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국정과제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전세사기 피해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실효성 있는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최소지원금 예산 증액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피해자 요구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또한 정부의 협조 없이는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에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재명 대통령에 릴레이 호소문을 보냅니다.
① 아직 지켜지지 않은 2년 전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
② 전세사기로 1억 빚 떠안은 97년생입니다, 제발 이 ‘겨울’을 끝내주세요
③ 전세사기특별법 개정만 기다렸는데… 희망은 언제 오나요?
④ 피해자 인정에만 10개월, 계속 절망 속에 사는 이유
⑤ 대통령 믿고 기다렸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⑥ 이재명 정부에 제안하는 ‘전세사기 없는 사회’

지난 몇 주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릴레이 호소문이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전재산을 잃은 청년부터, 은퇴를 앞둔 가장, 임신한 신혼부부, 장애가 있는 가족을 부양하던 사람까지 다양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는 개인의 불운이나 판단 착오, 또는 일부 임대인의 고의적 범죄로만 환원될 문제가 아닙니다. 과도한 전세대출 구조와 부실한 임대인·중개사·금융기관의 관리, 위험을 방치해 온 국가의 제도가 결합해 발생한 전형적인 사회적 재난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대출을 떠안은 채 경매 절차를 기다리고, 피해자 인정을 받기까지도 수개월을 허비합니다. 같은 건물에서 같은 피해를 입고도 누구는 보호받고, 누구는 사각지대에 남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을 하다 보면 곤혹스러운 순간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됩니다. 확정일자와 대항력의 유무에 따라 권리의 순위와 회수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말해야 합니다.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되었음에도 피해자 인정 요건은 여전히 까다롭고, 유사한 피해를 입고도 구제 여부가 갈리는 현실을 설명하는 일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개별 피해자의 선택이나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한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 전세사기 문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선구제 후구상, 피해 최소보장이라는 원칙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러한 약속이 피해자들의 삶에서 실제로 체감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 사이 피해자들의 삶은 여전히 멈춰 서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 호소문을 전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구제 후구상 방안을 별도로 보고하라”고 지시했으며, “공식적으로 약속한 것인데,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에 ‘전세사기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재명 정부, 그리고 마찬가지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국회에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전세사기 없는 사회의 출발점은 피해자 구제 강화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먼저 첫째,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합니다. 구조적 위험에 노출되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임차인이라면 폭넓고 신속하게 피해자로 인정하여 특별법상 지원대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둘째, 특별법에 최소보장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행 특별법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피해주택 매입방안은 모든 피해자가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매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신탁 사기와 같이 구조적으로 보증금 회수가 어려운 피해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해 보증금의 일정 금액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셋째, 배드뱅크를 통해 신탁 주택과 다세대 공동담보 주택의 선순위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피해주택의 관리·개보수 문제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대집행과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주거 환경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금융 지원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전세사기 특별법상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개정을 통해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 구제는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전세사기 없는 사회로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아무리 피해 구제를 강화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임대차 제도의 취약점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전세사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전세사기 없는 사회’ 실현을 위해 피해자 구제 강화에서부터 전세대출과 보증 제도의 운영 방식, 금융기관의 책임, 임대차 시장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함께 점검하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과 국민주권 정부를 믿고 간절히 기다린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와 함께 시민사회는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소현민 변호사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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