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정신보건, 지역복지 최후의 사각지대
김보영 l 영남대학교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
정신보건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희생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우려가 크자 각종 심리치료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 쏟아진다.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에 지원 뿐 아니라 안산지역 주민에게도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되는 등 언론기사들만 보면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사뭇 다르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기꺼이 자원하여 참여했던 정신보건 전문가 등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행정에 대한 이야기가 괴담처럼 들려온다. 휑한 공간에 전문가들을 테이블 한편에 주르륵 앉혀놓고 상담 간판 걸어놓기에만 급급했다거나, 안산지역 동사무소엔 전문가 한 명씩 앉혀놓고는 상담 실적을 보고하라고 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큰 상처를 받은 이들이 뻥뚫린 공간에서 상담을 받으러 찾아올리도 없고, 슬픔에 잠긴 주민들이 동사무소에 알아서 상담을 받으러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인 이해조차 결여된 형식적인 조치들인 것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고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정신보건정책과 서비스의 현실을 보면 더욱 참담하다. 그동안 복지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각종 복지사업들이 대폭 늘어나고, 희망복지지원단과 같은 사례관리 체계 도입으로 복합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정신보건 영역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공과 민간이 긴밀한 연계체계를 구축하여 통합적인 개입을 하고 있다는 모범적인 지역에서 조차 알콜중독 등 조금이라도 심각한 정신보건문제가 걸려있으면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지역사회에 정신보건센터를 비롯한 정신보건기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신보건 문제가 있는 경우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방치하거나 현실적으로는 단 두가지의 선택지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영국의 경우, 복지국가 성립이 본격화된 1950년대부터 정신보건서비스에 대해 차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보호(community care)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가 존재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는 매우 취약하여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정신보건문제에 대한 대응은 커녕 여전히 병원이나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질환자나 정신장애인의 기본적인 인권문제가 가장 시급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부족하나마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가 발전되어 왔지만 정신보건 영역은 여전히 기초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최후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이에 대한 현실을 집어보고 대안을 검토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우리사회의 정신건강’을 기획주제로 다루어 보았다. 우리나라 정신보건정책의 실태를 비롯하여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서비스 현황을 집어보고 우울과 자살, 중독 등을 중심으로 우리가 대응해야 할 정신보건 쟁점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논의들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6월호(제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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