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공택지 매각 중단 바람직, 수익 대체할 재정투입 필요
부동산·건설 부양을 위한 재건축·재개발 정책, 윤정부와 별반 차이 없어
수도권 중심 공급 확대 지역균형 발전 역행, 지역 양극화 심화 우려돼
어제(9/7) 이재명 정부가 첫번째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27 대책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급등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최근 다시 불씨가 되살아나는 상황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135만호 주택 공급 계획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감독 기능 강화, 규제지역 LTV 강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번 방안이 주택 공급을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고, 부동산의 금융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공공택지 매각 중단과 LH가 직접 시행 방안은 참여연대 등 주거시민단체가 요구해온 내용을 수용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공택지를 최초 분양자에게 분양한다면 결국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공공택지를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무주택 서민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재원 투입 의지에 달려 있다. 특히 부동산·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공급 확대 효과보다 도시계획 훼손, 주거 질 저하,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부동산·건설 경기 부양과 주택 공급 물량에만 매몰되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주택 공급 정책의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공공택지 조성 본연의 취지에 적합하게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공공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민간의 토지 강제 수용을 통해 조성한 공공택지 본연의 취지에 맞게 공공분양 주택 공급을 확대하되 ‘로또 분양’이 되지 않도록 공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LH가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민간건설사들은 LH로부터 저렴하게 분양받은 토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이용해 최대한 높은 분양가격으로 분양을 해왔고, 무주택 가구들은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분양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LH가 택지 공급자에서 벗어나 직접 개발한 택지에 주택을 지어 저렴하게 분양한다면 무주택 가구들이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공영개발을 위해 정부 재정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LH는 상당한 비율의 공공분양주택을 판매해 토지 조성 비용과 건축비를 해결하고 적절한 수익까지 얻어야 한다. 그런데 LH가 전통적인 방식대로 공공분양을 한다면, 최초 수분양자들만 개발이익(=시세-저렴한 분양가격)을 얻게 되므로 이런 방법으로는 부담 가능한 공공주택을 지속가능하게 공급할 수 없다.
따라서 공공분양주택의 최초 분양자만 개발이익을 누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수분양자가 주택을 매각할 경우 적절한 가격에 공공에 환매하도록 하고 공공주택사업자는 다시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주택을 분양을 함으로써 최초 수분양자에 대한 로또분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에 발표에서는 LH가 신도시 개발 및 주택 공급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관한 필요한 조치가 있어야 시장에서 이번 발표를 신뢰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LH 조직 역량으로 막대한 추가 공급 물량을 직접 시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와 공동 시행을 하거나 도급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자칫하면 LH의 조직의 과도한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둘째,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 가능한 공공주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공주택 37.2만 호, 유휴부지 등에서 3.8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3기 신도시의 미착공 공공주택 물량 22.8만 호(기착공 15.7만 호 제외)를 감안하면 14.4만 호가 늘어난 셈이다. 공적주택의 공급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재정투입 의지는 불분명하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가격의 공공분양주택의 공급이 가능할지, 구체적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세 90% 수준의 든든전세처럼 임대료가 높은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만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공급 확대가 적절한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향후 주거 복지로드맵을 통해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의 물량, 배분기준, 분양가, 임대료 산정기준을 구체화해서 발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서울의 ‘청년안심주택’ 등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시행하는 임대사업자의 재무 건전성을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사업성에 어려움이 있는 사업장에 기금을 50% 이상 출자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도시기금을 50% 이상 출자하는 임대주택이라면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도록 운영해야 마땅하다. 임대사업자의 경영도 달라져야 하며 임대료 규제와 임대 기간 등 공공임대주택에 준하도록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높은 비율의 공공출자를 받는다면 분양전환 방식과 내용을 개선하고 임차인에게 분양전환 권리도 부여해야 한다.
셋째, 부동산·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시민들의 삶·주거·자연 환경, 도시계획을 훼손해선 안 된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5년간 도심지 주택공급 36.5만 호, 민간 공급 여건 개선으로 21.9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토지에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만으로 주택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건설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세제 및 기금 지원, 분양가상한제 및 재건축부담금 완화, 전매 제한 및 실거주 의무 완화,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은 오히려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용적률 상향, 절차 간소화, 사업비 지원, 행정 지원 등의 인센티브 부여가 공급 확대 효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 완화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조합의 정비기반시설 및 국공유지 확보 부담 완화, 최근 문제가 된 공공지원민간임대사업자의 지원 확대 및 일반 분양 허용, 기부채납 공공임대주택 인수 가격 상향(표준→ 기본형 건축비) 등 조합과 건설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정책 조합이다. 반면, 부동산 투기 규제와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위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공임대주택 의무 비율 상향,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은 부재하다. 게다가 기후 위기 시대의 전면 철거 방식의 재건축·재개발을 권장하고, 건축물 높이 제한, 공원 녹지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특히, 공공도심복합사업 시즌2는 기존 역세권에서 저층 주거지까지 대상을 넓히고, 용적률·건축물 높이 제한·비주거 및 공원녹지 의무비율 완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완화는 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은 민간에 맡기기보다는, 공공이 주도하여 투기 위험을 억제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6.27 대책에 추가적인 금융 규제가 필요하지만, 보다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금융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주택 시장 수요 관리 대책으로 발표한 규제지역 LTV 강화(50%→40%), 수도권 임대사업자 LTV 강화(규제·수도권지역 0%) 방안은 주택 소유자의 주담대 확대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데 있어서는 고려할 만한 방안이지만,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내용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 대출과 전세보증 강화까지 아우른 포괄적인 금융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이 임대차 가격과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2억 원으로 제한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주택 가격 대비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의 비율을 보다 강화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전세보증금을 포함하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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