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12-01   104461

[동향2] 원격의료, 영리병원과 함께 기업들이 숙원해온 의료민영화

전진한ㅣ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원격의료(‘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11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글을 쓰는 11월 말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최초로 발의한 지 16년만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 정부입법 개정안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의료산업화 전략이 고스란히 이명박 정부 각종 자료에 문자 그대로 실리던 시절이었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 설립으로 병원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이 이른바 의료를 미래 ‘신사업’ 등으로 규정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중요한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한다.

하나는 ‘의료서비스산업 고도화와 과제’다. 여기서 삼성경제연구소는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한다.1 다른 하나가 ‘유헬스(u-health) 시대의 도래’다. 삼성은 IT기술을 활용해서 진료와 건강관리를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건강관리와 원격의료를 선결조건으로 제시한다. 2

삼성이 제시한 의료민영화의 방향타였다. 이중 전자인 영리병원 도입, 민영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노골적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강력한 운동의 저항에 직면했고 대중의 반감이 크다. 그래서 정부와 자본은 예를 들어 영리병원의 경우 노골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제주도 등에 외국인 병원의 형식을 취하거나, 영리자회사,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등으로 간접적으로 시도를 해왔다.

후자의 한 축은 원격의료다. 왜 원격의료가 중요할까? 삼성은 ‘유헬스 시대의 도래’ 보고서에서 ‘유헬스를 통한 다양한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등장’을 말한다. 다양한 공급자란 어떤 의미인가.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의료인과 비영리병원과 공공의료기관 뿐이다. 기업이 의료 공급자 역할을 하는 것(영리병원)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원격의료를 열면 자본이 그 길을 통해 의료 공급 구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기존 병원 외에도 건강관리회사, 통신 및 의료장비업체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의료서비스 공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삼성은 내다봤다. 여기서 ‘건강관리회사’는 민간보험사를 의미한다. 유헬스는 이처럼 기업의 의료 참여 즉, 영리병원으로 가는 또 다른 길로서 제시되었다.

이후 2010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른바 ‘HT 보고서’라 불리는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을 발표한다. 삼성이 그리는 전방위적 의료 민영화 청사진을 제시한 641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다. 삼성은 HT(Healthcare Technology) 즉 기업의 사업영역이 단지 의약품, 의료기기 제조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제안한다. 삼성에 따르면 비영리인 병의원, 공보험 체계인 의료보험, 상품이 아닌 환자 정보까지 HT 영역이다. 그러면서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진단과 치료, 재활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건강과 의료 전 주기를 기업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는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서 기업이 ‘진단과 치료’ 부분에 진출하는 수단인 원격진료는 중심을 이룬다.3 삼성에게 ‘의료기술(HT)’ 도입이라는 명분은, 당시 시민사회가 진단했듯 “영리병원허용, 민간보험활성화 등이 당분간 어려워지자 의료민영화의 우회로로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진료를 통해 의료민영화를 이루려”는 의도를 관철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 4

원격의료 도입은 이후 자본의 주요 요구였다. 대표적으로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 산업 영역에 걸쳐 정부에 9건의 혁신성장 규제개혁 과제를 제안했는데, 이 중 첫째가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고 둘째가 ‘원격의료 규제 개선’이었을 정도로 영리병원과 함께 원격의료는 기업주들의 핵심 이해관계가 달린 숙원이었다.

정권을 막론하고 여기에 힘을 실었다.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를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대표 정책으로 삼았다. 윤석열은 ‘닥터나우’ 창업자를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시키고 미국 순방까지 동행할 정도로 각별히 챙겼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이후에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무제한 허용해, 법개정 없이도 업계 시장진출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리고 이제 이재명 정부는 그 어느 정권도 하지 못했던 법개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보건의료 지배 플랫폼의 등장, ‘닥터나우’ 뒤 숨은 재벌 대기업들

형식적으로는 원격의료 기술은 의료서비스 외부에서 의료인과 환자 간 중개를 제공할 뿐이다. 그런데 삼성을 위시한 재벌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의료공급의 실질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그들의 의도는 과거보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성숙한 오늘날에 이해하기 훨씬 쉬워졌다.

플랫폼의 장악력이 실로 얼마나 큰 지를 ‘카카오택시’와 ‘배달의민족’ 등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없는 택시, 배민이 없는 음식배달을 상상하기 어려워졌고, 음식점주와 택시기사들은 형식상으로는 아니더라도 사실 배민과 카카오라는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나 다름 없다. 플랫폼은 일감을 배분하고 노동을 통제하며 실질적으로 해당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플랫폼은 별다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통행료 장사(지대 추구)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데 그 과정에서 공급자,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본다. 최근 참여연대에 따르면 점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배달앱 수수료는 30%에 달하고, ‘무료배달’ 이후 점주들은 음식값을 올렸다. 5

의료에서도 벌어질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가를 배달앱 수수료와 같은 30% 가산한 것은 상징적이다. 플랫폼 기업이 남길 이윤은 의료비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의료 비용이 오른다.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돼 기업이 이윤추구를 시작하면 이 문제는 본격 대두될 것이다. 이미 소아과 진료예약 앱 ‘똑닥’이 월 1천 원 구독료를 받아 논란을 일으켰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이 앱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비용상승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의료서비스의 내용도 왜곡시킬 것이다. 시범사업에서도 이는 어느 정도 확인되었다. 플랫폼은 사실상 전문의약품 자판기 역할을 하며 이용자를 끌어모아 과잉진료와 약물남용, 부당청구 등을 부추겼다. 플랫폼은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하고 제휴약국에 처방을 몰아주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플랫폼은 지배적이 될수록 더 강력하게, 이용자에 대한 노출을 통제하는 막강한 수단을 동원하고, 어떤 의사가 어떤 환자군에 어떤 진료를 하고 무슨 약을 처방하는 지를 사실상 좌우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도 기업에 유출·낭비시킬 것이다. 여타 상품시장과 달리 의료서비스는 환자의 본인부담 비용뿐 아니라 사회보험료로 운영된다. 그 수익모델이 무엇이든, 의료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사회보험 재정에 빨대를 들이대 이윤을 내는 기업이다. 이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다. 

상업적 부분으로의 자원유출도 일으킬 것이다. 비급여 등 영리 부문이 팽창하면 이쪽으로 주로 의사 등 인력과 자원이 몰리며 의료 본연의 기능이 축소된다. 그렇지 않아도 외면받는 중증, 응급, 외상, 분만 의료 등 의사들이 잘 가지 않는 지역·공공의료 서비스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애초에 운수업과 요식업은 영리 산업인 반면, 의료는 기업의 투자와 배당을 허용하지 않는 비영리 부문이다. 기업이 진입해 지배 플랫폼을 형성하면 의료시스템 전체가 기업에 넘어가는, 영리병원 도입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일어난다.

지배 플랫폼은 삼성, LG, SKT, 네이버 등 대기업의 몫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원격의료 산업에 투자해왔다. 특히 최근엔 보험사가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KB손해보험 자회사가 ‘올라케어’를 인수했고, 삼성생명은 ‘굿닥’과 연계사업을 했다. ‘유헬스 시대의 도래’에서도 삼성경제연구소는 민간보험사의 역할을 주문한 바 있다.

보험사가 의료공급을 지배·통제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은 가장 위험하지만 가능성 높은 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식 민영화의 주체인 민영보험사-의료기관 복합체(HMO)가 형성될 것이다. “보험자본은 이제 원격의료를 통해 가입자 의료비를 지불해주기만 하는 ‘payer’ 역할에서 가입자 건강관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player’ 역할을 할 때다.” 3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일PwC가 최근 이렇게 제시한 것은 보험사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6

보험사가 건강관리와 원격진료의 주체가 되고 환자 정보까지 통제해 ‘헬스케어 생태계의 중심자 역할’을 한다는 이 비전은 다른 말로 미국식 민영보험 모델이다. 원격의료는 이처럼 ‘닥터나우’ 등 중소기업의 푼돈벌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자본의 의료민영화이고 의료체계를 미국식으로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원격의료를 도입한 해외 사례들이 주는 교훈

외국의 선례를 봐도, 원격의료 도입이 단순히 기존 의료체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수단 하나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 시스템의 성격 자체를 뒤바꿔놓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나라들에서 원격의료 도입 배경과 과정, 결과를 관통하는 공통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노엄 촘스키의 다음과 같은 통찰이 도움이 된다. “민영화에는 표준적 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민영화하려는 사업의 재정을 삭감하는 것입니다. 대처가 철도를 민영화하려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가장 먼저 재정을 삭감해야 합니다. 그러면 철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람들은 분노하며 변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부가 해당 부문을 민영화하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7

영국 잉글랜드는 공공 원격의료 상담시스템을 무료로 운영하는 나라였다. 365일 24시간 누구나 ‘국가보건서비스(NHS) 111’에 전화를 걸면 의사·간호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에 전화를 걸면 의료인이 상담 후 필요하면 병원이송차량을 제공하거나 가까운 병의원·약국에 연결해주고, 가벼운 증상은 관리법을 알려줬다.

그런데 정부가 2010년 이후 재정을 삭감하고 민간에 외주화한 뒤부터 이 서비스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숙련 의료진과 인력이 줄고 초과노동이 늘면서 상담의 질이 떨어졌다. 2022년 한해동안 111에 걸려온 전화 360만 건이 포기됐는데, 평균 대기시간이 25분이나 될 정도로 너무 길어서 약 5명 중 1명이 상담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8

공공 원격상담 서비스가 붕괴하면서 생긴 불만을 틈타 정부가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 시장을 열었다. 복지부장관이 나서 Babylon(바빌론)을 띄우면서 자신도 구독자이며 이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치켜세웠다. 2015년 NHS 잉글랜드와 계약한 이 기업은 앱을 통한 신속한 화상 상담 및 당일 진료 예약 등의 편의성을 내세웠다. “단순한 질병을 가진 건강한 환자들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반면, 다중 질환이 있거나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의료가 가장 필요한 환자들은 적시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이중적(two-tier)’ 의료 체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RCGP(왕립 일반의과대학)는 즉각 경고했다.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바빌론은 건강한 젊은 환자들만을 선별해 등록시켰다. 환자의 85% 이상이 20~39세였고, 노인, 임산부, 치매 환자 같은 기저 질환자는 ‘부적합’ 대상자로 분류해 거부했다. 영국은 의료기관이 환자 1인당 일정 비용을 받는 체계(인두제)인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젊고 건강한 환자는 원격 앱이 끌어가 쉽게 돈벌이를 했다. 반면 기존 진료소들은 불균형적으로 많은 빈곤층과 노인 진료를 담당하게 되면서 자금 부족으로 재정난을 겪게 되었다. 바빌론은 2024년 6월 사업을 최종 중단할 때까지 최소 5천만 파운드의 NHS 공공 보건의료 재정을 낭비시킨 것으로 추산된다.9

“영리 시스템은 가장 건강하고 부유한 환자들,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환자들을 ‘골라내는(cherry-pick)’ 경향이 있으며, 더 복잡하고 취약한 환자들은 공공 시스템에 ‘버리는(lemon-dropping)’ 경향이 있습니다.”10

바빌론이 파산한 후 이를 인수한 새로운 소유주들은 바빌론의 재앙적 전력에서 거리를 두기 위해 ‘이메드(eMed)’로 브랜드를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이 앱은 공공일차진료(NHS)를 제공하는 것을 명목으로 정부 재정을 챙겨서는, GP(주치의) 진료 당 59파운드(약 10만 원)를 받는 유료 서비스로 유인하고 상업적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영리 앱은 영국 일차의료 부문의 영리화와 비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11

캐나다에서 원격의료가 도입된 배경도 유사하다. Alberton 같은 농촌 지역 의사 부족과 긴 응급실 대기 시간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자 2020년 정부는 응급실의 일부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는 대신 민간 기업인 ‘메이플(Maple)’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여 의사와 영상 상담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의료 문제도 정부의 노골적 긴축정책이 유발했다. 정부는 재정 감축으로 약 11,000명의 의료 일자리를 외주화하고, ‘민간 계약 외과 수술’ 제도를 도입하고, 공공 진단검사실을 민간에 매각하고, 장기요양시설을 민영화했다. 이런 과정은 의료서비스를 악화시키고 대기 줄을 길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텔러스(Telus)나 로블로(Loblaw) 같은 원격 기업에 의료시장을 열었다.

공공의료 체계를 운영하면서 무상의료를 적용하는 캐나다는 1966년 이래 ‘누구나 경제적 장벽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원격의료 도입 이후 풍경은 바뀌었다. 의료는 기업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유료서비스가 됐다.

과다청구도 늘었다. 2020년 온타리오 감사원에 따르면 하루에 321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며 170만달러를 청구한 의사가 있었다. 실제로 4천 건 미만의 진료를 수행하고 17,500건을 진료했다며 86만 달러를 청구한 의사도 있었다. 캐나다에서 이런 과다청구는 전례 없다.

비용이 발생해도 사람들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공공 의료 서비스 대기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돈으로 앞자리를 사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런 이중 체계의 등장은 캐나다의 보편적 의료 체계를 무너뜨렸다. 캐나다에선 원격의료로 돈을 더 지불하면 비보험으로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메이플(Maple)은 평일 진료에 49달러, 주말 진료에 79달러, 야간 진료에 99달러를 부과한다. 이런 비보험 진료가 온타리오 원격의료 서비스의 기본 옵션이다. 보험진료가 오히려 선택 옵션이다. 이로 인해 의사 인력도 돈 되는 비보험 진료로 대거 유출되고 있다. 캐나다 도서 지역(PEI)에서는 공보험 적용 진료는 운영이 아예 중단됐으며, 보험 미적용 개인부담 원격의료는 ‘2분 내’ 진료를 약속하고 있다. 12

미국에서도 원격의료 업체들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의료 민영화의 나라인 미국은 의료비가 비싼 것으로 유명한데, 원격의료 플랫폼은 저렴하고 빠른 접속을 내세워 영업을 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메디케어 등에서 원격의료 보험적용이 늘어난 것이 시장을 팽창시키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은 다양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첫째, 수익성을 위해 짧은 시간 내 환자를 처리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 예로 세레브럴(Cerebral)이라는 정신과 플랫폼은 의료진에게 진료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환자 수를 늘리라고 강요했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며 쫓아냈다. 13

어헤드(Ahead)라는 플랫폼은 의료진에게 과다약물 처방을 강요했는데, 약물 조제가 그들이 투자한 온라인 약국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선 거대제약사들이 원격플랫폼을 직접 출시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화이자의 ‘Pfizer for all’, 일라이릴리가 운영하는 ‘LillyDirect’ 등은 의사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을 강요하고, 환자에게는 약물을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14

또한 환자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세레브럴(Cerebral)은 320만여 명의 환자 이름, 주소, 전화번호, 생년월일, 의료 및 처방기록, 심지어 정신상담 내용과 병력을 페이스북, 구글, 틱톡 등 제3자 광고 플랫폼에 넘겼다. 베터헬프(BetterHelp)라는 원격 상담 기업도 광고 목적으로 환자 이메일 주소, IP 주소, 건강설문지 정보를 페이스북, 스냅챗, 크리테오, 핀터레스트에 넘겼다.

기업의 ‘유헬스’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 공공의료

‘원격의료 도입은 세계적 흐름이고 한국만 뒤처져 있다’며, 산업계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문제 없이 활용된다고 말하는 원격의료 서비스의 실체와 진실은 위와 같다. 의학저널 랜싯(Lancet)도 세계 곳곳에서 기업들이 원격의료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의료시스템을 민영화하는 일관된 패턴이 발견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각국 정부가 긴축으로 공공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서 해당 서비스를 민간에 넘기는 과정에서 원격의료 기술이 주요 매개가 되고 있다.15 정부와 기업은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나 ‘혁신’을 명분으로 삼고 코로나19라는 충격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일치된 전략을 보인다.

한국에서 원격의료가 추진되는 배경도 외국과 유사하다. 붕괴하는 의료에 대한 사람들의 깊은 불만이 근저에 있다.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휴일과 야간에 경증이든 중증이든 응급실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고, 의료 취약지에는 병원이 없어 의사를 만나거나 약을 타려면 먼 길을 가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이 단 5% 뿐이라 지역에는 병원이 없고, 공공적 의료상담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가 만연해 많은 의사들이 상업적 진료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역대 정부의 의료재정 삭감과 긴축, 민영화가 만든 결과다.

영리적 원격의료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외국처럼 의사들은 더 팽창하는 상업적 부분으로 몰려 의료 취약지 인력과 자원은 더욱 사라질 것이다. 또 플랫폼은 외국 사례들처럼 과잉 진료를 유발해 환자 의료비를 올리고 건강보험 재정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다.

그 결과 영국과 캐나다에서 보여지는 ‘이중의료체계’, 즉 부유한 사람들은 돈으로 대기줄을 건너 뛰어 쉽고 빠르게 진료를 하지만 취약한 사람들은 의료 접근에서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한국의 보편적 건강보험 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캐나다에서 원격의료가 초래한 민영화된 의료 현실을 분석하며 캐나다 공일반노조는 이렇게 썼다. “원격의료의 민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 중 하나는 모든 캐나다인의 의료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공공적으로 통제된다면, 모든 캐나다인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16

실제로 같은 영국에서도 잉글랜드와 달리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다른 길을 걸었다. 스코틀랜드는 2016년 ‘니어 미(Near Me)’라는 NHS Scotland가 운영하는 공공 원격의료 플랫폼 운영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특히 큰 역할을 했다. 일차진료, 커뮤니티 진료, 급성 진료 등 포함한 80개 전문과에 걸쳐 활용되고, 특히 정신건강 서비스 진료에 많이 이용되었다. 웨일스는 경증의 증상을 겪는 환자가 국영 의료 상담센터에 전화하면 간호사나 의사가 지침을 제공하는 공적 원격 상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상담서비스를 통해 진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환자는 ‘NHS 웨일스 화상 상담 서비스(NHS Wales Video Consulting Service)’를 통해 진료받는다.

공공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에서는 환자 의료비 상승도, 영리행위로 인한 낭비적 재정지출도, 의료진 유출로 인한 공공클리닉 붕괴도, 돈으로 대기줄 건너뛰기 같은 의료불평등도 발생하지 않는다. 의료 데이터를 영리 목적으로 팔아 넘길 걱정도 없다.

예컨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잉글랜드에서도 긴축 공격 이전까지 잘 운영됐던 NHS 111 같은 모델이다.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걸면 공공적 의료상담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야간이든 주말이든 의료적 필요를 해소할 수 있다면 의료접근성은 훨씬 더 효과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공공일반노조가 또한 지적하듯이, “공공이든 민간이든 원격의료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차 진료 부족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앱 그 이상이 필요하다. 지역의 비영리 보건의료기관처럼, 의료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공공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공공의료기관과 공공적으로 양성·배치되는 인력이다.

삼성이 바라는 의료, ‘언제 어디서나’ 기업이 개인의 유전정보와 생체정보, 건강기록과 의무기록을 수집해 건강과 의료를 통제하는 미래는 우리를 유토피아로 데려가지 못한다. 그 미래는 공적 사회안전망이 붕괴한 각자도생 위에 세워질 것이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 생명과 건강이 가장 위협받는 사람들은 배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두에게 필요한 의료의 대안은 기업의 ‘유헬스’가 아니라 공공의료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바로 그 공공의료를 앞세우며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정작 기업의 오랜 숙원인 의료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

| 미주 |

  1. 삼성경제연구소, ‘의료서비스산업 고도화와 과제’, 2007.2.8. ↩︎
  2. 삼성경제연구소, ‘유헬스(u-health) 시대의 도래, 2007.5.2. ↩︎
  3. 보건복지산업부(주관연구 삼성경제연구소),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2010.8. ↩︎
  4.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범국민운동본부, 삼성경제연구소 “보건의료산업 선진화방안” 보고서 주요내용 및 문제점, 2010.10.5. ↩︎
  5. 참여연대, 배달앱 수수료 부담 실태 이슈리포트 발표, 2025.10.22. ↩︎
  6. 삼일PwC경영연구원, <디지털헬스케어의 개화, 원격의료의 현주소 – 제4의 Player 보험사>, 2022.12. ↩︎
  7. Rebecca Graff-McRae, Underfund, Criticize, Privatize. The UCP plan for public healthcare, Albertaviews, 2023.3. ↩︎
  8. Josiah Mortimer and Max Colbert, Whistleblower Exposes Alleged Systemic Staffing Problems in NHS 111 Hotline, 2023.5.26. ↩︎
  9. John Lister, Forty years of failure Private sector contracting and its impact on the NHS, Public interest law center, 2024.8. ↩︎
  10. Danyaal Raza and Jillian Ratti, “The mobile health care app touted by the Alberta government has flaws”, MacLean’s, April 14, 2020. ↩︎
  11. Maureen Mackintosh etc, Commercialisation and private business models in English primary care: learning from global health?, Innovation Knowledge Development, 2025.7. ↩︎
  12. NUPGE, Virtual Health Care Privatization, 2021.12. ↩︎
  13. TIME, The Online Therapy Bubble Is Bursting, 2022.11. ↩︎
  14. The Washington Post, Drugmaker-telehealth deals risk unnecessary prescribing, senators’ probe finds, 2025.7.17. ↩︎
  15. Paul Webster, Digital health technologies and health-care privatisation, The Lancet, 2019.8. ↩︎
  16. NUPGE, 같은 글 ↩︎

월간 <복지동향> 2025년 12월호(제326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