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당정은 ‘형법상 배임죄 폐지’ 방침 전면 철회하라
배임죄는 총수일가·경영진의 사익편취 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
기업활동 위축시킨다는 재계 논리 답습, 현실은 제대로 처벌 안 돼
대체입법 마련이 우선되지 않으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만 조장할 것
당정(더불어민주당·정부)은 오늘(9/30) 형법상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배임죄의 폐지는 경제형벌의 합리화나 규제의 개선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손쉽게 허용하는 개악일 뿐이다. 참여연대는 당정이 추진하는 형법상 배임죄 폐지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당정은 “배임죄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영을 하면서 배임죄에 걸릴 위험 때문에 못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배임죄 때문에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이 위축된다”는 주장의 예시는, 부당합병, 계열사 내부거래(부실계열사 지원행위), 부실대출 정도인데, 합병하는 것이 배임죄에 걸릴 것 같으면 그러한 합병은 하지 않으면 되고, 내부거래를 하는 것이 배임죄에 걸릴 것 같으면 내부거래를 하지 않으면 되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배임죄에 걸릴 것 같으면 대출을 하지 않으면 된다. 즉, “배임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재계가 오래 전부터 반복해온 논리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은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보아도 배임죄 요건은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배임죄는 추상적이어서 문제다”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법원은 그 동안 배임죄 판단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고 상당히 많은 판례 법리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정상적 기업활동은 배임죄에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재벌총수들이 수천억 원의 손해를 발생시키는 배임행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아 오죽하면 3·5법칙(징역3년·집행유예5년)이란 말까지 생겼다. 당정의 배임죄 폐지 주장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
배임죄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법령과 정관에 위배되지 말라는 최소한의 방파제이자, 주주와 이해당사자의 신뢰에 반하여 사익 편취를 도모하는 총수일가 및 경영진의 행태를 억제하는 마지막 장치이다. 배임죄를 없애겠다는 것은 소수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수 투자자와 국민 경제의 신뢰를 희생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당정이 추진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소수의 총수일가가 마음대로 기업을 좌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다수 국민을 위한 정의롭고 공정한 경제 질서이다. 당정은 배임죄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경제정의와 기업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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