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란 │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등록금 폭등의 진짜 이유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뿐만 아니다. 대다수 OECD 국가들은 대학 등록금은 받지 않거나 저렴하다.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대학 등록금이 무상이거나 저렴한 나라들은 대학교육을 국가 발전의 필수 요소로 보고 정부가 대학 재정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 그러다보니 정부 재정 지원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정부 의존형’ 대학 체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학을 OECD는 ‘정부의존형 대학’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22%), 일본(27%)를 제외한 OECD 가입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정부 의존형 대학에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자본주의적 시장 논리가 강할 것이라 여겨지는 미국도 대학생의 67%가 주립대에 다니고 있다.
<표1> 정부의존형 대학에 등록한 학생 비중(OECD)
주1) 대학교 및 대학원(석사) 전일제 등록 학생 대상
주2) 2006~07학년도 기준(한국, 프랑스, 멕시코, 노르웨이, 영국,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2007~08학년도)
※ 출처 : OECD, ‘Education at a Glance 2010’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민간 재원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민간 재원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학생 등록금에 의존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기부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등록금 이외의 민간 재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9년 사립대학 총수입에서 등록금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3.6%에 달한다. 대학 재정이 등록금수입에 의존하면 할수록 등록금은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 지출이 조금만 늘어도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자면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정부 의존형 대학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립대학 중심 체제이고,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은 오랜 기간 정부 방임 하에 있어 온 만큼, 단순히 정부 재원 비중이 민간 재원 비중보다 높다는 뜻의 ‘정부 의존형’ 체제가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학 재정을 책임진다는 의미를 부여해 ‘정부 책임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 책임형’ 대학 체제 전환을 고려하지 않는 등록금 대책은 일시적이거나 부분적 문제 해결은 가져올 수 있어도 우리나라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반값 등록금’의 의미와 대학 개혁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줄곧 외쳐온 ‘반값 등록금’은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등록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를 압축적으로 단순ㆍ명료하게 드러낸 것이다.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등록금이란 쉽게 말해 저렴한 등록금이다. 여기에는 대학교육을 받기 원하는 누구나 경제적 차별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밝히고 있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인 교육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저(低)등록금 정책이 갖고 있는 핵심적 함의다.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 이를 문제 삼는 이가 적지 않다. 모두 다 대학교육을 받는 건 과잉 교육이고, 사회적 낭비라는 주장이 가장 우세하다. 이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대안을 보여주지 않고 대학 진학만 문제 삼는 게 과연 합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교육 원하는 이들을 어떻게 제한하려는 것인지도 묻고 싶다. 제한 방법이 고액 등록금 등 경제적 차별을 수단화한 것이라면, 어느 누가 이를 납득하고 대학을 가지 않겠나.
물론, 대학교육이 과잉인가 하는 문제는 등록금 문제가 해결된 후 꼭 진단해야 할 문제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삶을 꾸려나갈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면 기를 쓰고 대학에 갈 일은 없다. 대학교육도 무상인 스웨덴과 같은 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게 단적인 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 재정은 수익자부담 논리에 따라 민간에 전가돼 왔다. 대학 재정에 대한 책임은 대학 교육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학생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저(低)등록금 정책은 대학 교육의 가장 큰 수혜자를 학생 개개인이 아닌 국가로 보고, 국가 발전을 위해 대학교육에 정부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실현은 대학 설립 이래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지배해왔던 수익자 부담의 논리를 깨고,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민간 재원 중심의 대학 운영은 사학 경영자들이 사립대학을 공교육 기관이라기보다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사학경영자는 줄곧 사립대학을 폐쇄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운영해 왔으며, 국민들은 이러한 사립대학을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여겨 온 게 사실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정부 재정이 투입되면, 적어도 투입된 국고에 대한 공적 관리ㆍ감독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사학에 대한 관리ㆍ감독 강화는 사학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나아가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등록금 반값’은 등록금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금액을 반으로 대폭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적 경제적 위기 상황일 때를 제외하고 고율 인상을 거듭해 왔던 상황과 비교하면, 등록금을 반으로 인하한다는 것은 파격 그 자체다. 그러나 당장 대학생 자녀가 둘만 되도 다시 등록금 고민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즉, ‘반값 등록금’은 등록금 문제 해결의 종착지가 아니다. 저(低)등록금 정책으로 전환하는 시작점이자, 방위표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OECD 국가들은 국민소득의 10% 내외에서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소득 5분위 계층 연간 소득의 21.2%가 등록금에 해당한다(2010년 4년제 사립대학 연평균 등록금 754만원). 일반적인 OECD 국가들보다 두 배 높게 등록금이 책정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등록금을 반으로 인하하면 소득 5분위 계층 연간 소득의 10% 수준이 된다. 소득 5분위 계층만 겨우 OECD 평균 수준에 이른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무대책으로 반액 세일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OECD 가입국다운 대학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게 과욕일까.
정치권의 의지와 결단을 요구한다
지난 5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 대표가 “6월 중 국민공청회를 거쳐 내년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어느 때보다 등록금 정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지난 6월 23일에 ‘등록금 부담 완화 및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방안에는 등록금 인하 방안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이것이 실제 정책 추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다. 당정청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급조된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새로 선출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부잣집 자녀 대학등록금 지원은 불필요”하고 “소득별로 등록금을 차등 지원하는 것이 명목 등록금 자체를 내리는 것보다 우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다 대거 연행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명목 등록금 인하’와 ‘소득 구간별 등록금 차등 지원’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줄곧 고(高)등록금 정책을 기본으로 등록금 인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채, 장학금 확대를 등록금 대책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정치권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했고, 따라서 이렇다 할 등록금 정책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등록금이 1000만 원 대로 오르고 나서야 허겁지겁 등록금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관심을 보인 이후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반값 등록금’만큼 국민의 관심을 모은 정책은 없었다. ‘반값 등록금’이 된다 해도 자녀를 둘 이상 둔 가정의 등록금 부담은 여전한 상황에서 등록금 인하 없는 장학금 확대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등록금 문제 해결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단골로 등장한 반대 주장은 정부 재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와서는 ‘부실대학’에 국민 세금을 쏟아 부을 수 없고, 사립대학이 재정 운영만 잘하면 정부 재정 지원 없이도 등록금 인하할 수 있으며, 무조건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는 것은 소득 간 차별을 역으로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등록금 인하를 반대하는 여러 이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없는 게 아니다. ‘반값 등록금’은 ‘반값 등록금’ 대로 실현하고, ‘부실대학’ 및 사립대학 개혁, 소득별 장학금 확대를 병행 추진하면 된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으며, 국민들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다. 정부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하다. 제반 정책들은 오랜 기간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이미 많은 부분 준비된 상황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등록금을 인하해 부담을 경감하고, 원하는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기본권을 실현하며, ‘정부 책임형’ 대학 체제로 전환하는 중핵적 대학 개혁 방안이다. ‘반값 등록금’ 정책이 갖는 이러한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길 다시 한 번 촉구해 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8월호(제1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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