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만 | 세종대학교 교수
들어가며
전세제도는 임차인에게 월세와 자가 사이의 주거사다리, 자산축적의 기회, 저렴한 주거를 제공한다. 임대인도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전세자금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에 투자할 수 있다. 임차인은 전세금을 목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전셋값이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오르는 전세대란 또는 임차하여 거주하고 있는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든 깡통전세나 새로 계약한 보증금이 낮아지는 역전세 등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전세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전세가격의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지게 되며, 역전세,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신세덕, 2023). 전세가격이 급등하면 집값도 상승하게 되어 거품에 의존하는 주택 소유가 늘게 되고,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게 되며, 집을 소유한 사람은 보수세력에게 투표하는 경향을 보여 전세대란은 보수정권 재창출 전략이 된다(조성찬, 2010).
전세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임차가구는 모두 월세로 거주하며, 보증금도 보통 월세의 2~3개월 치로 금액도 적다. 전세는 집값의 50~90%에 이르는 큰 금액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산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과 청년층은 월세 거주가 많다. 월세는 매월 소득에서 지출해야 해서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매달 나가는 월세를 아끼려고 한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대출 상품을 금융기관이 정부,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며, 금융기관은 전세대출의 위험에 대비해 대출보증에 가입하도록 요구한다. 한편, 임차인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위험에 대비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전세보증금반환을 보증해준다. 사적 계약에 의한 전세가 전세대출과 대출보증, 보증금반환보증이라는 금융상품을 통해 월세보다는 낮은 대출이자를 부담하는 임대차계약으로 진화했다.
2022년 말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전세사기 등 전세문제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피해자단체,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했으나, 여전히 좁은 피해자 인정과 실효적이지 않은 피해구제에 그치고 있다. 피해구제 방안에 대한 갈등과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세 관련 관습과 법 제도는 크게 변한 게 없어 전세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여전히 전세제도는 구조적으로 전세사기 등에 취약하다. 따라서 먼저 전세문제를 해결하여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회복해야 하며, 나아가 안전한 민간임대주택시장을 조성하려는 개혁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전세계약의 성격과 전세의 제도화 논의
- 전세계약의 성격
전세는 임대차계약과 소비대차라는 이중적 계약의 형태로 단순히 주택의 임대차계약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금융(私金融)에 해당한다. 구한말부터 오늘날의 전세 관습이 나타났으며,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물권적 성격이 채권적 성격으로 변하고 임대인보다 임차인 지위가 약해져 왔다(박신영, 2000).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당사자간 갈등과 분쟁은 임대인과 임차인, 금융 관점에서 차주와 대주의 관계에서 권력과 정보, 자원의 불균형이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세대출과 전세 관련 보증의 영향
전세대출은 자기자금으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이 전세시장에 계속 머물거나 새로 진입할 수 있게 해준다. 전세대란이 일어났었던 1990년에 금융기관이 전세대출을 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정부가 정책형 전세자금대출(근로자 서민 전세자금대출, 저소득가구 전세자금대출)을 출시했다. 이러한 대출상품은 2015년 1월부터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로 통합되었다. 최근에는 LH, HF, HUG 등 공공기관과 SGI서울보증보험, 그리고 서울, 경기, 부산 등 지자체에서도 전세자금대출과 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2010년대 초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대책으로 분양조건부 전세(분양가격의 10~30%를 계약금으로 내고, 2~3년 살아 본 뒤 정식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미분양 전세의 활성화를 위해 당시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1
국토부에 따르면 2012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실적은 약 3년간 약 16조 7천억 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당시 23조 원에 불과하던 전세대출 잔액이 2024년 말에는 약 200조 원까지 확대되었다. 김세직 교수가 추정한 2022년 말 전세 및 준전세 보증금 규모가 1,058조 3천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세보증금의 약 20%를 전세대출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 원금은 임대인이 돌려주거나(자기자본 또는 후속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시 경매 등을 통해 돌려받게 되므로 사실상 임대인에 대한 임대주택 담보대출의 성격을 지닌다. 현실은 임차인이 이자는 물론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전세대출은 임대인과 임차주택에 대한 심사가 사실상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금융기관은 대출보증을 통해 임차인에게 신용대출을 한다.2 전세대출보증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그리고 전세금안심대출보증(대출보증+반환보증) 상품이 있다. 전세 관련 보증은 금융기관과 임대인, 임차인 모두 전세 위험에 대해 낮게 평가할 유인이 된다.
다주택자는 전세대출을 시세차익 목적의 갭투기 자금으로 활용한다. 전세대출은 목돈 마련을 쉽게 해주며 월세보다 낮은 이자를 부담하므로 전세수요를 확대한다. 전세수요 확대는 전세가격에 이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진다. 전세가격 상승과 갭투기 증가가 매매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국토연구원, 2024).
임대인은 집값이 하락해 깡통 상태가 되면 언제든지 전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수 있다. 낮은 금리의 전세금융 지원제도로 전세가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보다 높아져 깡통전세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박관아, 2024). 임차인은 임차주택을 경매해도 완전히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반환을 요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임차인은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손실을 당하거나, 해당 주택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수하게 된다. 경매시장에서 매각하면 전세보증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릴 수 있는데, 해당 주택가격이 전셋값 수준에서 더 하락하지 않고 멈추게 된다.
전세문제 해결과 전세제도 개혁방안
- 전세문제의 해결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은 대개 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아졌거나, 선순위채권 때문에 선순위채권을 먼저 갚고 나면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게 될 때다. 임차인이 선순위인 경우 임차주택을 경매하여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으나 그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후순위 임차인이다. 대개 선순위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고 경매에서 매각이 이루어지면 임차인은 그 집에서 강제 퇴거를 해야 한다. 보증금도 다 돌려받지 못하고 살던 집에서 쫓겨난다. 전세대출이라도 받았다면 임차인은 직접 만져보지도 못한 대출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며 계속 이자도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전세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은 해당 집값이 올라 보증금을 다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길뿐이다. 전세피해자가 임차주택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하려면 선순위채권을 공적 금융기관이 매입하여 경매권을 실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유하면 된다. 해당 채권에 대한 발생이자만 공적 금융기관에서 부담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선순위채권을 매각하거나, 해당 주택을 직접 매수하거나 LH 등 공공주택사업자에게 매수하도록 하여 선순위채권 매수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
만약 피해 임차인이 신속하게 다른 주택으로 이주하고자 한다면 보증금반환채권을 공정하게 평가하여 공적 금융기관에서 매수하고, 이후 경매 과정에서 매수자금을 회수하면 된다. 보증금반환채권 평가액이 너무 소액이라 피해가 크다면 정부 재정 또는 전세피해지원기금을 설정해 지원하게 한다.
전세대출을 받은 피해자에게는 전세대출에 대한 채무조정도 필요하다. 임대인이 상환해야 하는 대출원금을 임차인에게 전액 상환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전세대출기관도 임대인과 임대주택에 대한 미흡한 심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 전세대출과 전세계약 구조의 개혁
김진유·권혁신(2024)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전세권 설정 등기 의무화, 전세가율 상한제, 임대인 변경 고지 의무화, 전세 관련 기관 간 정보공유, 표준계약서 개선 및 공인중개사의 공제금액 현실화, 전세 관련 보증·보험 상품 다양화를 제시한다. 필자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직접 거래하는 지금의 전세제도를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공적 금융기관이 중개하는 거래로 개혁하는 안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전세가율 규제, 전세계약의 물권화, 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한 시장의 투명화, 정보 비대칭 해소 등 전세사기 예방에 필요한 많은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임차인이 전세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납부하는 구조에서 원금은 임대인이 상환하고, 이자는 임차인이 납부하는 구조로 분리한다.3 만약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전세금융공사(가칭)는 임대주택을 매각하여 대출원금과 임차인이 직접 조달한 보증금을 회수한다. 전세대출을 전담하는 전세금융공사는 해당 임대인과 임대주택에 대해 심사하여 원금 회수 위험을 평가하고, 임차인 심사를 통해 이자 연체 위험을 평가한다. 전세대출은 보증금의 일정 비율을 상한으로 하고, 이자에 대해 임차인 DSR을 적용하여 과도한 전세대출을 방지해야 한다. 이때 보증금도 집값의 일정 비율을 상한으로 해야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임차주택에 다른 대출이 없다면 보증금은 집값의 60~70%, 전세대출은 보증금의 60% 등으로 상한을 정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전세대출의 원금이자 분리 구조는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경우로 확대할 수 있다. 임대인이 전세금융공사에 전세대출을 신청하면, 전세금융공사는 해당 전세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전세채권을 발행하여 임차인에게서 조달한다. 임차인이 매수한 전세채권은 이자가 없는 채권이며, 2년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 후 채권액을 돌려받는다. 전세금융공사는 임대인에게 이자 없이 임대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다. 임대차계약 기간 종료 시 원금을 전세금융공사에 갚는다. 만약 임대인이 즉시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전세금융공사는 임차인에게 즉시 전세채권액을 상환하여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준다.
결론
전세는 사금융이다. 이를 제도권으로 먼저 끌어들인 것은 금융권이었으나, 정부가 기금대출과 대출보증, 보증금반환보증을 도입해 주택의 금융화를 심화했다. 명분은 임차인 지원과 보호였으나, 전세수요를 확대하여 전셋값, 나아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 전셋값 및 집값의 급등과 급락은 임차인에게 고통과 피해를 안겨준다. 최근의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는 결국 전세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관련 법과 제도가 시장을 교란하고,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전세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하여 먼저 피해자를 구제하고 사후에 경매 등을 통해 투입자금을 회수하는 방안, 선순위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경매권 실행을 유예하는 방안, 전세대출 연체에 대한 채무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전세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그러려면 깡통전세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세계약 구조를 직접 금융 방식에서 전세금융공사를 통한 간접 금융방식으로 개혁하면 대출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대주택 심사와 담보권 설정, 전세가율 규제가 가능하며, 보증금반환도 보증된다. 또한, 주거권 강화를 위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을 개정해 계약갱신 횟수도 늘려 더 오래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어야 하며, 거주하기에 적합한 품질의 주택만 임대하도록 규제하고, 갱신계약은 물론 신규계약 임대료의 인상률 상한제도 도입해야 한다.
| 미주 |
- 복지뉴스, 2013.8.28.,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1만5000가구, 전세 시장에 나온다.” ↩︎
- 물론 임차인이 전세 거주를 위해 전세보증금을 조달해야 하므로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임차인이 그 원금과 이자 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전세 거주 편익을 위해 대출을 받고 이자를 납부하는 것과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에도 원금상환 책임을 임차인이 져야 한다는 논리는 병립할 수 없다. ↩︎
- 전세대출의 원금과 이자 의무 분리의 효과는 보증금반환채권을 대출 금융기관에 양도하는 것으로도 거둘 수 있다. ↩︎
| 참고문헌 |
국토연구원, 2024,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의 사회적 비용에 관한 연구.
김진유&권혁신, 2024,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연구. 주택연구, 32(4), 29-56.
노영훈, 2017, 전세제도와 전세가구의 주거유형 변화, 한국재정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박관아, 2024, 전세가의 매매가 역전 현상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박신영, 2000, 주택전세제도의 기원과 전망, 주택도시 제64호.
신세덕, 2023, 전세제도 폐지에 관한 논거, 법이론실무연구, 11(4).
조성찬, 2010, 거품 의존형 오너십 소사이어티 전략과 전세대란의 인과관계 연구, 공간과 사회 34.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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