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7-16   1272

[칼럼]조세도피처 문제 해결을 고민하며

조세도피처 문제 해결을 고민하며

조수진 ㅣ 변호사,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뉴스타파보도는 우리 사회 부유층의 어두운 단면

인터넷언론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자료를 분석하여, 세계 각지의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이 245명이라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재벌가, 사립대학 총장, 유명인, 전 대통령 일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조세도피처란 

조세도피처는 소득세, 법인세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지않거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지역이다. 종류는 바하마·버뮤다·케이맨 제도같이 소득세를 물리지 않고 조세조약을 맺고 있지 않은 곳(tax paradise), 홍콩·라이베리아·파나마 등 외국에서 들여온 소득에 비과세하거나 저율 과세하는 곳(tax shelter), 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위스 등 특정 기업이나 사업에 세제상 특전을 인정하는 곳(tax resort) 등 다양하다.

조세도피처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나

조세도피처에서는 먼저 우리나라 누군가가 조세도피처에 외국 국적의 법인을 만든다. 사무실과 직원을 두고 사업을 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법인이 아니라 이름만 있는 유령회사, 즉 문서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이다. 이 때부터 이 법인 명의로 하는 자산 매입행위, 계좌를 통한 자금 이동행위는 모두 외국인의 행위가 된다. 법인이 외국 법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납세의무자를 ‘거주자’로 한정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우리국민과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얻는 외국인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즉, 우리나라 국민이 조세도피처에 외국 국적의 법인을 세울 경우 외국인이 외국에서 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이 조세도피자는 법인 명의로 각종 재산을 사고 팔고, 계좌를 열어 주식거래를 하지만 소득세, 법인세, 증여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 나라에 계속 재산을 축적한다. 외국 국적의 법인의 주식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자녀는 부자가 된다. 조세도피처는 어차피 세금을 걷지 않는 나라이므로 조세도피자는 그 나라에도 내지 않고 우리나라에도 내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조세도피처가 국제조약인 조세협약을 맺었다면 우리나라의 과세권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조세도피처가 조세협약체결을 거부하거나, 조세도피처가 과세하는 것으로 조세협약을 맺고는 저세율로 과세한다. 

이를 악용해 우리나라와 맺은 조세조약상 과세를 하지 않거나 적게 과세하는 나라를 조세도피처로 선택하면 세금을 피해갈 수 있다. 

조세도피처라 해도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진출해서 그나라에 실제로 근거지를 두고 건실한 경제행위를 하는 경우라면 그 나라의 법에 따라 세금을 적게 되는 것은 적법이고 다만 도적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형식만 외국 진출을 가장했을 뿐, 우리나라 거주자의 경제행위이고 우리나라의 인프라를 이용하여 소득을 얻고도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중간에 허위의 페이퍼 컴퍼니를 경유하는 경우에는 불법 세금포탈행위이다. 이런 경우를 역외탈세라고 한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해서 2011년 1/4분기에 역외탈세범들에게 4741억 원을 추징, 올해에는 지난 5개월간 4798억 원을 추징했다(국세청 홈페이지 자료).

조세도피처는 왜 나쁜가

조세도피처가 꼭 나쁜 용도로 사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비용은 세율이 높은 곳에 전가하고 이익은 조세도피처로 빼돌려 세금포탈을 하는 것이다. 적법하든 불법이든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있다. 

헌법에 유일하게 규정된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 그리고 납세의 의무는 가장 평등하게 모든 국민이 나눠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의 도로, 경찰과 국방서비스, 각종 행정서비스, 외국과의 교역, 외교와 같은 국가 인프라의 덕을 과연 부자와 아닌 사람간에 누가 더 많이 받을까? 부자이다. 

게다가 조세도피처에 세운 외국 법인이 부동산을 사고 주식을 사는데, 그 많은 돈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국내 기업은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탈세하고 빼돌려진 이익은 기업 총수인 재벌의 개인 쌈지돈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어 주주와 노동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정치자금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조세도피처에 세운 기업에 묻어두었다가 어떤 식으로든 국내에 다시 들여와 사용한다면  돈선거가 되어 깨끗하고 공정한 정치문화를 방해한다. 

거시적으로는 국제적 투기국의 문제, 북반구 선진국과 남반구 개발도상국간의 빈부격차로 인한 남북문제와 관련된다. 부도덕하게 조성된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며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

현행 법의 규제 현황 -어느 경우에 탈세범에 해당하나? 

우리나라 세법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거주자가 얻은 이익이 명백한대도 허위로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과세를 피해간다면 불법인 탈세범이 된다. 

우리나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은 외국 국가 중 법인의 부담세액이 실제발생소득의 100분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을 조세도피처로 규정한다. 이런 조세도피처에 우리 국민이 10% 이상의 주식을 가진 기업이 있는 경우, 그 기업의 수입 중 우리 국민이 받을 배당 부분은 배당을 하든 안하든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법인세나 소득세의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필요한 사무소, 점포, 공장 등의 고정된 시설을 가지고 있고, 그 국가 또는 지역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거주자나 내국법인은 외국에 법인을 세우거나 외국에 투자할 경우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설립, 운영에 관한 제반사항을 보고해야 하며 여러 공시의무가 있다. 나아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법률에 따라 해외금융계좌가 10억원이 넘으면 국세청에 직접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이 해외 계좌 신고 자체를 하지 않고 증여를 알리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외국에 있는 재산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는냐 정보 문제이다. 그래서 역외탈세 근절의 성공 여부는 자진신고 유도를 위한 효과적 제도 구비와 신고의무자들이 신고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세관청이 어느 정도의 정보 확인 능력을 구비하였는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해외 과세자료의 확보가 중요한 문제이다. OECD 차원의 모범조약이 존재하고 이에 따른 각국과의 조세협약이 이루어지는데 우리 나라 정부도 조세도피처에 해당되는 국가나 지역과 함께 ‘조세정보교환협정’ 또는 OECD 정보교환 조항규정이 포함된 ‘조세조약’의 체결 또는 개정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세조약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이 점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역외탈세는 부유층만이 하는 탈세수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이다. 이번 기회에 문제 근절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되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07월호(제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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