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ㅣ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헌정질서에 대한 부정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현시점에서도 극우 세력의 가시적 저항과 폭력적 행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온라인 공간에서는 혐오 담론과 음모론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극우주의와 혐오 정치의 확산은 단순히 일회적 사건이 아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근간을 위협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견 한국적 특수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현상은 사실상 전 지구적 극우 포퓰리즘 흐름의 국지적 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4년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시행된 선거에서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들이 상당한 지지를 얻었고, 이는 혐오와 분열에 기반한 정치적 담론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위협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맥락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다섯 명의 전문가들의 분석과 해설을 수록하였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극우화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할 뿐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제공함과 동시에 위기 극복을 위한 이론적·실천적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장석준 기획위원의 「가장 강력한 반파시즘 정치는 사회대개혁」은 유럽과 한국의 극우 현상을 비교·분석하며 한국적 특수성을 포착한다. 유럽의 극우가 장기적 진화 과정을 거쳤다면, 한국은 12.3 계엄을 기점으로 파시즘의 임계점을 급격히 돌파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그람시의 사상을 원용하여 사회경제적 개혁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반파시즘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 극우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도록 하는 긴급한 사회경제적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국가의 방기는 이들을 극단적 해결책인 극우적 태도 혹은 동조로 유인할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미애 교수의 「극우주의와 혐오」는 혐오의 정치적 도구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혐오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닌 특정 집단을 타자화하여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정치적 전략으로 기능한다. 특히 소수자, 이민자, 여성 등이 주요 대상이 되며, 이들은 ‘우리’와의 차별성을 근거로 배제와 차별의 대상으로 구성된다. 저자는 혐오가 공동체의 연대성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침식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한국의 맥락에서는 분단 체제에서 비롯된 ‘적’과 ‘우리’의 이분법적 인식 구조가 다양한 사회 영역으로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주하 교수의 「K-극우에 오염된 포퓰리즘 구출하기!」는 상당히 폭넓은 사상과 이론에 대한 검토에 기반하여 포퓰리즘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대안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진보적(좌파)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와 평등의 확장을 위한 유효한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논증한다.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이 사회 분열적 이분법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식되나, 그 본질은 대중의 목소리를 정치 영역에 반영하는 데 있으며, 핵심은 이러한 정치적 에너지를 어떠한 방향으로 견인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윤홍식 교수의 「극우는 어떻게 복지국가를 위협하는가?」는 복지 정책이 배제와 혐오의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을 분석한다. 특히 ‘복지 쇼비니즘’ 개념을 통해 복지 수혜 대상을 자국민으로 한정하는 배타적 논리가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는 현상을 고찰한다. 물론 한국의 경우 유럽보다 이민자 이슈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으나,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유사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경제적 불안정성이 심화할수록 납세자들의 배타적 정서가 강화되며, 이러한 배제의 논리는 궁극적으로 복지국가의 기본 원리를 훼손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 김건우 팀장의 「내란과 극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전망하다」는 참여사회연구소의 좌담회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 극우화 현상에 대한 다각적 분석을 제공한다. 해당 좌담회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극우 세력의 실체와 그 영향력에 대한 견해를 개진하였다. 주목할 만한 분석은 한국의 극우 세력이 유럽과 달리 정당을 통한 제도권 진입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종교 단체를 매개로 세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음모론의 확산과 젊은 남성층의 혐오 담론 내면화 현상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열 극복을 위해 저자는 ‘돌봄의 정치’라는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다섯 편의 글을 통해 살펴본 한국의 극우주의 현상은 국내외적 맥락 속에서 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문제임을 알 수 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표면화된 극우의 위험성은 단순히 정치적 이념의 차이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과 복지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구조적 도전이다. 극우 세력이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통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상황에서, 사회대개혁과 포용적 연대 정치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대응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포용적 복지체계 구축,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교육과 문화적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각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듯, 극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엄과 권리를 보장받는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과 사회적 연대에 있다.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와 분열이 아닌 공동체적 연대와 사회정의의 확장이다.
탄핵이 인용되고 치러질 조기대선은 한국 사회의 진로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주의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성찰적 각성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번 복지동향이 이러한 성찰과 공론화의 출발점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월간 <복지동향> 2025년 4월호(제3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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