는 빈민당사자와 함께 무차별적인 개발과 노점단속, 빈민탄압에 맞서 싸우며 빈곤과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를 바꾸어내기 위한 연대운동의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에 걸맞지 않게 불안정한 재정구조와 집행력, 안정적인 공간 부재 등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답니다.


그동안 ‘빈민운동’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주택난, 강제철거로 인한 철거민과 노점상의 생존권 투쟁을 일컫는 말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논밭, 구릉지 등을 점유하고 살던 빈민이 밀려났던 6-70년대의 개발방식에 더해 도심광역개발(뉴타운)이 추진되면서 전-월세세입자, 상가세입자 등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오며 도시를 일궈온 주체들 모두가 밀려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것은 ‘빈민’ 생존권에 국한된 문제를 넘어서는 모든 이들의 주거권과 생존권 문제입니다. 또한, 농촌인구의 급속한 이농과 도시인구 편입과정이 낳은 노점상 발생 초기와는 달라진 조건이 있습니다.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의 만연과 영세자영업자의 몰락, 실업이 노점상을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노점상 생존권의 문제는 노점상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빈곤의 문제입니다. 한편, 거리 노숙인, 비닐하우스, 쪽방 주민 등 불안정 주거를 매개로 해 반복되는 빈곤의 순환 구조로 수많은 빈민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새롭게 주체로 묶어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제도의 확충 및 투기성 개발의 근절과 공공임대주택의 확보, 안정된 일자리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제기되어야 합니다. 실로 중대한 반빈곤운동의 기반을 다양한 사회운동이 힘을 모아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빈곤사회연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랫마을에 함께 하고 있는 이웃 단체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20일, 살인적인 재개발을 피해 망루에 올랐다 주검으로 돌아온 용산 철거민 열사들의 넋을 기리고, 용산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 제도개선위원회>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모든 사안에 앞장서 연대하는 <이윤보다 인간을>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6개의 단체가 옹기종기 모여 가난한 이들의 공동체 ‘아랫마을’을 구성하였습니다. 서로에게 모자란 힘과 지혜를 조금씩 보태 반빈곤연대운동을 함께 해나가자는 결의와 함께요. 무려 360명이나 되는 분들의 후원과 25개 단체의 후원, 후원주점 수입 등으로 모자란 보증금을 마련하여 소중한 보금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지난 6월 11일에 열린 개소식 잔치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특히 이날 개소식엔 일본에서 온 반빈곤네트워크 준비모임 활동가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지 미즈타니 씨는 “한국의 반빈곤 운동단체와 연대하고 벤치마킹 하기 위해 일본 나고야에서 왔다”며“한국의 반빈곤 운동단체들과 앞으로 끈끈한 우정과 연대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반빈곤 운동단체들이 한 건물에서 생활하며 연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일본에 돌아가서 다른 단체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미즈타니 씨의 말에 따르면 일본반빈곤네트워크 아이치 준비모임은 지난달 결성됐으며 현재 회원은 150여 명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홈리스 및 실업 문제가 심각해 이에 적극 대응하는 단체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랫마을’이라는 이름에는 가난한 이들의 쉼터라는 의미와 함께 누구나 놀러올 수 있는 따뜻하고 친근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마음편히 컴퓨터를 하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고 항상 열려있습니다. 천원에 밥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랫마을’에서 주말배움터를 홈리스야학으로 확대해 다양한 문화, 교육활동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빈곤문제의 핫이슈를 이야기하는 반빈곤 월례 강좌와 각종 상담, 강좌 등을 열고 문화와 예술을 나눌 수 있는 문화행사 등을 열 예정입니다.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 아랫마을로 놀러오세요~!


(문의: 02-778-4017 / 02-2634-4331, 후원계좌: 국민은행 601102-04-009370 최예륜)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7월호(제141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