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0-10   1194

[심층3] 의료민영화 제2라운드, ‘건강관리시장화’와 ‘원격의료’

김창보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2010 정기국회에서 보건의료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



의료민영화 제2라운드 –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가 쟁점

 지난 10월 6일,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민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2009년 보건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발주한 연구보고서를 폭로했다.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이 연구는 보건의료분야에서 그동안 고부가가치산업 영역으로 분류되어 오던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에 ‘보건의료서비스(health care service)’를 덧붙여 ’HT(Health Technology)’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고 HT의 가능성과 성장전략을 구성하며, 국가적 지원체계를 제안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러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사실상 ‘보건의료서비스’의 시장화를 중심 개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HT’는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규정하고 대응할 것을 밝혔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만한 특징이 보인다. HT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영리병원’ 보다는 ‘건강관리서비스의 시장화’와 ‘원격의료’와 같이 보다 의료소비자와 직접 연관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핵심 매개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2010 국회에서 [건강관리서비스법]의 제정과 의료인 – 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경제부처가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지만, 복지부는 ‘HT’라는 개념을 앞세우며 국민의 건강과 복지보다는 ’산업화‘, ’시장화‘, ’민영화‘를 주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범국민운동본부는 지금까지 추진되어 오던 ‘MB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 정책’과 다소 변화가 발생하였다고 본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의료채권 발행,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허용 등과 같이 보험회사의 활성화와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 출입의 허용을 요구하던 것에서 IT나 의료기기 및 장비 산업 등 관련 분야의 파급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우회로를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범국민운동본부는 지금의 상황을 ‘의료민영화 제2라운드’라고 이름 붙이고, 2010년 정기국회에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를 거대한 시장으로  :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


 [건강관리서비스법]은 2010 정기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법률안이다. 이 법률안은 지난 5월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던 변웅전 의원(자유선진당)이 국회에 입법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률안이 변웅전 의원에 의해 준비된 것이라기 보다는 보건복지부가 2009년부터 준비해 오던 것을 ‘정부발의’로 추진하지 않고 변웅전 의원을 통해 발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안의 핵심내용은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서비스를 분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과 구별하여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은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도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개인도 허용하지만, 단체나 기관도 허용하며, 보험회사나 제약회사와 같은 영리적 목적의 기업들도 얼마든지 세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은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며 국민건강보험이나 건강증진기금에서의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이런 건강관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핵심적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복지부가 [건강관리서비스법]을 추진하려는 목적은 ‘건강관리서비스’의 시장화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되도록 거대한 규모의 시장을 만들기 위하여 영리적 목적도 허용하고 개인이나 단체, 기업 모두에게 개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바우처 지급 역시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지원 방안의 하나로 고려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 건강관리’ 서비스가 있다. 담배부담금으로 만들어진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하여 전국의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등 공공기관을 통해 금연, 금주, 영양, 비만, 운동, 만성질환관리, 건강교육 등 사업이 이미 진행중이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한 사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복지부가 [건강관리서비스법]을 별도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민간영역, 시장의 영역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마디로 장사가 될 것 같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로서 ‘건강증진’사업을 확대하는데 관심을 갖기 보다는 ‘시장화’와 ‘산업화’의 입장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한편, 복지부는 이를 통해 약 2조 5천억원 ~ 3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으며, 2만 8천여명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을 위한 보건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는 MB정부의 독창적인 태도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까지는 ‘국민에 대한 평생 건강관리’를 주요한 국가보건정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인구 5만명당 1개의 보건지소를 설립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시민사회는 이처럼 모든 국민에 대한 건강관리에 대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로 받아들이고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담배값에 세금을 붙여 만든 ‘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하고 전국의 보건소를 지원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접근성을 높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몇해 전 금천구에서 수행한 방문건강관리사업의 경우 사용자의 만족은 물론, 비용 대비 효과도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을 통한 서비스가 더욱 경제적이며,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MB정부는 이런 경험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관리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축소하고 시장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래야 시장을 형성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도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이야 어떻든, 국민의 부담 증가야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MB식 보건정책’인 것이다.



‘원격의료’ 활성화를 통해 의료기기 시장을 키워라 : [의료법] 개정


 ‘원격의료’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인의 대면(face to face) 서비스가 불가능한 지역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진료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원격의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기와 장비가 많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컴퓨터와 연결될 수 있는 각종 부속기기(혈압이나 체중 측정 기기 등)를 구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원격의료’에 가장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은 바로 ‘의료기기산업’의 업자들이다.

 한편, 대형병원들은 이러한 원격의료를 활용하여 외래환자 진료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대학병원에 ‘교수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의사가 더 높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이러한 환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원격의료를 활용하면 더 많은 외래진료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접근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원격의료’는 일반 의원급이나 중소병원보다도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해 복지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이들의 이해관계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인과 환자의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의료인 – 의료인’의 원격의료 만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개선하기로 방향을 잡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가능하면 ‘원격의료’의 허용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혀주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서 보면 ‘도서/벽지’나 ‘교정시설의 수용자’ 등과 같이 원격의료가 불가피한 대상만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복지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상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애매하고 포괄적인 규정을 첨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국가보훈대상자‧장애인‧노인 중 거동이 불편하여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자”
   “가정간호 환자 등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자”


‘도서벽지’나 ‘교정시설’ 수용자 만으로는 ‘원격의료’의 이용자 수가 너무 적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시장규모가 작아질테니 장애인도 넣고, 노인도 넣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조항도 넣어야 했던 것이다.
복지부의 이와 같은 ‘투철한 마인드(?)’는 결국 우리나라 국민의 10%에 달하는 ‘450만명’을 ‘원격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계산해냈다. 전세계에서 인구의 10%가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나라로 만들고자 작정한 듯 보인다.

 사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직접 의사와 대면하면서 궁금한 내용을 충분히 물어보고 건강관리를 위한 내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런 환자의 심리와 요구를 무시한다.

 복지부는 그저 원격의료 대상자를 넓혀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래야 의료기기시장과 병원산업이 발전할테니까. 국민의 부담이야 어찌되든, 국민의 건강이야 어찌되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MB정부다운 발상이다.



‘경제특구에 어떻게든 영리병원을 세우란 말이야’ : 경제특구법 개정안


 MB정부에 들어서면서 경제특구에 어떻게든 영리병원을 세우는데 경제부처는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마도 영리병원을 세우면, 보건복지부의 영향력보다 경제부처의 영향력이 관철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법적으로 ‘주식회사’로서 산업정책의 일부로 포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리병원’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있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여서 강력히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나쁜 여론을 사면서까지 추진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모호하다는 점도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정부의 입장은 ‘경제특구에서 영리병원은 시범적으로 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정도로 누그러진 주장으로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영리병원이 소수라고 하더라도 나라 전체의 의료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쉽게 경계를 풀면 안되는 문제이다.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과 같은 경제부처는 제주도와 인천경제특구에 영리병원 도입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또 다시 지식경제부는 경제특구에 영리병원 설립을 간소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특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진수희 복지부 장관과 MB정부가 임기말까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지켜볼 일이다.



방어적 운동에서 대안을 내세운 운동으로 전환!!!


 이상에서 언급한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 원격의료를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 영리병원 설립 간소화를 위한 [경제특구법] 개정안 등이 이번 2010년 정기국회에서 주요한 논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외에도 지켜봐야 할 것들이 더 있다.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보험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위력을 가진 [보험업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민영화와 관련하여 MB정부가 추진하는 법률은 하나도 통과된 것이 없다. 교육영리화, 방송 및 언론의 정권 장악, 4대강 사업 등은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MB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의료민영화 관련한 법률은 아직 한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08년 촛불과 [식코(Sicko)]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으며, 의료민영화과 국민의 생활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MB정부가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국 9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MB정부를 지켜보면서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했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MB정부의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 대개혁을 비롯한 의료개혁 법률안을 추진하여 시민사회의 ‘대안’을 중심으로 한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대안을 담은 법률안이 제출된다.

 이처럼 2010년 국회 대응은 범국민운동본부의 입장에서는 수세적인 대응만으로 일관하지 않을 계획이다. MB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을 막아내는 한편, 시민사회의 ‘대안’을 제기하며 서서히 중심이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를 통해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정치적 국면에서 의료민영화에 맞서는 대안을 담은 ‘보건의료개혁’을 추진하도록 제기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10월호(제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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