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2-10   2566

[동서남북] 가난한 이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의 이야기

2010년 11월 30일, 동자동사랑방에서 
이야기_ 이태헌 양정애 이경희 최용철
기록_ 엄병천
정리_ 오미옥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이하, 공제조합), 어떻게 시작 되었는가


이태헌(이하 ‘태헌’) : 우연한 기회에 최종덕 대표(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를 따라 김재호, 박병욱과 같이 천안에 가게 됐다. 술 한 잔 마시러 가는 건 줄 알았는데, 자활공제협동조합 조합원 아카데미 자리였다. 그때가 올해 1월 13일이다. 거기 교육에 참여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날 교육에서 ‘공제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취지가 좋아서 동자동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자동에 어려운 분들이 많고,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서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육을 다녀오고 동자동사랑방 엄병천 대표에게 이런 취지를 이야기 하고, 2월 한 달 동안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준비했다. 그렇게 주민설명회도 하고, 회의도하면서 3월 1일 날 지금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최용철(이하 ‘용철’) : 이태헌 위원장이 먼저 이야기 했는데 없는 동네에서 우리끼리 은행을 만들자는 뜻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 실질적으로 이웃에게 10만원 꾸기 힘들다. 그리고 주위에서 빌린다고 해도 이자가 비싸다. 선이자 부담이 많다. 없는 사람 돈을 뺏어간다.
양정애(이하 ‘정애’) : 나는 내가 알아서 들었다.


준비모임부터 지금까지,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이 활동을 시작한지 열 달이 되었다. 그 동안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태헌 : 처음으로 공제조합이 준비한 어버이날 행사, 여름수련회, 말썽 없이 잘 진행된 추석행사, 이번에 했던 후원주점까지… 얼마 안 된 우리로서 50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런 뜻 깊은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이런 행사를 통해서 공제조합을 주민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어서 좋았다.
용철 : 나 같은 경우는 동자동에 오래 살아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생활실태를 잘 안다. 고물수집도 그래서 제안했다. 같이 고물수집해서 모은 돈을 가지고 우리 손으로 한 번 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말썽도 많았다. 고물수집 하면서 뜻이 맞지 않아서 다툼도 많았다. 근데 아무리 싸워도 박스를 오토바이 위에 올릴 때 힘을 같이 모은다. 그리고 이전부터 동자동에서 대보름 행사도 했었고, 공제조합이 생기고 나서는 어버이날 행사부터 같이 진행했다. 밑거름이 된 것은 동자동사랑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헌 : 동자동 사랑방이나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이 다 같은 동네에 있는 조직이고, 동자동 주민 중에 동자동 사랑방 회원도 있고 공제협동조합 조합원도 있고 해서 두 조직이 잘 연대 한다면 앞으로도 활동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도우면서 하면 잘 될 거 같다.
정애 : 이번에 후원주점 할 때는 내가 해야 하는 거고 또 옆에서 시키니까 했다. 주방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요리하다 말고 노래하러 홀에 나가고 해서 걱정이었지만 할 만 했다. 마트로 심부름하러 다니느라 고생한 병욱이도, 밖에서 노래 부르는 것만 쳐다보고 놀지도 못한 주방에서 일한 사람들도, 동네 분들 철도웨딩홀까지 차로 모시고 온 최순규, 김태훈 총무도 고생이 많았다.
태헌 : 이번 후원주점에서 정말 다들 고생 많았고, 잘 돼서 너무 기분 좋다. 우리 같은 신생팀이 너무 잘 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마을행사도 있었고 주민들의 힘으로 해낸 게 참 많다. 고물수집 이야기가 나왔는데 하시면서 에피소드는 없으셨는지 궁금하다.


용철 : 고물수집이 나를 위해 가져 오는게 아닌데 사람들이 이 뜻을 몰라 줄때 힘들었다. 그래도 동네를 위해서 쓰는 것을 알아 주는게 보람된다. 그리고 고물을 훔쳐가는 사람도 있고, 건물 주인이 박스수거를 하면서 얄밉게 굴때.. 자기는 우리보다 부자인데 너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수술 받은 팔 때문에 작업이 안 되서 속상하다.
정애 : 말썽이라는 것이 다른 거 없고, 다들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그런 거다. 그리고 어디나 싸움이 없으면 안 된다. 다들 다른 걸 어떻게 하냐. 말씀하신 대로 힘들게 고물수집도 하고, 출자금도 모으고 우리 힘으로 돈도 만들고 여러 마을 행사도 치렀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일들과 느낌들이 있었을 것 같다.


이구동성 : 다른 동네나, 다른 공제조합의 경우는 돈 가진 사람들이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없는 사람들끼리 스스로 우리 힘으로, 출자금 600만원을 모았다. 정말 떳떳하다. 우리는 단결심이 있다.
태헌 : 무엇보다 추진위원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공제조합 운영비로 쓰기 위해서 추진회비를 낸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출자금이 쌓일 때 까지는 손 델 수 없기 때문에 운영비가 필요한데, 불평불만이 없이 낸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번에 후원주점을 해서 500만원 정도 수익이 났는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조직으로서 그 정도 한 것도 정말 잘 된 것이라고 본다. 절반의 성공이라고나 할까.
용철 : 내가 몸이 아프고 암환자 인데, 내 병원비 지원 한다는 조합원들을 말리고 우리가 말했던 출자금 2,000만원 목표를 위해 그것이 달성 되고 나서 지원 받지.. 그 전에는 도움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태헌 :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조합원 만남의 날과 같은 시간을 자주 못 가졌던 것이 아쉽지만 그나마 성민교회가 협조해 준 것도 고맙다.


최근에 동자동 주민들의 느낌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용철 : 옛날보다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애 : 나는 여기 산지 얼마 안 되서, 동네 사람들 알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도 처음여기 와서 살 때 보다 사람들이 많이 달라진 게 보인다. 나는 그저 일하는 게 즐겁다.
태헌 : 주민들과 서로 인사하고 조합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달라졌다. 대화하면서 정이 쌓인다는 걸 느낀다. 매일 20일이 수급 날인데 전에는 술을 먼저 먹었는데, 이제는 출자금 먼저 내고 술을 마신다. 처음에 ‘출자금 내고 술 마시세요’라고 귀찮게 많이 했다.


한 달치 출자금을 못 내면 다음 달에 밀린 것까지 출자금을 내는 주민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해 온지 곧 1년이 된다. 창립총회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태헌 : 올해가 가기 전에 조합원 만남의 날을 총회식으로 하는 게 어떻겠나 싶다. 떡도 돌리면서, 그 동안 공제조합이 한 활동도 이야기하고 후원주점 보고도 해야 되고 무엇보다 조합원이 낸 출자금이 얼마 모였는지도 보고해야 될 것으로 본다.
용철 : 공원에서 총회(조합원 만남의 날)를 하면 좋겠다.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면 많은 조합원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동네 주민들에게 홍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태헌 : 올해 3월 1일 날 추진위원이 구성 되서 진행했으니… 창립총회는 내년 3월1일 날 하는 게 어떨까 싶다.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의 꿈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어떤 조합이 되었으면 좋겠는가.


용철 : 없는 사람한테 필요한 조합. 저금리 대출을 해서 가난한 사람한테 꼭 필요한 조합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헌 : 이 동네에는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 출자금이 1억 정도 모이게 되면 의료생협을 만들어 보는 것에 관심이 많다. 아프고 병든 노인이나 동네주민들에게 한방치료도하고, 건강상담도 받고, 몸에 좋은 음식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생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용철 : 여기 쪽방이 재개발로 철거 될 수도 있는데, 가능하면 .쫒겨나지 않고 여기서 임대아파트나 단신자 숙소 같은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계속 여기에 살면서 공제조합을 했으면 좋겠다.
태헌 : 하려고하면 가능하니까 임대아파트나 단신자 숙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자!
용철 : 이 동네사람들 여행을 잘 모르고, 해보지를 못했으니까.. 겨울바다를 보러가는 것은 어떨까. 같이 여행 한 번 가고 싶다.
정애 : 겨울바다가 아니더라도 동네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바람 쐬러 여행한 번 가는 것도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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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은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스스로 세운 조직이다. 지난 3월부터 공식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4월부터 출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 사람에 최소 1구좌 5,000원(최대 10구좌)을 출자하여 공동기금 2,000만원을 조성하면 긴급자금이 필요한 주민에게 주거비, 의료비 등 긴급생활 자금으로 저금리 신용대출을 시작 할 수 있다.
동자동 쪽방 주민이 주인이 되어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단순히 공제조합의 운영만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버이날과 추석과 같은 마을 행사까지 주민들이 직접 꾸려오고 있다.
공제조합이 잘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동자동쪽방 주민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동자동 사랑방이라는 지역운동단체의 지원과 연대 그리고 주민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이해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스스로 많은 일들을 해온 것처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위에서 말한 공제협동조합의 꿈과 계획들이 천천히, 더 많은 주민들과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처럼, 동자동 주민들이 꿈꾸는 ‘가난한 이들이 모여 함께 사는 마을’을 위하여.



정리를 마치며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회계분과장으로 활동하는 나를 사람들은 주민조직가 혹은 활동가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나를 통해 공제조합을 일구어가는 동자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복지동향의 동서남북 코너에,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의 활동을 소개할 원고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사진을 찍을 때 은은한 빛(조명)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각도다. 찍으려고 하는 대상을 향해 카메라를 어떤 각도에서 비추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나에게 ‘펜’이라고 하는 카메라가 들려지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할 수 있을까. 공제조합 활동의 주인인 동자동 주민의 말 그대로 온전히 담아 복지동향의 독자들에게, 공제조합의 활동을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공제협동조합 추진위원장이신 이태헌님과 추진위원분들 그리고 조합원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내 준비가 부족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못했다.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활동에 대해 잘 정리된 글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아마 거칠고 불친절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기에 다 정리되지 못한 것들에 대한 궁금함은 언제든지 공제조합 추진위원분들과 조합원들에게 질문해 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 주실거에요.


월간 <복지동향> 2010년 12월호(제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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