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지속이자 조세·복지·재정의 기반 흔드는 결정
즉각 철회·현실화율 제고, 지역·유형·가격별 형평성 바로잡아야
오늘(11/13) 이재명 정부는 ‘20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 공청회’를 통해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올해와 동일한 69%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한 부동산공시법에 따라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하고, 2020년 수준에서 4년째 동결하는 것으로, 법률이 정한 목표 달성 의무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시세반영률은 80.9%까지 올라야 하지만 정부는 ‘세부담 증가’ 우려를 내세우며 법정 목표를 지속적으로 미루고 있다. 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연간 1.5% 수준의 미미한 인상 계획을 제시하며 공시가격의 법적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후퇴를 기정사실화한 것 뿐이다. 참여연대는 이재명 정부의 위법적·퇴행적 결정을 규탄하며, 공시가격 제도를 정상화할 것을 촉구한다.
부동산공시법 제 26조의2는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정부가 반드시 수립·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세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지방세법 개정까지 병행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 법정 로드맵을 변경하는 절차도 없이 2023년부터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로 되돌렸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 행정이었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이러한 위법한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 정부의 위법한 행정을 승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정과세’와 ‘법에 기반한 행정’이라는 정부 스스로의 약속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69% 동결이 마치 중립적인 선택인 것처럼 밝혔지만, 실제 현실화율은 지난 4년간 계속해서 하락했다. 2023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8% 하락했지만 실거래가는 36.9% 상승했다. 서울 역시 공시가격이 19.4% 떨어지는 동안 실거래가는 9.3% 올랐다. 공동주택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2020년 67.5%에서 2024년 61%까지 떨어졌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가·고자산 계층일수록 감세 효과가 커졌고, 공정과세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재명 정부는 내년에도 현실화율을 유지하겠다며 사실상 추가 후퇴를 방치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세부담 급증’ 프레임도 사실과 다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강변 대표 단지인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의 경우, 현실화율을 동결한 상태에서 시세 상승분만 반영해도 보유세가 1,300만 원대에서 1,700만 원 안팎으로 약 30%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사이 집값이 수억 원씩 올랐다. 수억 원의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해 월 3~40만 원 수준의 세부담 증가를 두고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 자체가 현실을 과장·왜곡하는 것이다. 게다가 원룸·오피스텔 월세로 매달 6~70만 원을 부담하는 청년과 세입자의 주거비 고통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만큼의 정치적, 정책적 관심을 기울인 적조차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공시가격 후퇴가 최근 이재명 정부의 공정과세 훼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자산소득 과세를 약화시키는 한편, 부동산 보유세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까지 후퇴시키면, 조세체계는 필연적으로 자산가들에게 유리해진다. 서울·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으로 대출·투기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정작 부동산 과세 기준은 바로잡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까지 추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방치된 고가 부동산에 대한 과소 과세와 왜곡된 조세 형평성을 바로잡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도 인상하는 안을 내놓았어야 마땅하다. 최소한의 조치도 없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은 부자감세 기조의 또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부동산 가격이 적정하게 과세될 수 있도록 현실화율을 높이고 부동산 유형·가격대별·지역별 형평성 문제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 기준이 흔들리면 복지 정책의 정당성, 지방재정의 지속성, 조세 형평성 모두 위협받는다. 오늘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연간 1.5% 현실화율 인상이나 미시적인 제도 손질만으로는 왜곡된 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산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실에서 공시가격 제도가 더 이상 후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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