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6-02-12   31821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을 반대하는 역사/종교/건축/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법적·행정적 절차 무시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변경 계획 즉각 철회하라

세계유산협약 국제적 기준에 따라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하라

서울시는 세계유산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의 의견을 묵살하고, 통합심의를 통해 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2/12) 역사·종교·건축·시민사회가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낭독한 서한문을 유네스코에 전달했습니다.

20260212_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반대 기자회견
2026. 2. 12. 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을 반대하는 역사/종교/건축/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경 스님은 “전통문화유산은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국민 여론 70% 이상이 종묘 앞 고층 개발에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왜 사업계획을 무리하게 변경해 밀어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시경 스님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업계획까지 변경하면서 전통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 아니라 국가유산청 및 유네스코의 권고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송기훈 목사는 그리스도교 성서 신명기를 인용하며 “경계선에는 사회가 지켜야 할 기억과 책임, 그리고 욕망 앞에서 멈추기로 한 공동의 약속이 담겨 있는데, 종묘가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는 새로운 규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사회가 지켜야 한다고 합의해 온 경계와 책임을 국제적으로 확인한 절차”라며, “서울시가 사회적 합의와 국제적 권고를 통해 확정되었던 계획을 스스로 뒤집고 종묘 바로 앞에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는 재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단순한 개발 계획 변경이 아니라 공동의 경계선을 지우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중부고고학회 회장)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142m의 초고층 빌딩은 땅 밑의 진실을 짓누르고 하늘의 경관 축을 완전히 절단하는 문화적 폭거”라고 비판하며,”동서를 막론하고 소중한 문화유산 바로 앞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며 개발의 논리를 앞세우지 않는 이유는 역사와의 조화가 곧 그 도시의 ‘격’이자 가장 강력한 경제적 자산임을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교수는 “우리 후손이 누려야 할 문화적 자산을 현세대의 탐욕으로 탕진하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며 김포 장릉, 춘천 레고랜드 등의 실패를 종묘에서 되풀이 할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또한 종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세워진다면 역사와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며, “서울시는 일방적인 초고층 재개발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세계유산의 가치를 존중하는 원점 재검토에 착수”하라고 경고했습니다. 

20260212_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반대 기자회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경스님, 강인욱 중부고고학회 회장,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성민 변호사 <사진=참여연대>
20260212_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반대 기자회견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송기훈 목사 <사진=참여연대>

임형남 새건축사협의회 회장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변경은 단순한 계획 조정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공공성과 행정 절차의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임 회장은  “세계유산 종묘의 역사적 경관은 모든 시민이 공평하게 향유해야 할 공공재이며, 고층 개발을 통해 이러한 공공의 조망과 경관을 특정 민간이 사실상 독점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세계유산이 지닌 본질적이고 공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건축은 사적 이익을 위한 기술적 행위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경관, 시민의 삶을 담는 공적 행위”라고 설명하며, 세계유산 인접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은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세운4구역 재개발 변경 계획의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했습니다. 

서성민 변호사(민변 민생위원회)는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의 위법·부당한 행정 실태를 지적하며,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존립을 위협하는 독단적 개발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서울시가 ‘도심 녹지축 조성’을 명분으로 종묘 인접 지역의 고밀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이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문화재위원회와 이코모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재원 조달과 사업 타당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제19조 제5항을 삭제와 관련해, 대체 규정도 마련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거한 무책임한 조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서 변호사는 “유네스코가 서울시의 위법·부당한 행태를 고려해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실시될 수 있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그  권고사항이 실제로 준수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세운4구역 사업 변경은 정책이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한 낡은 개발 정치의 결과이고, 이미 관리처분인가와 철거·발굴까지 마친 사업의 기준을 뒤집은 책임은 분명히 오 시장에게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처장은 71.9m 높이 기준은 개발과 문화적 가치의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한계라며 “서울은 더 높이 세울 능력을 이미 증명한 도시인 만큼 과시가 아니라 절제, 확장이 아니라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세계유산 인접 지역에서 충분한 검증과 숙의 없이 고층·고밀도 개발을 밀어붙이는 것은 축적된 공적 판단을 권력으로 덮어쓴 행정 권한의 남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260212_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반대 기자회견
새건축사협의회 임형남 회장, 최광호 부회장 <사진=참여연대>
20260212_종묘 앞 초고층 재개발 반대 기자회견
옥바라지 선교회 이종건 전도사,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사진=참여연대>

대한민국 서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종묘 인근 초고층 재개발 사업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관련 법과 국제 기준을 무시한 채 해당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역사학계·건축계·종교계·시민사회는 이러한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본 서한을 유네스코에 전달합니다.

세계문화유산 종묘 인근 초고층 재개발 사업에 대한 

한국 학계와 시민사회의 우려와 전면 재검토 요청을 담은 서한문

종묘는 1995년 대한민국 제1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입니다. 단일 건축물의 보존을 넘어 제례 공간, 열린 하늘, 주변 지형과 시야, 역사적 도시 맥락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문화경관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세계유산협약과 국내 문화유산보호법에 따라 종묘의 물리적 실체뿐 아니라 경관과 환경, 맥락 전반을 함께 보존할 책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와 대한민국 국가유산청 또한 일관되게 세계유산 인근의 고층 개발이 종묘의 경관과 시야, 공간적 위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음을 경고해 왔습니다. 특히 2025년 1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한국 정부에 종묘 인근 개발과 관련하여 세계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를 실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해당 사안이 단순한 도시개발 문제가 아니라,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대한 사안임을 국제적으로 확인한 조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전면적으로 회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세운지구 초고층 개발이 종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며, “국내 법령과 조례상 절차만 준수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세계유산협약이 요구하는 국제적 기준과 공동의 책무를 축소·부정하는 태도입니다. 절차적 정당성과 보존 원칙이 결여된 개발은 세계유산의 ‘활용’이 아니라, 그 가치를 소진하고 훼손하는 또 다른 형태의 파괴에 가깝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가 이미 장기간의 공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확정된 행정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점입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문화재위원회 심의, 사업성 검토, 국제설계공모 등 수많은 공적 절차를 거쳐, 2020년 최고 높이 71.9m, 약 20층 규모의 사업으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2022년 관리처분계획인가, 2023년 기존 건축물 철거까지 완료되어 사업은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선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사업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용적률을 600%에서 1,000%로 대폭 상향하고,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의 두 배에 가까운 38층으로 상향하는 전면적 사업 변경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관리처분계획 이후 사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경을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사정 변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한 절차 위반이자 행정의 자기부정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변경안은 역사도시 서울과 세계유산 종묘가 지닌 축적된 공간 질서와 장소적 맥락을 존중하기는커녕, 개발 효율을 우선시하는 고층·고밀도 개발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적용한 결과입니다. 

또한 서울시는 녹지생태축 조성이라는 공공사업의 재정 부담을 과도한 용적률 완화와 초고층 개발, 인근 도시정비사업에 부담 전가 등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개발은 세계유산 인접 지역에서 요구되는 절제와 보존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식입니다.

2026년 1월 26일, 대한민국 국가유산청은 해당 사업이 세계유산 종묘의 보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세운4구역 통합심의 절차 전반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오히려 국가유산청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머, 중앙정부의 전문적 보존 판단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학계, 건축계, 종교계, 시민사회는 종묘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경관 훼손 우려, 그리고 서울시의 위법·부당한 행정 절차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10명 중 7명이 종묘 인근 재개발에 대해 개발 제한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는데도, 서울시는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묘와 같은 핵심 세계유산 인접 지역에서 이러한 선례가 용인될 경우, 향후 다른 궁궐과 왕릉, 역사도시 경관 전반에까지 통제하기 어려운 개발 압력이 확산될 우려가 큽니다.

종묘 앞 초고층 개발의 강행은 대한민국이 문화유산 보존보다 개발 이익을 우선시하는 국가라는 국제적 인식을 남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광 경쟁력 약화와 고부가가치 문화관광 기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유네스코의 기술적 자문 축소, 국제 보존 지원 중단, 향후 세계유산 신규 등재 과정에서의 불이익 등 중대한 국제적 후과를 초래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분명히 요구합니다. 

하나, 서울특별시는 법적·행정적 절차를 무시한 종묘 인근 초고층 재개발 사업 변경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는 세계유산협약과 문화유산보호법에 따른 국제적 기준에 따라, 종묘 인근 개발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즉각 이행하라.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위법하고 부당한 행정을 중단하고, 세계유산 종묘와 서울의 미래를 지키는 책임있는 결단에 나서야 합니다.

2026. 2. 12.

[역사] 역사학, 고고학, 민속학 관련 31개 학회와 학술단체 및 문화유산 관련 6개 협회 (무형유산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부산고고학회, 비교민속학회, 실천민속학회, 역사교육학회, 역사문제연구소, 영남고고학회, 조선시대사학회, 중부고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구석기학회, 한국대중고고학회, 한국도시사학회, 한국목간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민속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신석기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 역사학회, 한국중세고고학회, 한국청동기학회, 호남고고학회, 호서고고학회, 국가유산기능인협회, 국가유산수리기술자협회, 국가유산보존기술협회, 국가유산수리협회, 한국국가유산실측설계협회, 한국문화유산협회), [종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빈민사목위원회,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옥바라지선교회 [건축] 새건축사협의회, 근대도시건축연구회 [시민사회] 참여연대, 문화연대, 도시연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발언문
  1.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경스님

전통문화유산은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종묘는 대한민국 1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고, 우리 조상의 혼이 모셔진 곳입니다. 더욱이 서울에 조선 궁궐과 종묘가 없다면 서울이라 할수 있겠습니까. 서울을 방문하는 2000만명 가까운 외국인들에게 오세훈 시장은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정부를 비롯하여 국민여론 70% 이상이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왜 사업계획을 무리하게 변경하여 밀어붙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오세훈 서울시장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바 있습니다. 사업계획까지 변경하면서까지 전통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 문화재위원회 및 유네스코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선언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더 이상 소모적인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1. NCCK 교회와사회위원회 송기훈 목사

그리스도교 성서 신명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웃집 땅의 경계선을 옮기지 말아라. 그것은 너희 조상들이 세운 것이다.”

이 말씀은 힘 있는 자가 규칙을 바꾸는 방식으로 자신의 몫을 넓히지 말라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경계선을 옮기는 행위는 언제나 약한 이들의 자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경계선은 단지 선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선에는 한 사회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기억과 책임, 그리고 욕망 앞에서 스스로 멈추기로 한 공동의 약속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종묘는 바로 그런 경계 위에 서 있는 공간입니다. 종묘는 하나의 건물이 아닙니다. 종묘는 이 도시의 사람들이 지내온 시공간의 질서와 기억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할 공적 기준이 함께 보존되어 온 자리입니다. 그래서 종묘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제1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는 새로운 규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사회가 지켜야 한다고 합의해 온 경계와 책임을 국제적으로 확인한 절차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서울시는 이미 사회적 합의와 국제적 권고를 통해 확정되었던 계획을 스스로 뒤집고, 종묘 바로 앞에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는 재개발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발 계획 변경이 아니라, 공동의 경계선을 지우는 결정입니다.

성서의 예언자는 또 이렇게 경고합니다. “집을 연달아 차지하고 땅을 차례로 사들이는 사람들, 빈터 하나 남기지 않고 온 세상을 혼자 살듯이 차지하는 사람들은 비참하게 될 것” 이라고 말입니다.  이 말씀은 개인의 탐욕만을 꾸짖는 말이 아닙니다. 공공의 공간과 공동의 유산을 사유화하며, 미래 세대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경고입니다. 도시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재생 또한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억을 밀어내고, 공동의 유산 위에 이윤을 쌓는 발전은 성서가 말하는 정의가 아닙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인근의 개발에 대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경관과 맥락, 시야를 포함한 보존 원칙을 지킬 것을 분명히 요구해 왔습니다. 국가유산청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러한 권고를 외면한 채, 국내 절차만으로 충분하다는 말로 국제적 책임과 공동의 약속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절차를 피해 가고, 합의를 무시하며, 전문적 보존 판단을 배제한 채 밀어붙이는 행정은 정의롭지도 않고, 결코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그 결정은 결국 다음 세대에게 남겨질 도시의 얼굴로 기록될 것입니다. 세계유산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한 시대가 다음 시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책임입니다. 경계선을 지우는 도시는 커질 수는 있어도 결코 존엄해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이 개발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결정은 오늘의 이익이 아니라, 내일의 기억 앞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에 대한 책임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멈추어야 합니다. 이미 세워진 사회적 합의와 국제적 약속을 존중하고, 모든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종묘가 이윤과 자본으로 세워진 높은 건물의 그림자 속에 가려진 유산이 아니라, 절제와 존중, 공공의 윤리가 세운 도시의 중심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1. 경희대학교 사학과 강인욱 교수, 중부고고학회 회장 

종묘의 하늘은 우리 세대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오늘 저는 단순히 한 명의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수도권의 역사를 연구하는 우리 학회 회원들은 물론, 이 땅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대한민국 31개 역사·고고·민속 관련 학회와 6개 문화유산 관련 협회의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땅 밑의 진실과 하늘의 경관을 지키는 것은 고고학자의 숙명입니다. 고고학과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파내는 작업이 아니라, 역사의 진리를 미래로 온전히 전달하는 등불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고학자를 단순히 유물만 찾는 사람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고고학의 진정한 사명은 유물과 유적이 만들어내는 ‘맥락’을 해석하여, 그 가치를 후손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종묘는 대한민국 1호 유네스코 세계유산입니다. 땅 밑에는 조선의 숨결이 깃든 매장유산이 잠들어 있고, 땅 위에는 600년을 이어온 장엄한 경관이 살아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142m의 초고층 빌딩은 땅 밑의 진실을 짓누르고, 하늘의 경관 축을 완전히 절단하는 문화적 폭거입니다.

“경제와 개발이 먼저다”, “고고학이 발목을 잡는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진정한 도시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옵니까? 세계 여러 나라의 수도를 보십시오. 런던, 베이징, 파리, 도쿄 등 동서를 막론하고 소중한 문화유산 바로 앞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며 개발의 논리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역사와의 조화가 곧 그 도시의 ‘격’이자 가장 강력한 경제적 자산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문화유산은 대한민국의 우리의 가장 큰 국제경쟁력입니다.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이 서울의 거대한 빌딩만을 보러 오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과거와 현대가 경이롭게 공존하는 서울의 ‘유일무이한 풍경’을 보고 싶어 합니다.

문화적 자해를 멈추십시오. 유네스코는 세운지구 개발이 세계유산의 시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습니다. 학계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은 우리 후손이 누려야 할 문화적 자산을 현세대의 탐욕으로 탕진하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김포 장릉에서 행정적 안일함이 ‘왕릉뷰 아파트’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춘천 중도 레고랜드의 비극을 보십시오. 3천년 전 고인돌과 마을로 이루어진 세계적인 선사 유적지가 테마파크로 바뀌었고, 그때도 경제의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우리는 이미 중도에서 개발의 삽날에 역사의 숨결이 잘려 나가는 것을 목격했으며, 그 참담한 실패를 종묘에서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시는 전문적인 ‘유산영향평가’조차 거부한 채 사업을 강행하고 있으며, 고고학과 역사학계를 개발을 막는 방해자처럼 매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69%는 이미 서울시의 초고층 재개발 계획에 반대하며 보존이 필요하다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개발과 보존은 함께 고민하며 풀어야하는 시대의 과제입니다. 결코 독단으로 결정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종묘 앞을 가로막으려는 저 거대한 벽이 세워진다면 우리는 역사에 그리고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는 꼴이 될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역사와 고고학자는 종묘의 온전한 하늘을 후손에게 돌려주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서울시는 일방적인 초고층 재개발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세계유산의 가치를 존중하는 원점 재검토에 착수하십시오.

대한민국 역사와 고고학계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합니다.

  1. 새건축사협의회 임형남 회장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개발 계획에 대한 찬반을 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세운4구역 재개발 변경안은 서울이라는 역사도시가 어떤 가치 위에서 운영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도시계획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도시계획은 행정의 선택이 아니라 시민과 맺은 공적 약속입니다.세운4구역은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확정된 계획에 따라 이미 실시설계까지 완료되고 관리처분 단계에 이른 사업이었습니다. 이는 장기간의 사회적 합의와 전문적 검토를 거쳐 형성된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해당 계획을 뒤집고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며 고층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계획 조정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공공성과 행정 절차의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특히 이 지역은 세계유산 종묘와 직접 맞닿아 있는 역사적 공간입니다.종묘라는 역사적 경관은 모든 시민이 공평하게 향유해야 할 공공재입니다. 이는 특정 세대나 특정 집단의 자산이 아니라, 서울 시민 전체와 미래 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도시의 공적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층 개발을 통해 이 공공의 조망과 경관을 특정 민간이 사실상 독점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세계유산이 지닌 본질적이고 공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단순한 건축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 자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건축은 사적 이익을 위한 기술 행위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경관, 시민의 삶을 담는 공적 행위입니다. 세계유산 인접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은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합니다. 한번 훼손된 도시 경관과 역사적 맥락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개발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도시는 변화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공공성, 절차적 정당성,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 대한 존중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건축과 도시계획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입니다.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 재개발 변경 계획을 즉각 재검토하고, 시민과의 공적 약속과 세계유산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종묘의 경관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시민 모두의 공공 자산입니다. 우리는 이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역사도시 서울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1. 서성민 변호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SH공사의 위법·부당한 행정 실태와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존립을 위협하는 독단적 개발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엄중히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는 당초 수많은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이코모스(ICOMOS) 자문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종묘 경관 보호를 위한 높이 기준을 확정하고 이에 따라 관리처분인가와 기존 건물 철거, 매장문화재 발굴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서울시는 돌연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확정된 사업계획을 스스로 부정하며 건물 높이를 대폭 완화하였는데 이는 장기간의 사회적 합의와 행정적 판단을 한순간에 뒤집은 무책임한 행위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역사문화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서울시는 ‘도심 녹지축 조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종묘 인접 지역의 고밀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이 사업은 시작부터 문화재위원회와 이코모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으며, 재원 조달과 타당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제5항을 삭제하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이라 할지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을 사전 검토하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거한 조치이며, 대체 규정도 없이 이 조항을 삭제한 것은, 종묘 주변 지역 개발에 대한 통제 공백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고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이 직접 추진하는 개발 사업을 위해 문화유산 보호라는 공익을 저버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업시행자인 SH공사의 행태 또한 위법 부당한 것인데, 수천억원 이상의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지방의회의 추가 동의나 재검증 절차 없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지방공기업의 책임성을 망각한 것이고, 계획 변경을 전제로 설계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설계업체와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 자체로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고, 계약 변경 사유의 적정성과 절차의 투명성, 예산 집행의 합리성 모두가 실종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서울시와 SH공사의 위법부당한 행태를 고려하여,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실시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유네스코의 권고사항이 준수되는지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변경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한 낡은 개발 정치의 산물입니다. 오랜 공적 논의와 심의를 거쳐 확정된 결론을 시장 개인의 정치적 서사를 위해 뒤집은 것입니다. 이미 관리처분인가와 철거·발굴까지 마친 사업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한 책임은 분명히 오세훈 시장에게 있습니다. 게다가 그 무대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제1호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종묘는 무엇을 더 세우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절제하느냐로 지켜온 공간입니다. 제례 공간과 열린 하늘, 낮은 위계의 건축 질서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됩니다. 세운4구역의 71.9m 기준은 개발과 문화적 가치의 공존을 위해 설정된 최소한의 한계였습니다. 게다가 관리처분인가와 철거, 발굴조사까지 마친 사업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실행 단계에 들어선 행정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를 스스로 무너뜨렸습니다. 불가피한 환경 변화 때문도, 긴급한 공익상 필요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확정된 기준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용적률과 높이를 대폭 상향했습니다. 정책의 변경이 아니라 축적된 공적 판단을 권력으로 덮어쓴 행정 권한의 남용입니다. 세계유산 인접 지역에서 요구되는 절제 대신, 고밀도·고층화라는 익숙한 개발 논리를 다시 꺼내 든 것입니다.

특히,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숙의 없이 추진되고 있어 더욱 문제입니다. 비판은 형식 논리로 축소되고, 책임은 흐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의 최종 책임자는 오세훈 시장입니다. 종묘 앞에서 만들어지는 선례는 향후 서울의 다른 역사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서울은 더 높이 세울 능력을 이미 증명한 도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시가 아니라 절제, 확장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개발 성과를 앞세운 정치 대신, 세계유산 앞에서 멈출 줄 아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 부당한 변경을 즉각 철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종묘의 경관뿐 아니라 서울이 역사도시로서 스스로 세워온 기준 또한 함께 훼손될 것입니다.  세계유산 앞에서 정치적 쇼를 강행하는 도시는 결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없고, 그 선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 책임은 분명히 오세훈 시장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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