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5-10   1023

[동향1] CCTV 확대를 통한 장애여성 안전대책을 경계한다

CCTV 확대를 통한 장애여성 안전대책을 경계한다

이진희 l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장애여성의 인권 < 안전할 권리?

장애여성운동은 남성·정상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하며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편견에 문제제기하고, 장애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장애여성의 몸, 속도, 차이, 성(sexuality), 독립, 폭력, 문화운동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반성폭력운동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건 지원과 법·제도적 체계 마련에 대한 활동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인식에 문제제기하며 장애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 항거불능의 정치, 발달장애인의 성 등 남성·비장애인·정상성 중심의 성문화를 비판하며 사회의 변화를 촉구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장애여성운동의 노력들이 ‘안전을 위한 CCTV 설치’ 문제와 만날 때는 어떻게 될까? 작년부터 이어지는 장애여성 성폭력 예방대책의 일환인 장애여성 가정 내 CCTV 설치 확대 흐름은 복잡한 고민에 들게 한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 지원, 안전과 폭력 예방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라는 반론하기 어려운 당위성과 지지여론 앞에 장애여성의 주체성, 자기결정과 독립적인 삶,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과 자유, 정보통제권 등의 고민들을 꺼내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사회적 노력은 촉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과 시간을 들여 확대하고자 하는 장애여성 성폭력 예방을 위한 CCTV설치가 보호와 통제 담론에 갇혀 장애여성의 욕구, 폭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이 결정에 대해서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장애인 성폭력이 일어나는 원인과 대책,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안전을 위해 침해당할 수 있는 기본권, 그리고 결국 장애여성이 보호의 대상이 아닌 시민권을 가진 존재로서 인권을 존중받는 문제까지 연결하여 고민한 후 CCTV 설치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폭력예방을 목적으로 한 장애여성 가정 내 CCTV 설치 사례

2013년 충북 진천경찰서가 ‘4대 사회악(성·학교·가정폭력, 불량식품) 척결’의 하나로 재가 장애여성 성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진천군에 거주하는 1, 2급 중증장애여성 83가구를 직접 방문해 보호자 입회하에 CCTV 설치 여부를 직접 물었으며, 그중 거주환경과 장애유형 등을 고려해 다섯 가구에 CCTV를 설치했다.

군산경찰서(서장 이동민)가 성폭력 등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장애인의 집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 범죄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군산경찰은 지난 25일 서수면 장애인 A모(여, 지적장애 1급) 씨 집에 맞춤형 통합지원단의 지원으로 CCTV(비용 약 45만원)를 설치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경장동 장애인 B씨의 집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 대상 범죄예방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경찰은 여성 장애인의 경우 성범죄 등에 취약하고 피해발생시 관계기관의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홀로 거주하는 중증 여성 장애인들을 시작으로 통합지원단과 함께 사업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충청남도(도지사 안희정)는 보호자가 없는 재가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정 내 CCTV(폐회로텔레비전)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충청남도는 이번 사업이 2차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신규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가정 내 방범용 CCTV 설치를 희망한 67가구를 대상으로 우선 설치한다고 밝혔다.

장애여성의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목표로 내세운 CCTV 확대 계획을 지난해 4월 전남 장흥을 시작으로 5월 충북 진천, 올해 1월 군산, 2월 충남이 사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사회악(성·학교·가정폭력․불량식품)’ 척결의 정책기조를 기반으로 하여 전국의 지자체로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CCTV 설치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선 국가의 장애인 등록제도를 통해 집적된 장애인의 개인정보가 활용되었다. 당사자는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가 활용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개인정보와 정보인권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그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개인정보 노출은 불가피하다. 많은 사회적 약자들은 이렇듯 복지 서비스를 지원 받기 위해 사생활 노출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 집적과 유출로 인한 인권침해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적 고민은 부재하다.

진천경찰서는 가정에 방문해 당사자와 가족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그들이 동의한 것은 CCTV를 통해 자신들의 사생활이 ‘감시당할 것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CCTV를 통해 ‘안전한 상황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동의일 것이다. CCTV가 가정 내 혹은 집 앞, 골목 등에 설치되어 당사자와 가족의 모습이 찍히는 것은 불편하지만 위험한 세상에 기댈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선 설치를 동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여기에서의 동의는 안전하고 싶은 욕구이지 안전을 위해 인권침해까지 감수하겠다라는 의사표현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가 원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변화와 대책들을 함께 찾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CCTV는 편리한 방식으로 선택됐다.

한국사회가 장애여성이 살아가기에 자유롭지 않은 불안한 사회인 것도 분명하며 장애인 성폭력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사회문제인 것도 맞다. 하지만 CCTV가 미치는 인권침해 요소가 오랫동안 문제제기 되어 온 만큼 장애여성의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제대로 검증해가며 도입해야 한다.

감시와 통제의 성폭력 예방대책의 문제

실제로 CCTV가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근거나 통계가 명확히 제시된 사례를 본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획기적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정책적 효과성 때문일 것이다. 대중은 CCTV를 통해 범죄 가해자를 찾아내는 효과성을 중심으로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CCTV가 범죄 예방과 범죄 발생률을 줄이는데 많은 기여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CCTV는 범죄 자체를 예방하기보단 범죄 발생 이후 수사단계에서 증거를 찾기 위한 사후대처의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영국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계획범죄 예방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충동범죄 예방에는 큰 성과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경우 발달장애인들은 경제적인 자원이 없으므로 적은 돈이나 음식에도 쉽게 유혹되곤 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가해자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가할 수 있는 있다. 발달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친구, 커뮤니티 등 사회경제적 활동의 취약함이 성폭력을 발생시키기는 외부적 조건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폭행 장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별다른 거부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는 성폭행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아챈다고 하더라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여 가해자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해자에게 유인된 것과 성관계에 동의한 것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즉 저항의 외관이 드러나지 않아 해결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는 두려워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방법을 몰라서 성폭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성폭력 행위의 의미를 알지 못하여, 신체적 제한으로도 저항하지 못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부를 무시하거나, 무표정하거나, 가벼운 위협을 한 것만으로도 쉽게 저항을 포기하는 피해자의 사례가 많다.

이와 같이 장애인성폭력의 특성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장애인의 언어와 의사표현을 믿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감시된 영상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피해사실에 대한 확인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익숙하거나 친밀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다수기 때문에 장애인 성폭력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삶의 유형과 그것을 둘러싼 성적 관계, 행위, 욕망 등을 둘러싼 다층적 권력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의 발굴이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 성폭력 해결 정책은 장애여성을 통제와 감시를 통한 폭력피해 예방방식과 가해자 처벌강화를 통한 겁주기식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CCTV설치, 형식적인 성폭력 예방교육과 성교육 등 쏟아져 나오는 성폭력 예방대책 속에서 정작 장애인의 의견과 욕구를 들으려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과연 그것이 정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지하게 성찰할 때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가해하지 않는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예방을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하여 모든 장애인을 잠재적 피해자화 하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의 낮은 사회적 위치와 차별, 장애인의 섹슈얼리티와, 피해여성의 70%를 차지하는 발달장애여성을 폭력·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하며,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 금지적인 시각에 대한 전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전제 되어야 하는 것이다.

위협받는 장애여성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통제권

CCTV가 가정 내 설치되든 가정 밖에 설치되든 장애여성은 자기정보통제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제한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녹화저장장치가 당사자 집에 있어 경찰이 범죄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것을 확인할 일이 없다며 사생활 침해 우려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장애여성이 가족 안에서 낮은 위치임을 감안하면, 가족 혹은 익숙한 타인 등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그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독거 장애여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상시적으로 출입하는 지원인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위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건강관리, 교육, 일상관리 등의 목적으로 CCTV에 녹화된 영상이 활용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장애여성의 사생활은 그대로 노출된다.

범죄 피해사실의 유무를 확인하는 용도로 녹화영상을 확인해야할 경우에 장애여성의 자기정보통제권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가. 성폭력을 경험한 장애여성의 피해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본인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마땅한 것일까. 저항한 증거를 영상에서 찾기 어렵다면 혹여 합의로 간주하지 않을까. 또는 합의의 과정이 있었음에도 성폭력으로 오인할 가능성은 없을까. 성폭력 상황이 촬영된 영상은 인권침해의 문제와 가능성이 없는 것인가. 수사를 위해 확인해야할 영상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이 과정 전반에서 장애여성은 자기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힘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많은 질문이 맴돌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한 원칙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통제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CCTV 설치 경고문이 붙어 있으니 잠재적 가해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다’ 라는 말도 사건의 한 면만을 바라본 판단으로 보인다. 장애여성 거주지에 대한 정보는 굳이 알려질 이유가 없는 사생활이다. 그런데 CCTV를 설치하는 과정 중에 혹은 CCTV설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자신의 주거지에 대한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장애가 있을 경우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너무나 쉽게 본인의 일상이 노출되고 관찰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아파트 승강기에서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12층 사시죠?’ 라고 친절하게(?) 버튼을 눌러주거나 시장에선 ‘자주 봤다며 밤늦게 들어가는 것 같더라.’ 라는 말을 들을 때 느껴지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것이 주변과 ‘다르다’라는 하나의 표식처럼 작용하는데, 여기에 CCTV가 설치된 집이라는 안내판이 더해져 장애여성은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는 대상이라는 낙인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에게 자기정보통제권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신변과 일상을 보조받으며 무수히 많은 사생활 노출을 각오하며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 현장에선 자신에 대한 정보와 사생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일상을 기획하고 정보를 통제하는데 힘을 기울이느라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따라서 안전에 대한 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 사이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두가지 모두를 중요하게 고려한 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오히려 좁아지게 될 안전한 공간, 전 사회의 시설화

설령 CCTV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입증된다고 해도 안전 이외에 다른 중요한 사회적 권리들과 충돌한다면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 협소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범죄피해에 노출되지 않는 대상이 되어서 살아가는 것은 과연 ‘안전한 삶’일까?

장애여성공감의 배복주 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계속 보호, 통제, 감시하는 방향으로 기능이 작동되면 이 사회는 거대한 시설처럼 될 것이며, 통제와 감시가 아닌 개인이 힘을 가지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해를 끼치는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보호정책만 강화한다면 약자는 지역사회에서 안전한 곳만 다닐 수밖에 없게 된다. 어딜 가나 안전해야 하는데 ‘그 공간’에서만 안전하게 되는 꼴이다.‘ 비판했다.

결국은 CCTV가 있는 공간으로 장애여성의 삶이 제한될 것이란 의미다. 안전사고, 자연재해, 외부로부터의 침입과 폭력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만날 사람과 장소를 결정한다. 그런데 장애여성은 안전하다고 정해진 공간만 찾아다녀야 하는 것일까. 사회가 설정한 안전구역은 오히려 장애여성이 가야할 곳, 만나야할 사람, 경험해야할 세상의 넓이를 제한하여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를 좁힐 수 밖에 없다. 실효성이 명확치 않고 감시와 통제의 위험성이 큰 CCTV설치에 투여될 사회적 비용을 오히려 장애여성들이 사는 집에 욕구를 반영하여 방범창, 도어락, 가로등 설치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장애여성이 고립된 공간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문제라면 사회참여를 돕고, 일자리를 만들고, 친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장애인자립생활운동에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삶이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을 예측하고 감안하여 선택하는 것도 독립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 장애여성독립생활운동에선 장애여성이 응급상황이나 위험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평상시에 미리 고민하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기면서 사회적으로 장애여성을 위한 안전망이 잘 구축될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공간과 안전에 대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안전한 방식을 터득하고 익히는 것,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는 것을 독립적인 삶을 획득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안전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의미완 다르다. 사회전체가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지원하는 속에서 이러한 삶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죄 예방과 폭력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협상 가능한 것으로 바라봐선 안된다. 장애인운동은 탈시설운동을 통해 시설에서의 감시와 통제에 대해 비판하며 다른 방식의 사회적 대안을 요구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다시 감시와 통제의 방식을 채택한다면 오랫동안 진전시켜온 장애인 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다.

CCTV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상황에 대한 엄격한 원칙과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어야 한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사회복지시설 내에 복도와 방에 CCTV를 설치한 것은 인권침해의 여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 제한적으로 설치하고 그 운용과정에서 인권을 부당히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규정과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 사례가 있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 안에 개입되는 다양한 타인들(활동보조인,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요양보호사, 특수교육보조원, 생활교사 등 사회복지/돌봄 노동자들과 가족 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와 공익을 목적으로 사생활과 자유, 비밀 등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할 때 우리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약자에 대한 보호는 금세 효율적인 감시라는 장치를 통해 통제와 관리로 이어진다. 며칠 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에 시위에 참가했던 장애인들은 수많은 체증 카메라에 둘러싸였다. 어떤 장애인 시설과 학교에서는 안전을 위해 CCTV를 설치한다. 그리고 정부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집과 집주변에 CCTV를 설치한다. 장애인의 몸은 ‘안전과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보여 지는 몸이어야 하고, 자기 소리를 내며 사회를 비판할 땐 범법자 취급을 받고 체증 카메라에 담긴다. 참으로 씁쓸한 이 장면들은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일상화된 감시와 통제 안에 놓인 장애인의 삶을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정책들은 이렇게 모순적이다.

분명한 것은 안전할 권리는 중요하며 국가가 그 책무를 다해야하지만 안전할 권리 확보를 위해 침해당해도 되는 기본권은 없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에서는 ‘방해받지 않을 권리’ 뿐만 아니라 방해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사생활을 형성하고 전개해나갈 권리’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으며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을 소극적 권리로서의 의미와 함께 외부로부터 간섭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사생활을 영위하고 발전시켜나갈 적극적 권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는 인간답기 위해 전제되어야할 소중한 조건일 것이다.

불가피하게 설치해야하는 상황에선 현장의 목소리와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하여 토론하고 합의하며, 그 설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감시와 통제를 당연시 여기며 국민의 사생활에 대한 국가의 집적을 용이하게 하는 CCTV는 결국 장애여성 당사자의 사생활과 자유를 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위험성에 대한 논쟁과 국가적 책임은 접어둔 채 보호와 감시 담론을 강화시키는 CCTV 장애여성 가정 내 설치의 흐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결국 보호 받기 위해 ‘감시’를 감당하는 사람은 ‘장애여성’일 수밖에 없다. 감시의 가장 부정적인 결과는 결국 장애여성 당사자의 삶과 행동을 위축시킨다. 다시 사회 안에서 제한된 경험을 강요받고 관리를 받게 될 삶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5월호(제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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