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5-01   5024

[기획2] 복지국가와 우리 가족의 관계는 안녕한가? 개인 중심 복지국가를 제안함1)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개인 중심 복지국가를 생각함

먼저 개념부터 정의하겠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개인 중심 복지국가는 개인이 가족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편입되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혹은 최대한 독립적으로 자신의 제도적 시민권을 차별 없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국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서구 복지국가는 가족주의적 전통에 기반해서 복지국가의 역할을 가족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보완적 기능으로 제한하고, 이와 같은 보완적 기능을 통해 가족의 사회적 재생산 기능을 완성한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개인 중심 복지국가는 이러한 복지국가의 전통적 전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왜 이런 개념을 언급하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인구구조와 가족구조의 급속한 변화는 우리 사회 가족과 가족기능의 축소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초저출생, 그리고 이와 함께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는 우리 사회 재생산과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해 필요한 복지국가의 운영에서 가족의 역할과 기능을 재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외생적 조건과 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전통적인 가족 중심 복지국가가 역사적으로 주요한 한계와 문제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글에서는 우리 사회 가족구조의 급속한 변화 국면에서 전통적인 가족 중심 복지국가의 한계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개인 중심 복지국가의 개념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족 중심 복지국가의 현황과 성찰

가족 중심 복지국가 제도 운영의 예로 우리나라 가정양육수당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들 수 있다. 가정양육수당은 국가가 가정 내 영유아 돌봄을 수행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영유아에 대한 안전한 돌봄과 이들의 건강한 발달이라는 정책목표를 수행하는 것이다. 가정양육수당 제도는 가족의 돌봄 기능을 전제하고 이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우도 가족 내 부양이라는 가족 기능을 전제하고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부양 능력이 없는 경우에 한해 국가가 보충적으로 지원한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족 중심의 복지국가 제도 운영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은 사각지대의 문제뿐만 아니라, 취약한 개인일수록 가족이나 친지 등 타인에 의존적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개인 간 권력관계의 불균형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인구구조와 가족구조의 급격한 변화 상황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가족 중심 복지국가 제도 운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우선 1인 가구와 비친족 동거가구의 의미 있는 증가로 특징지어지는 가족과 가족구조의 변화가 우리 사회 복지국가의 운영에 적지 않은 함의를 가진다. [그림2-1]에 보인 바와 같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3.4%가 1인 가구이며 1인 가구는 지금까지도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성인 부부와 자녀, 혹은 성인 자녀 부부와 노인으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 중심 복지국가의 교과서적인 가구 형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규범적인 가구 형태라 할 수 없게 되었다. 규모 면에서 1인 가구나 친족 가구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비친족 동거가구의 최근 증가 추세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최근 증가 추세만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림 2-1]참조).

비친족 동거가구는 대학가 룸메이트와 같이 주거비용의 합리화를 위한 자구적 노력에서부터, 흉흉한 세상에서 맘에 맞는 친구들끼리 의지하며 살기 위한 의기투합, 혹은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이성, 혹은 동성 커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구 결합 형태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 비친족 가구 구성원의 동거 이유가 사랑인지, 우정인지, 그것도 아니면 실리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들 집단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가정하고 있는 가족 및 가구 형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가하는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이 노인 1인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돌봄 공백의 측면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속되는 초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노년부양인구비(old-age dependency ratio)가 급격하게 증가 중이며, 2050년이 되면 생산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8.8명에 달하여, OECD 평균인 52.7명을 훨씬 상회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림2-2 참조). 가구의 분리가 가족관계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 복지국가가 가정하고 있는 돌봄과 재생산 등의 ‘가족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족과 분리된 공간에 거주하는 경우 돌봄 등 재생산에 필요한 일상적 지원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의 미충족 욕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에 불가피한 한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 구성원의 일상성 유지와 자본주의의 운영에 필요한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필수적인 역할을 가족이 전담하는 구조는 1인 가구가 갈수록 보편화되고 있는 조건에서는 작동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비친족 가구의 증가는 이와 다른 맥락에서 전통적 복지국가의 운영에 도전적인 요소가 있다. 비친족 가구들은 대부분 가구 구성원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정서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도와 상호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사람일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는 가족이 아니므로 이들이 상호 간에 수행하는 지지와 지원에 상응하는 제도적 혜택으로부터는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다른 한 편으로는 이들 비친족 가구 구성원이 복지국가가 가정하는 상호 의존적인 전통적 가족 구성원의 자리를 대체함으로써 이들을 가족 다양성의 맥락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경우 법적, 제도적으로 가족이 부재한 것으로 오인되는 문제가 있다. 

법적, 제도적 가족 제도에 기반하여 설계된 복지국가의 제도들과 현실에서 작동하는 가족 및 가구 형태 사이에 부정합성이 발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제도적 사각지대의 문제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가족구조의 변화가 그 자체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 문제가 우리나라만 경험하는 특수한 사안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1인 가구와 비친족 동거가구의 증가 등의 현상에 대해 선진 복지국가들도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훨씬 더 강한 강도로 경험해온 바 있다. 대부분의 현대 복지국가는 가족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국면에서 가족 내 돌봄 전담 모형을 폐기하고 이를 주로 공공이 책임지는 사회적 돌봄으로 대체하는 제도화의 과정을 빠르게 진행해왔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한 편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개념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거나, 혹은 복지국가의 다양한 제도를 기존 가족을 통해 전달하던 가족 중심에서 개인에게 직접 전달하는 개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낮은 출생률과 급속한 고령화로 특징지을 수 있는 우리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 역시 가족 중심 복지국가의 운영에 있어 많은 함의를 가진다. 평균 가구원 수가 4명 이하로 내려간 1990년을 우리 사회 핵가족화가 완성된 시점으로 본다면 핵가족화의 진행은 이미 한 세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와 같은 현황을 고려할 때 현세대의 성인 남녀는 평균적으로 노인 부모에 대한 돌봄 책임을 가구당 1~2명의 성인 자녀가 전담해야 할 판이며, 이들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 노인 부모 돌봄에 더해 자녀 돌봄의 책임까지 지는 상황이다.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 노인부양인구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활동 연령기의 성인이 이 부담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은 돌봄 책임자 개인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담을 상수로 간주하는 경우, 이는 다시 출생률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족의 형태뿐만 아니라 가족의 기능과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노인이든 아동이든, 장애인이든 돌봄과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가 필요한 개인이 가족이라는 제도적 관계와 무관하게 최대한 독립적으로 자신의 제도적 시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복지국가의 작동 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가 굳이 가족을 통하지 않고,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놓인 개인이라 할지라도 가족, 친지, 친구 등 사적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중심 복지국가 모형 적용 사례들

여기서는 복지국가의 기존 제도들 가운데 개인 중심 제도 운용 원칙을 적용하여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사례를 살펴보겠다. 

우선 국민연금 가입 대상 제외자의 문제이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은퇴 후 노인의 소득보장제도로서 보편적 제도로 설계되어있다. 이와 같은 보편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개인의 고용이나 경제활동 상의 지위뿐만 아니라 혼인 상의 지위에 따라서도 차등적인 적용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소득이 없는 성인의 경우 혼인상의 지위가 미혼인 경우에는 납부 예외자로 분류되지만, 기혼인 경우는 가입 대상 제외자로 분류된다. 즉 미혼 무소득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을 뿐 국민연금 가입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반면, 기혼 무소득자의 경우 가구 내 소득자의 국민연금에 귀속된 관계로 국민연금 제도로부터 실질적으로 제외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 기혼 무소득자의 경우 임의가입 등의 방식으로 국민연금 제도에 편입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하지만 당연가입 대상이 아닌 관계로 ‘임의’에 의한 가입 대상으로 편제되어 제도적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노후 소득보장제도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저소득층의 경우 현재 가용 자원 부족 등의 이유로 임의가입을 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표적으로 존재하는 부양의무자제도의 문제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 영역은 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에 비해서도 가족 중심 제도 운용의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두는 것은 사실상 빈곤 상태에 있는 개인에 대한 부양책임이 일차적으로 가족에 있음을 제도적으로 명시한 것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원칙인 ‘국가에 의한 국민의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청년정책의 측면에서도 개인 중심 복지국가 모형은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등 우리 사회의 현황을 고려했을 때 아동의 지위를 벗어난 청년이라 할지라도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물리적, 경제적 독립을 통해 성인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 등 추가적인 교육을 택한 경우, 자녀의 물리적, 경제적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높은 수준의 대학 교육 비용뿐만 아니라 교육 중 필요한 주거, 교통, 통신, 음식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국가의 지원 없이 부모등 가족 체계 안에서 우선 해결하도록 하는 데서 기인한다. 대학 교육의 경우 개인적 차원에서 인적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인적 자본 총량이 증가함으로써 생산역량이 강화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한다면 취업이 아닌 대학 교육을 선택한 성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합리적인 사회 투자에 해당한다.

개인 중심 복지국가의 의의

복지국가의 운영을 국가-가족 중심에서 국가-개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개인 중심 복지국가의 구현은 모든 개인, 특히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가족과 친구를 포함하여 본인 이외의 어떠한 개인과의 관계에도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차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의 기능이 강화되고 확대되어야 하지만, 강력한 국가와 자유로운 개인은 배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의 개입을 통해 개인의 자율성이 강화될 수 있다. 

둘째, 개인 중심 복지국가로의 전환은 젠더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함의가 있다. 개인 중심 복지국가의 운영은 일상적인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 노인, 장애인에게 있어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등 타인에 대한 사적 의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가족 내에서 보이지 않게 돌봄 노동을 전담해온 여성이 가족 내 돌봄 책임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반이 된다. 가족 중심의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돌봄 서비스가 가족 기능을 전제로 보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가족 내 구성원의 돌봄 책임이 여전히 강고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이 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전담되어왔음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확인해왔다. 돌봄과 일상생활 지원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있어 가족을 전제하지 않고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직접적인 ‘거래(transaction)’가 이루어지는 경우 여성은 기존 성역할 구분과 가족 내 돌봄 책임으로부터 해방되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이 폭력적인 가족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가족으로부터의 이탈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불이익이 온존하는 경우 가족 내에서조차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 간 대등한 관계의 형성과 유지는 어려워진다. 폭력 피해 여성이 가해자 남성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재정적 의존이라는 연구 결과2)는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상호 간 의존적인 관계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 간의 관계를 폭력적으로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들 간의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연대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인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가족 등 사적 관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과 개입이 강화되는 경우 결과적으로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돌봄 책임자들을 포함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해 사적 관계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의 개념이 키테이의 돌봄 윤리3)나 토론토의 돌봄 민주주의4) 개념의 전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돌봄 관계의 형성에 있어 개인이 타인에 의존적이지 않고 동등하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국가가 개인에게 직접 제공한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넷째, 비슷한 맥락에서 개인 중심 복지국가는 복지국가의 실현에 있어 민주주의의 원리를 구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모든 개인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은 현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적인 가정에 해당한다.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개인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사 표현의 권리를 보호하고 구현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5)개인 중심 복지국가의 운영을 통한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성의 구현은 민주적인 참여와 의사 표현의 주체로서 시민성을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른 한편 복지국가의 실현 과정에서 국가와 개인의 직접적인 ‘거래(transaction)’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인 복지의 구현에 있어서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체감도를 강화함으로써 선거 등 정치적인 의사결정의 장에 복지 관련 의제가 더 활발하게 제안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복지정치의 구현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개인 기반 복지국가의 재편은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여 복지국가의 보편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가족 기반 복지제도의 경우 제도의 전제가 되는 가족이 개인과 관계를 맺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실상 제도 설계에서부터 개인의 존엄한 삶의 조건 충족을 위한 일차적 책임을 성인 자녀, 배우자, 부모 등 개인과 가족의 관계에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가족에 대한 개인의 의존을 제도화하는 효과가 있다. 최근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사실상 부양 관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명목적인 부양의무 관계에 따라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이에 따라 가족 제도에 따른 사적 부양 기능과 복지 제도에 따른 공적 부양 기능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이중적 위험(double jeopardy)을 초래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인 중심의 복지국가에서 운영하는 경우 개인의 재정적, 경제적 조건에 배타적으로 기반하여 급여 수혜 조건을 가리게 되며 가족관계의 유무나 관계의 조건에 따른 사각지대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가며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의 지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라는 제도를 전제하지 않은 복지국가의 운영이 가족 해체와 개인화를 가속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하지만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가족과 세대 간의 유대 관계가 가족 돌봄이나 부양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경우 이 관계는 오히려 상호 의존적, 종속적 권력관계로 나아갈 위험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개인 차원의 부양이나 돌봄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개인들은 상호 동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의존과 종속이 아닌 상호 연대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개인주의적인 복지국가가 가족 관계에서 노인 돌봄을 구축(crowd out)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립적인 세대 간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6)는 앞선 주장을 뒷받침한다.

| 미주 |

1) 이 글은 2023년 7월 5일 노회찬 재단에서 주최한 노회찬 5주기 포럼 필자의 기조 강연 내용 중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하였다 

2) Kim, & Gray, “Leave or stay? Battered women’s decision after intimate partner violence”,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23(10), 2008, p.1465~1482

3) 에바 키테이. (2016). 돌봄: 사랑의 노동 (김희강, 나상원 역). 박영사

4) 조안 트론토. (2014). 돌봄 민주주의. (김희강, 나상원 역). 아포리아

5) Pateman, C. 2004. Democratizing citizenship: Some advantage of a basic income, Politics & Society, 32(1), p.89-105

6) Daatland, S. O., & Lowenstein, A. 2005. Intergenerational solidarity and the family-welfare state balance, European Journal of Ageing, 2, p.174-182

월간<복지동향> 2024년 05월호(제3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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