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6-01   4974

[복지칼럼] 공공의료 현재 상황과 공공병원 확대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

공공의료 현 상황과 문제점

“모든 보건의료가 공공의료다!”라고 주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 인식이 바뀌었다. 가장 큰 계기는 코로나19였다. 결정적으로 의료계 희생이 필요한 코로나19 유행 초기 시점에 민간병원은 치명률 및 전파속도 등이 알려지지 않은 신종감염병 환자들을 기피했다. 반면 공공병원들은 앞장서 진료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민들의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은 바뀌기 시작했고 급기야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 실제 울산과 광주같이 공공병원이 없던 지역도 공공의료원 설치를 추진하기 시작했고 이미 공공병원이 한 개씩 있던 지역인 인천과 대구도 제2 공공의료원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때문에 울산과 광주 공공의료원 추진은 난관에 봉착했으며, 대구는 새로 취임한 시장이 전임시장의 약속을 뒤집어 현재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다.

과거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공공의료 및 감염병 치료 대응 인프라 강화를 약속했지만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한계 상황이 다시 재연되려 하고 있다. 즉, 신종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어렵게 찾은 교훈은 그때뿐이고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잊어버리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공공병원이 공공의료의 대안임을 보여주었다.”라는 것이 과거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에 지방 필수의료 붕괴 현상이 병행되고 있는 현실과 이에 더불어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량 증가에 따른 의료비부담 증가 현상이 그 이유이다.

이번 의사 파업을 둘러싸고 드러난 현상이지만 지방에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 수는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시행되어온 의대 교육 방식과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를 그대로 두고서는 의사 수가 늘어도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전공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의사들이 의사 수를 늘린다는 정부 발표에 툭하면 원칙도 없는 파업을 반복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덮어둔 채 덜컥 2,000명이라는 대책 없는 의사 수 증원을 발표한 것도 정말 큰 문제이다. 

이러한 보건의료 체계의 공공성 부족 문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로서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사 파업 문제로 표면에 드러났을 뿐, 지금도 지방에서 필수의료 위기는 서민의 과도한 의료비 부담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인구감소, 기후위기 등과 더불어 이러한 위기가 시민들의 일상에 더 크게 닥쳐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정부 정책은 기존 민간의료기관의 시장 중심 의료서비스 관리 체계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정부는 건강보험수가의 증감을 통해 수요 조절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의료 공급을 통제할 수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시행해왔다. 물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노숙인 등 의료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보충적(혹은 잔여적) 공공의료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보충적 공공의료만으로는 더 이상 지역의 필수의료를 지켜낼 수 없다. 공공병원 중심의 새로운 공공의료 판도 형성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확충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 발전 전략현시점 한국의 공공의료 부족으로 인한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공공병원 및 공공병상 비중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렇게 왜소한 공공병원의 기능으로 인해 지역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비중 있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병원을 민간병원처럼 수익 중심으로 운영하는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공공병원은 환자의 개별 진료에 대한 사항만이 아니라 지역의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적 진료에 대해 관심과 책임을 져야 하는 병원이다. 취약계층 및 취약지역 진료도 중요하지만, 시민이 마땅히 알아야 하고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분도 파악해서 이에 대한 의료 정책을 제안하기도 하고 솔선수범해서 진료를 담당해야 한다. 관내 보건소 및 개원의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공공병원의 기능에서 불가피한 적자 부분을 평가해서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이러한 진료 기능과 지역보건의료 연계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지역 여건과 공공병원 역량에 맞추어 지원해야 한다. 즉, 공공병원의 공공적 운영에 대한 운영비 지원이 항상 있어야 한다. 또한 공공병원의 운영이 지역 공공의료 요구에 맞도록 하기 위한 공공의료계획 기능 및 이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공병원 이사회 구성과 운영 그리고 이를 지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시도의회 차원의 예산 및 공공의료기술지원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중앙정부의 책임 있는 예산지원과 지도 감독 및 광역지자체의 공공의료에 대한 분권(책임과 권한 강화)의 병행으로 요약된다.

종합해보면 공공병원은 이제까지의 관성적인 진료에서 벗어나 지역을 책임지는 측면에서 지역의 필수의료 요구도 조사에 기반한 공공병원 자체 발전 계획을 세워 진료 및 공공의료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하고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이를 지원하는 예산(공공의료 운영비 및 시설과 장비 강화 등)을 지원할 뿐 아니라 기술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공공(公共)병원은 단순한 공립(公立)병원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정부나 지자체가 설치했다는 의미의 공립병원을 넘어 공공의 건강 이익을 위해 당사자인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공공병원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제까지 공공병원의 설치와 운영 과정에서 시민들의 건강 이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가 따져보면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 보호 및 재난 상황에서의 진료 외에, 일상에서 시민이 요구하는 정책 의료 영역에 대해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물론 기본적인 진료역량이 미흡하였던 것도 있지만 지역마다 심야 및 휴일 외래 진료 기능 및 분만 진료, 만성질환에 대한 원스톱검사 지원(고혈압이나 당뇨 질환자에 대한 심장, 콩팥, 신경 등 합병증 검사들을 당일 해줌) 및 회복기 암환자의 항암제 투여와 완화의료, 자살 시도 환자의 심리지원 등 다양한 공공의료 요구를 파악해서 시행하는데 이해당사자인 시민들의 의견을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과거 공공병원 운영과정에서 지역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무시되거나 정부나 지자체 입장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측면이 있어서 이러한 내용을 견제하는 측면에서도 시민들의 의견이 공공병원 이사회 및 시도 공공의료 정책 심의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 코로나19 범유행 때도 시민들의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등이 감염병 예방에 큰 역할을 하였던 것처럼 심각한 고령화 및 기후 위기 등에 따른 공공의료 실천에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공병원이 즉시 개별 환자에 대한 진료 외에 지역 시민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함을 다시 강조하는 바이고, 여기에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어떻게 얻어내는가 하는 문제가 공공병원의 역할 수행에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정부의 책임 있는 투자와 시민의 참여가 조화를 이루며 병원 의료진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공공(公共)병원을 기대하는 바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6월호(제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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