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9072

[기획2] 상담 사례로 본 청년 세입자 주거문제

서동규 |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청년 주거문제는 세입자 문제다

청년은 어떤 집에서 살고 있을까? 도시 한복판의 원룸부터 농촌 지역의 비어있던 집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청년들이 공히 처한 위치가 있다. 세입자라는 지위다. 2024년 12월에 발표된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세 이상 만 34세 미만인 청년가구 중 81.1%가 세입자로 살고 있다. 세입자 비율은 수도권으로 좁혀도 83.3%로 조금 늘어날 뿐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청년 중 절대다수는 세입자다.

한국 사회는 세입자의 주거불안이 높은 사회다. 주택 소유권 보유 여부에 따라서 자산의 격차가 심각해진다는 사실 뿐만이 아니다. 한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거주할 수 있느냐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2024년 12월에 발표된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주택 거주기간의 전국 평균은 8.0년이다. 평균 거주기간은 주택 점유형태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나는데, 자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현재 주택에서 평균 11.1년을, 주택을 임차한 세입자 가구는 현재 주택에서 평균 3.4년을 거주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청년 가구는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평균 1.6년 밖에 되지 않는다. 청년가구는 가구주가 된 기간이 짧아 평균 거주기간이 짧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1.6년이라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20년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어 세입자에게 1회의 갱신권이 부여되었지만, 아직 주거안정을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과제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사가 잦다는 것 말고도 세입자가 겪는 문제는 정말 많다. 지난 3년 동안 주거문제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전세사기·깡통주택 문제다. 수많은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미래 계획뿐 아니라 안타깝게도 생명을 잃어버린 피해자들도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1일부터 2025년 6월 1일까지 2년 동안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인정을 받은 피해 수가 30,400건11에 이른다.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 중에 유독 20~30대에 피해가 집중되어있다. 40세 미만인 피해자 수는 총 22,839건으로 75.12%에 달한다.

청년 대다수는 세입자다. 세입자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년의 주거는 매우 불안하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입자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청년’이라는 개념을 붙여서 “창의적인” 맞춤형 정책을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자산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 빌려 쓸 집을 구하는 사람을 위하는 관점이 청년의 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가장 유효한 접근이다.

어떤 청년 주거정책인가?

  •  대출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가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 ‘전세자금 대출지원’을 꼽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최신 결과(2023년)에서는 37.9%가 전세자금 대출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전세대출 지원은 매번 주거지원 프로그램 선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대출 정책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늘어난 만큼, (청년) 세입자들의 부채가 커졌고, 시중에 풀린 정책금융자금은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을 올리는 데에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정책으로 추진하는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 피해를 보고 빚더미에 고통받는 사례가 많다.

한 사례를 들어보면 이렇다. 서울에서 첫 직장을 구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과 직장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독립을 계획했다. 그러나 서울 월세는 너무 비쌌다. 그나마 주거비를 줄이고자 청년 보증금 대출을 이용해서 전셋집을 구했다. 다섯 평 남짓 되는 원룸이었지만 전세보증금은 1억이나 되었다. 아껴가면서 모은 2천만 원에 전세자금대출로 8천만 원을 마련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인이 파산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임대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건설비용 충당금과 새로운 투기 자금으로 활용하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입자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믿었고, 보증금 대출 정책을 설계한 국가를 신뢰했고, 대출을 심사한 은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모든 책임은 세입자에게 덧씌워졌다.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적도 없는 보증금 대출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 뿐 아니라 ‘빚내서 세 살라’는 정책을 확대해오면서, 그에 걸맞은 세입자 보호책은 방치해 온 결과다.

  • 청년안심주택에서 누가 안심하는가?

청년안심주택(舊역세권청년주택)은 서울시의 간판 청년주거정책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시행되어온 이 정책은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고층·고밀도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새롭게 건설하는 주택은 80%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2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사용한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사업자에게 용도지역 변경으로 종상향 혜택을 부여하고 이자를 지원하는 등 어마어마한 특혜를 제공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8년 또는 10년의 의무임대 기간이 지나면, 민간사업자는 종상향으로 건설된 주택을 매각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도시의 공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용적률을 부여해서 지은 청년주택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임대사업자가 입주를 앞두고 계약서에 없던 관리비 예치금을 요구했던 사건, 주변 아파트 주민의 민원으로 창문 절반을 불투명 처리해 세입자들이 수년간 임대사업자와 싸워야 했던 일 등 공적인 성격을 가진 주택에서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들이 많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서울시는 ‘세입자와 시행사 간의 사적인 계약’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서울시의 정책으로 운영되는 임대주택이지만, 심지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기도 했다.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소재한 한 청년안심주택에서는 세입자들이 일 년 넘는 시간 동안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아서 승강기와 CCTV 작동이 중단된 적도 있으며, 세입자들이 임대사업자로부터 호실 변경을 강요당하거나 단전·단수를 하겠다며 퇴거하라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이 청년안심주택의 세입자들은 하루하루 불안해하며 문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잠실에 위치한 또 다른 청년안심주택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은 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사업이며, 민간사업자에게 큰 특혜를 부여하는 개발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적인 주거정책이 가져야 하는 기초적인 공공성에 대한 검토 및 관리는 매우 부실하다. 실제로 청년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고려하여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조치가 동반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청년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사업이 되어버릴 수 있다. 민간개발 활성화를 통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부터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청년 세입자에게 권리는 너무 멀다

보증금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아니더라도, 세입자들은 억울한 일을 겪는다.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 제도가 부족하고, 그나마 존재하는 법도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세입자와 임대인 사이의 권력 구조가 임대인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있었던 상담 사례로 청년과 세입자가 어떠한 취약함에 노출되어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임대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무기로 삼기도 한다. 서울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임대인이 건물을 매도할 예정이고, 매수자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 있으므로 퇴거하라고 세입자에게 통보했다. 임대차 계약기간은 아직 7개월이 남아있는 상황임에도 3개월 안으로 이사를 나가야 한다고 급작스러운 통지를 받은 것이다. 정비계획에 따른 재건축이 아닌 단순한 철거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강제로 종료시킬 수 없다. 그러나 협상을 하던 중에 임대인은 대리인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는 것이 아니냐, 이사를 안 나가면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은근히 협박했다. 결국, 세입자는 이사비 명목으로 30만 원이라는 적은 돈을 보상받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상금은 실제 이사에 든 비용보다 훨씬 적었다.

여전히 민간임대주택에서 적절한 수리를 받기 어렵다. 경기도의 한 다세대주택 맨 위층 전셋집에서 발생한 일이다. 3년 전, 이사를 들어왔을 때부터 천장에 누수 흔적이 있었다. 임대인이 옥상 방수 공사를 했으나, 곰팡이는 없어지지 않았다. 곰팡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서 세입자가 다섯 차례에 걸쳐 피해를 호소했으나, 임대인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에 들어서서야 마지못해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벽을 뚫은 뒤에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아 보름 동안 안방에서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상태가 되었다. 세입자가 집의 절반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임대인은 당장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고 앞으로 공사와 관련된 논의는 공인중개사와 나누라고 통보했다. 세입자는 여전히 수리되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 두 상담 사례가 한국 사회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세입자가 취약한 위치에 처하기 쉬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두 사례 모두 세입자가 자신이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계약 기간과 수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나, 시간과 정신적·금전적 비용을 많이 치러야 하는 해결방법이다. 집은 삶의 질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주택임대차 관계를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입자와 임대인 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 사이에 공적 주체가 인권의 옹호자로서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세입자 없는 청년 주거정책은 공허하다

청년 주거문제는 대출 확대나 민간개발 활성화로 해결될 수 없다. 전세자금 대출은 단기적인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청년 세입자에게 부채만 떠안기고, 임대료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공공적 성격은 미미하고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실제로 공공의 자원이 투입된 ‘청년안심주택’이 청년 세입자의 삶을 불안하게 만든 사례도 적지 않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실제로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를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

청년의 주거불안을 해결하려면, 세입자 권리 확대를 중심에 둔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대출로 주거비를 임시로 메우는 접근도 아니고, 주거불안을 핑계 삼아 개발을 밀어붙이는 방식도 아니어야 한다. 삶과 돌봄의 기반이라는 집의 본디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오래 거주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퇴거나 보증금 미반환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세사기 재발 방지를 위한 보증금 및 주택금융 규제 강화,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한 주택임대차 행정 강화 및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 그래야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한 헌법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

| 미주 |

  1. 피해자 인정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4가지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조건이 엄격하다. 따라서 실제 피해는 3만 건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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