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5-10-31   952

<안국동窓> 마이크로소프트와 대한민국

빌 게이츠가 더 유명할까,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유명할까?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르는 사람 중에도 아마 세계 최대의 부자인 빌 게이츠를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된 것은 오로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 때문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이 회사에서는 많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체계이다.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된 것은 순전히 이 때문이다.

오늘날 컴퓨터는 일상용품이 되었다. 2004년 현재 전세계에서 8억 2천만대를 넘는 컴퓨터가 사용되었으며, 한국은 2620만대를 사용해서 세계 7위의 컴퓨터 사용국가가 되었다. 이처럼 많은 컴퓨터의 대부분은 IBM 호환형 개인용 컴퓨터이다. 그 유래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까지 컴퓨터는 대체로 정부나 대기업에서 특수한 용도로나 사용하는 고가의 기계였다. 그런데 1976년에 애플컴퓨터의 스티븐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제작하면서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당시 IBM은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작사로서 개인용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자 제품의 구색을 갖추는 차원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직접 제작하기로 한다. 그러나 시장이 너무 작아서 그 운영체계는 직접 제작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사에게 하청을 주었다. 빌 게이츠는 다른 사람이 제작한 MS-DOS를 구입해서 약간 손을 본 뒤에 납품했다. 그러나 그는 제품의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이용료를 받는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의 빌 게이츠가 있게 되었다.

아마도 개인용 컴퓨터는 1980년대의 최고 공산품일 것이다. 한 대에 수백만 달러씩 하는 컴퓨터를 팔던 IBM으로서는 값싼 개인용 컴퓨터에 노력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의 사양을 공개해서 누구나 그 사양대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했다. 그런데 IBM 호환형 개인용 컴퓨터는 누구나 만들 수 있었지만, 그것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빌 게이츠가 제작한 엠에스 도스를 써야 했다. IBM 호환형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빌 게이츠만 ‘떼돈’을 벌게 되었다. IBM은 엄청난 판단착오를 했던 것이다.

운영체계는 권력이다. 정보사회는 기술적으로 말해서 결국 컴퓨터사회, 요컨대 컴퓨터를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는 크게 보아서 두 가지 기술적 요소로 이루어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그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다시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운영체계는 하드웨어와 응용프로그램을 작동하기 위한 기반프로그램이다. 운영체계는 정보사회의 기술적 기반인 것이다. 운영체계를 장악하는 자는 결국 정보사회를 기술적으로 장악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바로 그런 자이다. 그는 정보사회를 장악하고 떼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세계 최대의 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위인’으로 상찬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극히 위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의 95% 이상이 IBM 호환형이다. 다시 말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가 전세계 개인용 컴퓨터의 거의 대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독점력은 역사상 유례없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이 독점력을 부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바로 이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20개 주에서 고발을 당해서 오랫동안 재판을 하고 있다. 제품가격이나 기술개발의 면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심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혐의의 핵심내용이다.

비슷한 문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의 윈도우 가격을 미국보다 비싸게 팔았다. 이 때문에 한동안 안티마이크로소프트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글’을 없애기 위해 워드의 덤핑공세를 펼치거나 아예 ‘한글’사를 매수하려고 하기도 했다. 독점은 막대한 이윤을 보장한다. 빌 게이츠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 정보기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정보사회는 심각한 기술적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2003년 1월에 이른바 ‘인터넷 대란’이라는 초유의 기술적 사고가 일어났다. 혜화전화국의 서버가 해킹당해 마비되면서 나라 전체의 인터넷이 불통된 황당한 사고였다. 이 사고는 기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를 사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기술의 개발방식과 관련해서 소프트웨어는 크게 폐쇄형 기술과 개방형 기술로 나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은 폐쇄형 기술의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를 전혀 모르는 채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참 맹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기대어 전자정부를 구축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지적해왔다. 세계 최대의 독점기업이 전자정부의 기술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브라질 등의 나라에서 전자정부의 기술로 개방형 기술을 사용하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지적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덫에 사로잡힌 꼴이 되었다.

지난 9월 28일 윤석구 국가사이버안전센터장은 시애틀의 MS 본사를 찾아가서 윈도98과 미의 패치서비스 중단을 늦춰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MS의 계획대로라면 국방전산망은 다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한겨레신문의 김재섭 기자는 이 사건을 두고 ‘제 무덤 판 MS 위주 국가정보화’라고 지적했다. 한 달 뒤인 10월 28일에는 MS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낸 보고서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독점기업의 힘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를 가리켜 ‘세계를 터는 강도들’이라고 부른다. 독점력을 이용해서 막대한 독점이윤을 챙기면서 기술의 문제를 제대로 공개하거나 개선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전자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도 보안의 이유에서 개방형 기술을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빌 게이츠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줄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해 놓고는 목덜미를 잡히고 따귀를 맞아서는 안 되겠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를 ‘위인’으로 상찬하는 헛소리부터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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