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6920

[기획5] 임대주택시장 관리와 병행해야 할 주거품질 규제

홍정훈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헛물켠 ‘비정상 거처 완전 해소’ 공약

지난 정부 공약에는 나름 파격적인 주거품질 관련 정책이 담겼다. 정상성 개념에 관한 학술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기대하기 어렵지만, 비정상 거처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공약집에는 열악한 상가, 공장, 여관, 고시원,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이 비정상 거처로 규정되었고, 무이자 융자 프로그램 및 바우처 형식의 지원을 통해 거주자의 이주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1

이러한 구상은 단발성에 그쳤지만 2022년 수도권 반지하 수해 참사를 계기로 일부 실현되었다. 반지하에 거주하던 가구가 지상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5,000만 원을 무이자로 융자하는 정책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서울시는 수해 참사 이전부터 반지하에 거주하다 지상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가구에 월세 20만 원을 지원하는 반지하 특정바우처를 신설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특히 서울시 정책은 2023년까지 목표 대비 실적이 1%에 그쳤다(홍정훈, 2024). 보증금 융자와 월세 지원 간 중복수급 불가 논란도 일었다. 정부는 참사 발생일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후에야 두 사업이 유사·중복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동시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지상과 지하 간 주거품질 격차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0만 원보다 컸다. 지상으로 이주한 가구는 소수에 그쳤다.

2020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울 반지하에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매입·전세임대주택으로 3,675가구가 이주했다. 이 중 85.6%가 전세임대주택을 지원받았다. 이 시기에는 SH 사장이 완강한 아집으로 매입임대주택을 반대했기 때문에 재고가 부족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공공주택사업자는 전세임대주택의 주거품질을 통제할 수 없다. 참사가 발생하기 수년 전부터 지원 한도가 낮은 전세임대주택을 통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덜 위험한 반지하뿐’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LH가 2024년 지침을 개정하기 전까지, 대상 가구가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곳이 지하인지에 대해서는 정책적 관심도 없었다.

참사 이후에도 대부분 가구는 지하에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공공의 지원을 받은 가구가 살던 집이 또 다른 가구에게 임대되는 것을 막을 장치가 없다는 점이었다. 위험한 거처의 임대와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국가와 지방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었다. 한편으로 자가 가구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던 문제도 컸다. 반지하 거주 가구의 자가비율은 약 20%에 달하는데, 자가 가구는 공공임대주택과 주거이전을 위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2000년대 초에도 주거복지 지원 확대와 주택보급률 산정과 관련하여 정상 거처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변창흠·이한일, 2004). 당시 연구는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며 1개 이상의 방과 화장실, 독립된 출입구가 있는 거처를 정상 거처로 보았다. 통계적으로 거처는 주택보다 작은 단위를 의미한다. 이는 주로 건축허가 없이 구획한 위법적인 임대용 거처를 다가구주택 등으로 양성화한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활용되는 개념이 되었다. 또한,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건축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거처를 주택이외의거처로 분류한다. 2020년대에 가장 흔한 주택이외의거처는 고시원과 쪽방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건축법상 주택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정부는 주택이외의거처라는 통계용어 대신, 비정상 거처라는 문제적인 정책용어를 만들었다.

위생문제 대응을 위한 주거품질 규제

프랑스는 일찍이 노동계급의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보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중에서도 개별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가 일반적인 주거형태였기에, 주거 쾌적성(Housing Comfort) 기준을 도입하여 주택의 위생 수준을 규제하는 기조를 잡았다. 특히 사회주택-한국적 맥락으로는 공공임대주택에 해당하는 유형-의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적절한 위생 수준을 갖춘 선도모델로 제시하고자 했다(Fijalkow, 2019). 석유파동을 겪은 후 1980년대부터는 건축물의 단열규제에 나섰고, 연료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도 함께 수립했다. 그러나 지방분권 흐름이 이어지면서 탈중심화한 주택시장 관련 규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유럽 전역에서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의 브뤼셀은 2004년부터 지역주택조사부서(DIRL: Direction de l’Inspection Régionale du Logement)를 설치하여, 위해한 주택의 주거품질을 감독하고 규제한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의 임대를 금지하는 셈이다. 임차인은 물론 사회복지기관도 위해한 거처를 지역주택조사부서에 신고할 수 있다. 임대인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여 임차인의 이주비용을 조달하기도 한다(한국도시연구소, 2020).

반면, 한국의 상황은 유럽과 매우 대조된다. 보건사회부(1969)는 국공유지에 조성된 무허가주택과 불량건물이 화재 연소의 위험, 보건위생, 자녀교육, 사회규범의 해악이 된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빈민층이 집단으로 형성한 ‘슬럼가’는 불결하며 사회악 조성의 온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진단으로 당시 정부는 주택의 양적 확산뿐만 아니라 질적 향상 과제를 제시했으나, 공공주택은 거의 공급되지 않았다.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재생산 영역에 투자하지 않은 발전국가는 국민주택의 재원을 가계로부터 조달했고, 민간 개발사업자에 개발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경로를 택했다. 주택의 탈상품화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은 1989년이 되어서야 제도화되었으나, 주택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아직도 신규주택 공급은 민간에 의존하며, 임대주택시장을 관리하는 국가 정책은 미비하다.

발전국가가 수립한 경로를 바꾸지 않은 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쪽방, 고시원처럼 거주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주거품질이 낮은 거처조차 규제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주택임대사업 외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에도 선명히 드러난다. 일례로 식품위생과 공중위생 분야에 대한 단속을 위해 ‘사법경찰직무법’에 의거해 광역·기초자치단체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한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통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 단속 사무를 수행한다. 반면,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감독 권한은 법률에 위임되지 않았다. 숙박업을 운영할 수 없는 주택에서 미신고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어도, 최저주거기준 미달의 미등록 임대주택 소유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불법건축물 감독관을 확대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후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한 기초지치단체는 24곳에 불과했다(국토연구원, 2024). 감독관의 권한에도 한계가 있는데, ‘건축법’을 위배한 건축행위에 대해서만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위험한 거처의 사용과 임대를 규제하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최저주거기준이나, 거주자의 건강과 안전 관련 요소는 ‘건축법’으로 포괄되지 않는다.

주거품질을 비롯한 임대주택시장 관리는 정부의 책임

유엔사회권위원회는 거주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거처를 ‘부적절한 주거(Inadequate Housing)’로 규정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이 국가와 지방정부에 있다는 것을 천명했다. 부적절한 주거 해소는 SDGs에도 포함된 목표 중 하나로,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진작 수립했어야 했다.

주택임대사업은 공식경제 영역으로 포섭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해외와 달리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도 아니고, 숙박업처럼 지자체의 감독 권한도 명시되지 않은 영역이다. 주택임대사업소득에 대한 비과세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세청 통계도 2019년에야 최초로 작성되었다. 조세감면과 건강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는 임대사업자에게만 임대의무기간, 임대료 인상률 제한 정도 의무를 부과할 뿐이다. 그마저도 지자체 인력이 부족하여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세사기·깡통전세 가해자 다수가 임대사업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례로 수원시에서는 공무원 1인당 5천 호 이상의 등록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주거급여 수급가구가 쪽방, 고시원, 반지하 등 부적절한 주거를 임차할 때 보장기관인 기초자치단체가 개입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다. 임차인이 주거급여를 수급하는 사실을 인지하는 임대인은 비인간적인 주거환경을 방치하면서도, 주거급여 한도 상향에 발맞추어 월세를 올린다. 그러나 임대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 책임을 강화한다는 전제 없이 주거품질 규제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수요자에게 해로운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

미국의 주거선택바우처(HCV: Housing Choice Voucher)는 주거품질을 규제하지만, 공공주택청(PHA: Public Housing Authorities)의 모호한 책임 때문에 수요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지역별 공공주택청은 바우처로 임대할 수 있는 주택 목록을 제공할 뿐, 주택 물색의 책임은 전적으로 수요자에게 있다. 수요자가 임대한 주택이 주거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임대인의 자발적 수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직접 주택수선비용을 충당하거나, 주거품질감독 결과에 따라 다른 주택으로 비자발적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DeLuca et al., 2013).

허리케인, 산불, 홍수 등 대규모 재난 발생 후에 임대인이 주택을 수선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기준 충족을 위한 수선을 이유로 임차인을 강제퇴거하는 문제도 임차인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임차인은 주택의 문제를 신고하지 못하고 계속 거주하거나, 당국의 규제 또는 수선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이주해야 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주택을 물색하지 못해 수급자격을 잃기도 했다(Brennan et al., 2022). 당국이 주거품질기준을 통한 규제가 임차인의 주거안정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4년부터 LH가 전세임대주택에 적용한 규제도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LH는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반지하 주택의 임차를 금지했다. 그간 서울시 조사로 위험한 반지하 주택에만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었고,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된 곳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기획 의도와 달리, LH의 규제는 위험하다고 분류된 주택만 임대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은 주택은 임대할 수 없도록 만든 셈이다. 임대주택시장 전반을 관리하는 정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공공기관이 선택한 고육지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미국과 한국의 주거비 지원·융자 프로그램의 품질 규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공공의 지원을 통해 수급가구가 빠져나간 지하 거처에 또 다른 가구가 거주하게 되는 악순환은 멈추지 않는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서울 외국인 가구의 지하 거주 비율이 20%에 근접한 것은 끔찍한 현실을 암시하는 증거다.

정리하면, 주거품질 규제는 정부가 임대주택시장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전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요자에게 기준을 충족하는 거처를 마련하는 책임이 전가되는 방식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한국 주택체제의 경로와 성격을 고려하면 지방정부에게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임대인의 정치적 압력에 의해, 위반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중과하거나 시정 요구를 통해 최저주거 기준 미달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법정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산하에 임대주택시장 관리·감독을 전담하는 기구를 신설하거나, 기존 기구를 확대·개편하는 편이 지방분권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주거품질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더라도, 쪽방촌처럼 부적절한 거처가 대규모로 밀집한 지역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주택사업을 재개해야 한다. 저소득 임차인의 강제퇴거와 비자발적 이주를 방지하고, 소셜믹스를 접합한 양질의 주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 주거품질 규제는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고, 집행 책임은 반드시 정부에 부과되어야 한다.

| 미주 |

  1. 공약집 원문은 비정상 거처 ‘거주자’의 완전 해소라고 표현되었다. ↩︎

| 참고문헌 |

국토연구원, 2024, 불법건축물의 주거용 임대 실태와 세입자 주거권 보장 방안.

변창흠·이한일, 2004, 정상거처 기준을 활용한 서울시 주택보급률의 재평가와 효과에 관한 연구, 주택연구, 12(2): 29-54.

보건사회부, 1969, 사회개발장기전망.

한국도시연구소, 2020, 전세임대사업 주요 성과 및 향후 발전 방안, LH.

홍정훈, 2024, 서울시 반지하 거주 가구 지원대책 평가, <서울시 반지하 침수대책 점검 및 강화방안 마련 토론회> 자료집.

Brennan, M., Srini, T., Steil, J., Mazereeuw, M. and Ovalles, L., 2022, A perfect storm? Disasters and evictions, Housing Policy Debate, 32(1): 52-83.

DeLuca, S., Garboden, P. and Rosenblatt, P., 2013, Segregating shelter: How housing policies shape the residential locations of low-income minority families,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647(1): 268-299.

Fijalkow, Y., 2019, Governing comfort in France: from hygienism to sustainable housing XXth–XXIst century, Housing Studies, 34(6): 1021-1036.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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