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회는 상법개정 후퇴 없이 완수하라

충실의무 없는 정부·국민의힘의 ‘밸류업’은 공염불에 불과해
민주당도 실효성 없는 ‘노력의무’ 명문화로 여당과 야합해선 안돼
상법 개정 당론채택 민주당, ‘3%룰’ 등 개혁과제들도 마무리해야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11월 정기국회에서 강행할 모양새다. 그러나 이복현 금감원장의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및 배임죄 폐지 발언에도 정부와 국민의힘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최근 상법 개정은 필요하다면서도 배임죄 폐지 검토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정을 내리는 등 경제정책과 관련하여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역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 국회는 반드시 후퇴 없는 상법 개정으로 재벌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이사의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국내 증시의 떨어진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주장은 공염불에 가깝다. 지배주주인 이재용 회장의 승계를 위해 불법합병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도 모자라, 해외 주주인 엘리엇과 메이슨에 2,300억원의 세금을 물어주게 된 상황에서도 국내 주주들은 당시 이사들에게 그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사가 업무처리 과정에서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고려하여 충실하게 일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우리 기업의 현실을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필수적인 과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재계의 반대논리에 매몰되어 묻지마 반대만 일삼고 있다.

민주당의 행보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낸 상법 개정안 중에는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하여 선관주의 의무 명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 및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 의무 명시, 직무 수행에 있어서 환경과 사회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건을 추가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개정안은 실효성이 너무나 부족하다. 특정 주주의 이익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직무 수행에 환경과 사회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대주주만을 위해 소액주주를 피해 입히는 이사의 결정을 정당화 해주는 근거가 될 수 있어서 개정 취지와 어긋난다.

금융투자소득세까지 폐지하면서 상법을 개정하겠다는 민주당의 안이 이렇게 미약하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혹시라도 민주당에서 이 정도 수준의 개정안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 안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 대법원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취지에 공감한다는 검토 의견을 낸 바 있다. 정부에서도 추진했었고 국회와 사법부, 일반 투자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충실의무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민주당은 이미 ‘노력의무’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던 만큼, 정부처럼 입장을 후퇴시키지 말고 이사의 충실의무에 ‘모든 주주의 공평한 이익을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을 명확히 추가한 개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민주당의 상법 개혁은 주주의 충실의무 명문화에서 그쳐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권과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도 반쪽으로 처리했던 개혁과제들을 이번에는 완성해야 한다. 특히 지난 개정에서 후퇴한 상태로 통과되어 유명무실화된 ‘3%룰’은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통합하여 3%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이번에도 후퇴한다면 ‘경제민주화’를 주창해왔던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타협 없는 상법 개정 및 개혁과제 완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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