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철ㅣ동덕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노숙인 수는 줄어들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노숙인은 감소하였다. 사실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제정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노숙인 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등’이라는 표현과 관련하여 쪽방 주민을 포함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통상 노숙인은 거리노숙인(rough sleepers 혹은 unsheltered homeless)과 시설노숙인(sheltered homeless)으로 구별하거나 유럽의 경우에는 ETHOS(European Typology of Homelessness and Housing Exclusion)라는 개념 틀에 맞추어 광의의 주거배제와 극단적 주거배제인 노숙(homeless)을 구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노숙인 등으로 법률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그 내용상 조금 독특한 양상이다. 노숙인 등의 규모는 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면서 지난 2008년에 전국적인 수치가 집계된 이후로 현재까지 1/3 이상 감소하였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수치에서 약간의 등락이 있고 자료 취합 방법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노숙인 규모의 증가나 감소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에 걸쳐 노숙인 규모가 감소하였다는 것은 통계 수치에서 나타나는 실제 경향이라 확인되고 있다.

노숙인 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영역은 시설에 입소해 생활하는 노숙인 부분이다. 자활시설, 재활시설, 요양시설이 전반적으로 시설이 폐쇄되거나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설노숙인의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5천여 명의 시설노숙인 규모가 감소하였다. 동시에 거리노숙인 수도 늘어나지 않았다. 일각에서 시설의 감소가 거리노숙인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이야기했던 적도 있지만, 다행스럽게 거리노숙인 수는 증가하지 않고 완만한 감소 추세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노숙인의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노숙인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서 5년 주기로 3번에 걸쳐서 전국적인 일제조사가 있었고, 그 외의 해에는 연말에 행정자료가 취합되었다. 2011년과 2016년의 전국 일제조사에서는 행정자료 취합보다 조사결과의 수치가 특히 거리노숙인 부분에서 훨씬 더 큰 수치로 나타났지만 2020년대 들어서는 조사나 자료취합의 신뢰성이 다소 개선되면서 행정자료와 전국 일제조사 결과 사이의 간극이 많이 줄어 들었다. 올해 2024년에 통상 5년 주기이었던 노숙인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다시 한번 전국적으로 이루어졌다. 2024년 전국 일제조사 결과와 2023년 기준의 행정자료 취합을 통한 노숙인 수는 아직 공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하였던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나 우리나라 전국 노숙인 분포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시에서 한 보고 등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의 노숙인 규모도 2022년의 실태조사 결과에 비해 더욱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 1만여 명 규모에 해당하는 노숙인 등, 혹은 쪽방 주민을 제외하고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노숙인 수를 실제 ‘노숙문제의 규모’로 생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재 집계방식은 특정한 날 밤에 전국적으로 노숙인이 있다고 알려진 곳에 찾아가 잠을 자는 사람의 수를 집계하는 PIT 방식(Point in-Time Count)을 사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해당 시점에 해당 장소가 아닌 곳에 있는 노숙인(?)은 노숙인으로 집계되는 것이 불가능하고(uncountable), 해당 시간과 장소에 있더라도 노숙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지 않으면(예를 들어, 길거리나 공원에서 자거나 잠자리를 편 것이 아니고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역시 노숙인으로 집계되지 않는다(uncounted). 특히 1년 365일 중에 특정한 날 밤에 노숙하는 사람만을 노숙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를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대개의 노숙인은 1년 내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날에는 (돈이 있을 때는) 숙소를 잡거나 사우나, PC방 같은 다중 이용시설에서 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 때문에 실제 노숙인의 규모는 일시집계조사 결과 수치로만 이야기하지는 않고 이 결과 수치를 토대로 일정한 배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일시집계조사 방식은 노숙문제의 실제를 과소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된 조사에서 노숙인의 규모가 거리노숙인, 시설노숙인, 거기에 쪽방 주민까지 모두 감소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어찌되었든 실제 문제의 양적 규모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감소하고 있을까? 노숙인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회 현상들이 줄어든 것일까? 정부의 소득보장이나 주택정책 등에서 노숙인 발생을 줄일 수 있을 만큼의 예방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혹은 노숙인 복지와 관련된 현재의 정책과 사업들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직 확신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노숙인 복지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수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주거지원 사업이 노숙인 규모를 억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임시주 거지원사업, 매입임대주택지원사업, 심지어 일부에서 진행되었던 지원주택 사업 등의 대상이 되는 노숙인들은 노숙인 통계에서 제외되는데, 이 수가 노숙인 수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실천 현장의 이야기이므로 가볍지 않게 여겨 야 한다. 그런데 아직 이에 대해 실증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원래 국제 비교라는 것은 쉽지 않고 상황 맥락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단 발표되는 노숙인 수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노숙인의 수와 그 문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는 노숙인 수가 완만히 감소하다가 최근 몇 년간 다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주택 관련 주무부처인 HUD에서 노숙인과 관련된 통계수치를 집계하는데, 이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는 연례보고서(AHAR : Annual Homelessness Assessment Report)를 통해 해마다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이 체계가 확립되어 유사한 조사방식에 의해 연례적으로 노숙인 수를 보고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의 결과를 보면 다음 [그림 1]과 같다.

2008년 64만 7천 명 규모였던 노숙인 수가 2010년대 중반까지 10만 명 가량이 감소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라는 비전형적 시점이 지나면서 급격한 노숙인 수 증가를 나타내어 최근에는 노숙인 수 규모를 집계하고 보고하는 현재의 체계가 만들어진 이래 65만 명을 넘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거리노숙인을 포함한 노숙인 전체의 규모가 갑자기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 흔히 비교되는 유럽의 상황도 노숙인의 증가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하다. FEANSA의 보고서에서 EU의 노숙인 규모는 2009년 41만 명에서 2022년 89만 명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최근 발표된 2024년 보고서에서 이 수치는 2023년 기준으로 다시 129만 명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다만, 이 기간에 통계 집계 방식의 변화가 수반되어 직접 연차별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도 유럽 전체적으로 노숙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경향은 분명히 나타난다. EU의 전체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노숙인 집계방식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FEANTSA에서 보고하고 있는 유럽의 노숙인 수 통계는 기본적으로 거리노숙인(rough sleepers), 노숙인을 위한 야간쉼터(night shelters)와 임시거처(temporary accomodation)의 거주자를 합한 수치로 나타낸다.
유럽 전체적인 노숙인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노숙인 수 감소가 특징적이다.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도 핀란드의 노숙문제 대응방식이 주목받고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주목받았던 부분이 Y 재단(Y Foundation)을 필두로 하여 주거 우선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택금융개발센터라고 할 수 있는 ARA의 통계에 따르면 ETHOS Light 기준으로의 노숙인에 대한 수치는 다음 그림과 같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ETHOS 4와 5의 범주에 서는 큰 수치 감소가 계속 나타나지만, ETHOS 1, 2, 3의 범주는 2020년까지 계속 감소하다가 그 이후에는 감소하지 않고 약간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ETHOS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FEANTSA에서는 유럽의 노숙과 주거배제를 위한 개념 틀로서 ETHOS를 제안하였고 그 실용적인 간략형 형태로 ETHOS Light 버전을 2007년부터 제시하고 있다. 이 기본적인 취지는 노숙인은 그 자체로 유별난 특정 범주가 아니라 주거 취약성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주거의 영위에서부터 가장 극단적인 주거 취약성이라 할 수 있는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까지를 나타내는 연속선상에서 주거 취약계층이 나타내는 주거배제의 상태를 1부터 6까지로 범주화했다. 그리고 주거배제가 심각한 1, 2, 3의 경우를 노숙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ETHOS는 시기별로 형태가 조금씩 바뀌어 왔다. 유럽의 많은 노숙인 통계에서는 ETHOS Light 버전의 1, 2, 3 카테고리를 노숙인의 범주로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 통계수치의 연차별 상황인 [그림 2]를 살펴보면 노숙인 수치라 할 수 있는 ETHOS 범주 1, 2, 3의 수치는 코로나19 이후 2020년부터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대한 통계 결과와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이야기한다면) 핀란드도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최근에 노숙인은 증가하고 있다. 다만 노숙상황의 취약성으로 연결되기 쉬운 4나 5와 같은 주거배제 상황에 있는 잠재적 위험성의 규모를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노숙문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정책적 방향은?
우리나라의 노숙인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부분이다. 특히 거리노숙인이 계속 감소한다는 점은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다. 어쩌면 (만약 노숙인복지정책에 의욕을 가지고 홍보하고 싶어하는 공무원이라면) 우리나라 노숙인 복지가 훌륭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홈리스 월드컵을 개최하였고, 이와 함께 홈리스 상태의 종식을 위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여기서 특히 핀란드의 노숙인 정책, 특히 주거우선(Housing First)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기도 했다. 사실 주거 우선의 원칙에 입각한 노숙문제의 대응, 구체적으로는 저렴주거(Affordable Housing)의 추가 확보와 지원주택(Supported Housing)의 실행은 우리나라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전문가들이나 민간 현장에서 강조해왔지만,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과연 핀란드의 경우처럼 노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진행한 것이 노숙인 감소에 성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하려 한다면 무엇이라 해야 할까? 어떤 뚜렷한 정책적 목표와 어떤 내용에 대한 면밀한 집행이 노숙문제의 규모를 줄이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하기 쉽지는 않을 듯하다. 정부 자체가 어떤 방향의 정책이 어떠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고, 사실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바로 얼마 전 개최되었던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에 따른 2023년도 시행계획 추진실적에 대한 평가결과 보고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중앙정부는 ‘우수’로 지방자치단체는 전체적으로 ‘양호’로 평가되었다 한다. 지금 사회복지 분야의 상당 부분이 지방정부 업무 소관으로 소위 지방 이양되면서 중앙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예산도 없고, 특별히 하 는 일도 없다. 사실 예산과 권한이 이양되었다는 빌미로 굳이 아무 일도 하려 하지도 않는데, 하는 역할이 없으니 잘못한 것도 별로 없다는 수준에서 ‘우수’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보고받은 내용과 수치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있을까? 혹은 보고한 보건복지부도 노숙문제와 관련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심지어는 무엇을 보고한 것인지를 이해나 하고 있을까? 핀란드는 ‘노숙종결 계획’을 만들고 주거 우선의 방식으로 이를 달성해 가겠다는 계획을 정부가 발표하여 추진 중이다. 심지어는 전 세계에서 노숙인의 수가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는 미국에서마저도 ‘노숙문제 종결계획’을 만들어 추진해온 바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금 보건복지부의 최대 관심은 이제 지방이양 사업인데 예산도 주어지지 않는 만큼 이 사업의 책임이나 평가대상의 부담에서 제외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닐까?

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진행되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 수립과 평가, 그리고 이를 위한 전국적 실태조사도 우리나라에서는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노숙인 수의 감소(노숙문제의 양적 감소)를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은 참 대단하다. 물론 현재의 2차 종합계획에서 5대 분야와 11개 추진과제를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거리현장의 위기지원과 의료지원, 그리고 통상 보건복지부가 언급하기 싫어하는 주거 지원까지도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되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떤 정책에 초점을 두고,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여, 어떤 정책적 목표를 구체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점은 불분명하다. 입체화와 초점이 두드러지지 않으니 당연한 내용의 나열처럼 보인다.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노숙인 수 통계가 거리노숙인과 노숙인시설 입소자로만 국한되지 않고 핀란드나 유럽의 ETHOS와 같은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었다면 국제적으로도 함의가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그림 2]의 핀란드에서의 결과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ETHOS Light의 4, 5 범주가 두껍게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거리노숙인 관련 부분의 수치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한 통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숙인 통계에서는 노숙 생활의 경계선에 처해 있는 위험인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법조문의 규정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은 전체적으로 누락되어 있다. 최저주거기준은 말할 것도 없고 도저히 정규적 주거지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의 장소에 머물고 있어도 거리노숙 현장으로 집계장소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는 모두 제외되고 있다. 노숙인과 노숙인이 아닌 사람으로만 구별되고 있는 것이다.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주거배제를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그 극단적 양상으로 노숙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하나, 노숙인 복지현장에서 한 이야기처럼 (통계적으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노숙인 대상으로 임시거주지원을 통해 고시원 등에서의 생활로 유인하는 것, 노숙인 대상의 매입임대주택 제공과 사례관리, 공공임대주택과 사례관리를 연결하는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이 사업의 대상자들은 지역사회의 안정적인 주거생활로 복귀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의 대상자로 지원을 받는 즉시 노숙인 통계의 집계에서는 제외되었다. 이 수치만 단순 집계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 절대 수가 크지 않은 노숙인 수 집계에서 이들을 제외하게 된 것은 노숙인 규모의 통계에서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노숙인은 아닌 것으로 집계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례관리는 여전히 노숙인복지 현장의 실무자들이 진행하는 업무이다.
우리나라의 노숙인 통계에 나타난 지속적인 노숙인 수 감소는 긍정적인 양상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책대상 범주의 개념화 그리고 통계적으로 집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협소함이라는 한계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점점 줄어드는 1만 명의 사람에게만 국한된 사회문제나 위험성이 아니다. 우리 나라의 노숙인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광범위한 주거배제의 위험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노숙인과 사회적 배제
노숙인 복지의 영역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Colburn 과 Aldern의 책에서는 노숙문제를 주거문제로 조망해야 하는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 바 있다.
한 개인이 노숙생활을 하게 되는 이유는 빈곤, 실직, 퇴거 등 주거위기, 가출, 정신건강, 알코올이나 약물 문제 등 다양하다. 서로 다른 이유들이 서로 다른 차원과 구조에서 노숙 생활의 실제 기여 요인으로 작용하며,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어느 한 사람이 정신건강 상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노숙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넓은 광역의 지역사회 수준에서 본다면 정신건강이나 약물 문제 등은 노숙의 원인이라 하기 어렵다. 조금 더 나아가 날씨나 실업, 공공정책의 엄격성(노숙인들에게 쉼터나 급식 등 서비스가 많이 제공되는가를 포함하여) 등도 지역사회 단위에서는 노숙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책에서는 미국의 정신질환자가 많은 지역이나 약물 중독이 많은 지역, 혹은 복지정책이 노숙인들에게 관대하고 허용적인 지역이 (인구당) 노숙인이 더 많지 않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Colburn과 Aldern은 미국에서 실증자료를 통해 광역지역 단위에서 주거비, 특히 저렴주택의 부족으로 인한 저렴주거의 임대료 상승 수준이 인구당 노숙인 규모 확대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Colburn, G., & Aldern,C. P., 2022).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단위별로 관련된 통계자료가 아직은 제대로 확보될 수 없고 이를 검증한 연구결과는 없다. 그렇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노숙을 (지역주민의 특정한 개인특성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주택문제를 반영한 결과 양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일부 위정자는 노숙을 개인 성향의 문제 혹은 시설수용이나 치료의 문제로 이야기하곤 한다. 노숙인의 알코올 문제나 정신 건강의 취약성은 심각하다. 하지만 노숙인에게 정신건강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과 노숙문제 자체를 정신건강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노숙인(유독 주택과 관련하여 사회적 고통이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주거의 배제, 사회적 배제의 극단적 양상으로 문제를 포착하고,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형제복지원, 영화숙·재생원 등 소위 부랑인과 부랑아에 대한 집단시설수용 정책이 가져온 폐해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이 당시의 공공행정 수준의 늪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복지시설과 지금의 상황은 매우 다르지만, 예전보다 시설이 좋아졌다고만 할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거배제에 대한 공공정책을 보강하는 것은 시설을 좀 더 좋게 만드는 것으로 치환될 수 없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주거의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 전반에서 혐오 피해나 어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거가 인간의 생활에 필수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서울지역 거리노숙인에 대한 조사결과(한국도시연구소, 2021)에 따르면 거리노숙인의 하루 평균 식사 횟수는 2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1.8회로 조사되었으며, 이들이 끼니를 거르게 된 이유는 급식소 이용의 어려움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유사한 재난 상황이 다시 발생했을 때 여전히 민간 급식체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야외에서의 급식은 인권침해이다. 하지만 서울역 광장에서는 늘 종교적 행사 참여를 미끼 혹은 강요하며 진행되는 야외급식이 횡행하고 있다. 서울시 약자와의 동행 프로그램 때문에 급식 보강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식당에서 일반 손님이 많은 식사시간대를 피하게 한다든지 테이블에서 배제하는 등의 노숙인 차별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과거 한 조사에 의하면 노숙인 중 재난지원금을 받은 비율은 11.8%에 불과하며, 77.5%는 주민등록 주소지가 멀거나(27%),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26%), 거주불명등록자이거나(23%), 신분증이 없다(3%)는 이유로 지자체 재난 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최혜지 외, 2021).
구조의 이슈가 아니라 사람의 이슈로 볼 때, 배제와 혐오는 더 부각된다. 혐오와 증오범죄(Hate Crime)는 최근 균열이 심해지는 우리 사회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노숙인은 혐오와 증오라는 사회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원래 왕따는 힘이 약한 소수 친구를 따돌리면서 나는 다수에 포함되어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주도자와 방관자 즉, 참여자 모두의 악행이다. 노숙인에 대한 부분이 이와 많이 닮아있다. 노숙인의 개인특성에 대해 비난하면서 나는 그렇지 않다는 안정감을 취한다면 이는 집단적 야만이다. 여전히 노숙인은 사회 일반 인구층과 비교하여 범죄의 가해자이기보다는 피해자인 경우가 더 많다. 길에서 거리노숙인의 존재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거리노숙인은 그 두려움을 훨씬 더 크게 느끼고 있고 욕설이나 심지어는 폭행을 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거리노숙인이 거리나 공원에서 술을 마시며 앉아 있는 모습이 불쾌감과 두려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음주현장에는 노숙인이 아닌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는 술을 마시고 싶고 노숙인에게 시비를 걸어 싸우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거리노숙현장에 와서 늘 음주와 마찰을 조장하는(노숙인이 아닌)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얼핏 모든 부정적인 흐름을 싸잡아 노숙인의 문제로 비난해버리곤 한다. 언론에서는 노숙인이 가해자인 사건을 색출하여 선정적으로 강조한다. 공공비용이 투입 되는 서비스가 노숙인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낭비되고 있다고 강조되는 양상도 보인다. 노숙인은 개인적으로 많은 측면에서 취약성이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거경쟁에서 뒤떨어지는 사람은 개인적 취약성으로 인해 소위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일 것이다. 문제는 게임의 규칙이다. 어느 지역에서 저렴주거가 부족하고 주거비(임대료) 수준이 높아 1,000명의 노숙인이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있을 때, 그 1,000명을 비난하거나 이들의 취약성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1,000명의 탈락자가 발생하는 구조나 게임의 규칙을 바꿀 방법을 찾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아직도 ‘노숙자’ 심지어는 ‘부랑’이라는 용어가 공공기관의 문서나 자료에서도 횡행하는 상황에서, 또 노숙인 퇴치를 지방자치단체 선거 공약이나 구호로 내어놓는 상황에서 너무 큰 기대일지도 모르겠다. 1만 명의 통계 속에, 또 그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단순한 통계 속에 머무른다면 일부 개인을 배제하고 고립시킬 위험이 커진다. 그 이면에 잠재된 광범위한 주거배제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피해자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고립보다는 사회적 통합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참고문헌
FEANTSA(2024). 9th Overview of Housing Exclusion in Europe 2023.
HUD(2023). The 2023 Annual Homelessness Assessment Report(AHAR) to Congress.
Colburn, G., & Aldern, C. P.(2022), Homelessness is a Housing Problem,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최혜지 외(2021).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의 취약계층 인권보장 실태. 국가인권위원회.
한국도시연구소(2021). 재난상황에서 노숙인 등의 인권실태. 서울특별시.
임덕영 외(2021). 2021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부.
임덕영 외(2023). 2022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정책 성과평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건복지부.
https://www.feantsa.org/download/fea-002-18-update-ethos-light-0032417441788687419154.pdf (2024.11.22. 인출)
월간 <복지동향> 2024년 12월호(제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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