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설명회 “FX사업 외압 없다” 진상규명 요구 외면
제1장면-오전 11시 국방부 ‘안’에서는 무슨 일 있었나
인터뷰-국방부 정책설명회 참가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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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GO 대표간부 초청 국방정책 설명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설명회 장소인 국방부 민원실 앞에서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3월 25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공동대표 임종철 이하 평통사) 등 15개 시민단체 대표 15명(각 단체 1인 배석)은 국방부가 마련한 ‘NGO 대표간부 초청 국방정책 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국방부 대표로 김동신 국방장관, 권영효 국방차관,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 등 20여 명이 배석했다. 당초 국방부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F-X사업과 관련해 시민단체 대표들과 충분히 교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방부 측이 예정된 두 시간 중 무려 1시간이 넘도록 국방부의 현안과 F-X사업 추진 경과에 관한 설명을 하는 터에 정작 중요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따라서 이날 국방부가 개최한 ‘NGO 대표간부 초청 국방정책 설명회’는 알맹이 없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날 참여연대 대표로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을 통해 국방정책설명회의 내용을 엿보자.
– 국방정책설명회에서 주로 오간 이야기는 무엇인가?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F-X사업은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조달본부, 국방연구원 등 4개 관련기관이 직접 평가했고, 정작 본인(국방부)들은 결과만을 취합했기 때문에 외압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최근 조주형 대령이 제기한 차기전투기 기종선정 과정에서의 외압설은 조사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추가조사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부품이 부족하고 단종 기종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F15에 대해서는 단종이 된다해도 상당기간 부품조달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정과정의 후보로 탈락시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그렇다면 모든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F15기를 선정하겠다는 말인가?
“국방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F15기를 옹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정책설명회 자리에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앞으로 F15기와 관련된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조 대령은 외압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방부는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그 사이의 진실은 뭐라고 생각하느냐?
“우리로서도 외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단지 정황에 의해 특정 기종에 대한 지지가 분명히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군시험평가단이 평가과정에서의 의혹을 제기하고 그것이 특정기종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상호방위라는 정책적 측면의 평가 역시 세일즈 외교의 정도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의혹자체의 실체를 부인하고 있고, 진실규명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
– 시민단체들은 이런 국방부의 견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투명하지 못한 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특정기종에 대한 외압의혹을 밝혀낼 수 있는 해소안을 마련하라고 밝힌 바 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업 연기와 외부감사, 기종선정의 평가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외부감사요청 계획에 대해 김동신 국방장관은 검토해보겠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미뤘다. 평가기준과 결과의 공개 요청에 대해서는 선택된 기종에 한해서만 공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종간 비교발표는 영업비밀,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발을 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발표되는 선정기종만의 평가결과 공개는 홍보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
– 오늘 설명회를 약평해달라.
“시민단체들은 FX관련 의혹을 규명하라고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의혹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시민단체와 국방부는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물론 시민단체와 국방부가 이 사업을 두고 만났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일 수 있으나 서로 인식의 격차가 너무 컸다.”
제2장면-오전 11시 같은 시각 국방부 ‘밖’에서는…
3월 25일은 ‘F-X사업 반대의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나절 약간의 시차를 두고 서울 시내에서만 3개의 집회가 열렸다. ‘민족의 자존심’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F-X사업의 부당성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현장을 다녀왔다.
전투기의혹 묵묵부답, 오만하고 폐쇄적인 국방부
3월 25일 국방부 정책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방부 민원실과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는 각각 종교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F-X사업 의혹규명과 연기를 촉구하는 공동집회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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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방부 민원실 들머리에서 자통협, 민주노총, 민주노동당등 10여개 종교 시민단체가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정책설명회가 시작된 오전 11시 국방부 민원실 건물 들머리에서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공동대표 문규현 이하 자통협)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평통사 등 10여 개 종교, 시민단체와 함께 침묵시위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국방부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타당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4쪽짜리 신문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들은 이 신문을 통해 F-X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며 집회 및 1인시위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침묵시위는 지난 3월 3일부터 4일간 벌인 바 있는 ‘연좌농성’에 이은 두 번째 시위다. 박석분(45세) 평통사 회원은 “국방부가 우리나라 기관 중 가장 오만하고 폐쇄적인 곳”이라고 지적하며 “전투기사업 의혹에 대해 명쾌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국방부는 답하지 않은 채 뜸을 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는 3월 29일까지 매일 국방부 정문과 후문에서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각각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국방부가 의혹투성이 전투기사업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내놓기 전까지 그들의 요구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기종 선정을 위한 준비된 시나리오
같은 날 정오.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련 등 8개 시민단체가 “F-X사업의 의혹규명과 국정조사권 발동 촉구”를 요구하며 공동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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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등 8개 시민단체가 “FX사업 의혹규명과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의혹투성이 F-X사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발언에 나선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처장 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종속관계 정도가 가장 긴밀한 곳이 국방분야인 만큼 F-X사업의 논란은 우리나라가 대미 군사종속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주적 국방을 이룰 수 있을 지의 문제가 걸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전투기는 공군 사업이지만 소위 ‘육방부’라 불리는 국방부의 주축을 이루는 육군이 전투기사업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며 국방부의 객관적 평가에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각 시민단체 회원들은 “세금 먹는 하마, 의혹투성이 F-X사업을 연기하라”, “국민은 분노한다 F-X사업의혹을 즉각 규명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퍼포먼스를 펼쳤다.
모형 고물전투기를 비유한 상어의 입 속에 전투기 구매가격인 4조 3천억 원을 의미하는 돈 뭉치를 넣는 내용의 퍼포먼스는 지나가는 시민들의 발길을 묶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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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진행중인 FX사업을 빗대어 F-15를 상징하는 고물 전투기 입속에 돈뭉치를 집어 넣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명서 낭독을 통해 △부당한 외압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자주적 입장을 견지할 것 △국방부의 전투기 기종 평가 과정에서의 객관성과 투명성 보장 △세금을 낭비하는 F-X사업의 전면 재검토 △외압과 비리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기종 평가기준에서 기술이전 항목 중 핵심기술이 빠진 기종에도 0점이 아닌 60점을 주도록 하는 배점방식으로 기종간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3퍼센트 미만일 경우 적용되는 2단계 평가가 한미관계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면 이는 특종기종 선정을 위한 ‘준비된 시나리오’인 것”이라며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3월 25일 오후 2시 국방부 앞에서는 또 다시 집회가 시작됐다.
차기전투기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조주형 대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종교인 기도회.
이날 기도회에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9개 종교단체에서 모인 40여 명의 회원들이 참가했다. 특히 퍼포먼스로 부시와 우리나라 국방부 수뇌가 함께 고물전투기를 놓고 망치질을 하는 모습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문규현 신부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번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없다면 이는 민족자존심을 허물어트리는 일”이라며 격노했다.
홍근수 향린교회 목사는 조주형 대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오늘 각 종교계 사람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하나가 되게 만든 사람은 바로 조주형 대령”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개인의 영달을 포기하고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진실을 폭로한 조 대령은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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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에 국방부 앞에서 벌어진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9개 종교단체가 벌인 FX사업 재검토와 조주형 대령 석방을 요구하는 종교인 집회 |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의 이혜화 교무와 예장 민중선교협의회의 장창원 목사는 각각 기도를 이끌고 양심적인 인물의 석방과 민족의 자주와 평화를 빌었다.
한편, 집회군중 속에는 두 명의 외국인이 피켓을 들고 있어 눈에 띄었다. 한 노부인은 “PEACE, NOT WAR”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32년이 된 귀화 미국인 하유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56세)로 오늘 집회에 대해 “여러 종교인들이 모여 각 신앙을 초월해 이 시대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워 보였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관심을 가져왔다는 F-X사업과 관련해서는 “한국사람들이 미국의 압력에서 벗어나 공정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결정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국방부의 정책설명회에 참석했던 문규현 신부는 “오늘 모임은 걱정했던 대로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오늘에 이르러 투명성을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였던 임종철 평통사 공동대표는 “국방부는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가운데 오늘부터 평가단이 합숙에 들어가 곧 선정기종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은 시민단체들과의 의견도 들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한 자리에 불과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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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인 집회에서 부시 미대통령과 우리나라 국방부가 고물전투기인 F-15를 두고 망치질을 하고 있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임종철 대표는 또 “국방부가 사업을 강행하여 결국 F15K기종을 선정할 경우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며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집회가 1시간이 조금 넘어 마무리되고 있는 동안 기온이 떨어지며 제법 센 바람이 불었지만 참가자들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작은 기도가 눈 먼 자 눈뜨고 귀머거리 귀 열리고 억눌린 자 해방되어 일하고 사랑하며 한 판 멋진 정의 세상을 만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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