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세입자 보호 장치마저 무력화 해선 안 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속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해야
지난 2월 6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이 작년 4월 제출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뒤늦게 공개하면서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연구원에서 제안한 4가지 방안은 임대차2법을 폐지하는 것에 다름 없거나 현행 제도를 상당히 후퇴시키는 것이어서 향후 국토부가 현행 제도보다 개악한 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부터 임대차3법이 전월세 폭등을 가져왔다며 임대차3법을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임대차법이 전세가 폭등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정부 시기부터 계속된 저금리 전세 금융의 과도한 팽창과 2022년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의 여파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요동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가 속출했다. 임대차3법은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세입자들을 충분히 보호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세입자를 죽음에까지 내몰고 있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권네트워크는 세입자 권리를 후퇴시키려고 보고서를 뒤늦게 공개한 국토부의 행태를 강하게 규탄하며, 현행 보다 강화된 임대차법 개선안 마련을 촉구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토부가 임대차법 폐지보다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고서의 개편 방안은 △지역별 자율 운영, △임대인과 임차인 협상, △임대료 인상률 인상(5→10%) 등 임대차법을 형해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토대로 국토부 개선안을 마련한다면,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단 1회에 불과한 갱신 횟수와 임대료인상률 상한제 5%는 최소한의 세입자 보호 장치이다. 2018년 한국 주거권 실태를 살펴본 레알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 특보는 한국정부에 임대료 상한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모든 민간임대주택의 등록을 의무화하여 세입자의 점유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에서 제시한 임대차법 개정 방안은 이에 역행한다. 국토부는 유엔주거권 특보의 권고를 고려하여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임대차법이 전월세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급격하게 상승하던 전월세 가격은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개정 이후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었다. 이는 “전세 갱신 계약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임대차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더 급격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었을 것이다. 다만 임대차법이 임차인의 권리를 충분하게 보호하지 못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갈등이 증가한 점,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보증금 차이가 벌어져 이중 가격이 형성되는 점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는 임대차2법을 폐지하지 않더라도 계약갱신 거절 요건과 행사방법, 위반시 제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계약갱신 횟수 확대 또는 신규임대차에 대한 규제 도입,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 기능 강화 등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국토연구원에서도 ‘임대차 제도를 구성하는 존속기간, 상한요율, 계약갱신 등 중요한 핵심 변수에 대한 유기적 관계를 고려’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임대차2법 폐지 내지 축소를 추진하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세입자 주거권을 위협하는 임대차법 후퇴 방안에 반대하며,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근절, 세입자 권리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임대차법 개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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