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10-10   4468

[동향2] 민간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전략 현황과 문제점

민간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전략 현황과 문제점

김종명 l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팀장

 

들어가며

 

박근혜 정부가 의료영리(민영)화 정책들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부대사업범위 확대, 영리자회사 허용, 원격의료 허용 등이 그렇다. 의료영리화 정책이 목표로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향상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부추기고, 의료서비스에 자본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자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해 주려는데 있다.

 

한편, 의료영리화는 위와 같은 의료공급체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원조달 측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재원조달측면에서 의료영리화는 공적 의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을 강화하는 대신 민간의료보험을 양적으로 확대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과 대등한 역할과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건강보험과 경쟁하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현재 의료공급체계에서의 의료영리화는 논란이 되고 있고, 잘 알려진 반면, 보건의료의 재원조달 측면에서는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이에 이 글에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현황과 그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실손의료보험 출시 현황과 의미

 

실손의료보험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의료민영화를 대표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정부 초기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하려는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약간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확대된 것 외에는 특별한 성과를 갖지 못하였다. 대신 정권 후기부터는 의료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의료영리화를 추진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 확대를 위한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자, 과중한 본인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그 보충적 역할을 맡겼다.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통계자료를 보험개발원에 넘겨주었다. 그를 바탕으로 보험개발원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손의료보험 상품 개발하였다.

 

실손의료보험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는데,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2012년 5월까지 2500만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 지 5년도 되지 않아, 전체 국민의 절반이상이 가입하였다.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 데에는 삼성의 역할이 결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간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주로 암보험, 정액형 질병보험 상품위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실손의료보험 출시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던 2005년 즈음에 삼성은 실손의료보험이 민간의료보험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다. 구체적인 발전전략은 보건의료단체 연합에 의해 2005년 삼성생명 내부 전략 보고서가 폭로됨에 따라 알려지게 된다.

 

당시 정부는 당장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대폭 확대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가계파탄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민간의료보험에 그 역할을 맡긴다는 단순한 발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실손의료보험은 결국엔 정부보험(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의 보장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액형 민간의료보험과 달리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의 보장률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상품이기에 그렇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보상해 준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확대되면, 실손의료보험은 위축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축소되면, 실손의료보험의 역할은 오히려 커진다.

 

실손의료보험은 정액형과는 다른 중요한 특성이 있다. 정액형 보험은 청구와 지급절차가 비교적 단순하다. 대표적인 정액형 상품인 암보험을 보자. 보험가입자가 암이 진단되어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가 이에 대해 심사하고 평가하는 업무는 비교적 복잡하지 않다. 암이 맞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다르다.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보상해주므로, 환자의 진료내역 전반을 심사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이 보험급여 대상에 대해 심사와 평가를 하듯이 실손의료보험 역시 본인부담 진료비에 대한 심사와 평가가 필요하게 된다. 즉, 실손의료보험은 결국 건강보험과 대등한 역할과 지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건강보험과 경쟁 혹은 대체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대등한 기능과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역할인 심사와 평가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 사후보상제가 아닌 직불제가 허용되어야 한다. 다행이도 아직은 이 두가지 과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전략의 핵심은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보험사가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실손의료보험의 의료민영화 시도 전략

 

직불제 도입 시도

 

보험회사가 건강보험과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시도 중 하나가 실손의료보험 직불제 도입이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환자가 입원치료후 본인부담금을 직접 지불하고, 나중에 진료비 영수증을 보험사에 청구하여 보상받고 있다. 직불제란 환자에게 사후에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가 환자를 대신하여 의료기관에 직접 지불하는 방식을 말한다.

 

보험회사는 직불제가 시행되면 보험가입자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수 있고 갱신시 실손의료보험료의 증가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의료기관 직불제를 하게 되면, 실손의료보험의 주요 보상 대상인 비급여를 사전에 심사할 수 있어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보험회사가 제 3 지불자로서 건강보험과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2010년 민주당 국회의원을 통해 [민영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법률]을 청부입법을 시도한 바 있는데, 그 법률이 실손의료보험의 직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반대활동으로 법안이 발의되는 것이 무산되었다.

 

보험정보원 설립 시도

 

국회입법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의 의료기관 직불제 시도가 무산되자, 보험사는 새로운 방식을 추진하였다. 2012년 본격적인 실손의료보험의 갱신시점이 돌아왔고, 보험회사는 갱신 시마다 40%이상씩 보험료를 인상하였다. 그에 따라 보험가입자의 불만이 크게 대두되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12년 8월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내왔는데, 실손의료보험의 보장수준을 80~90%로 낮추고, 15년마다 보험상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보험료 갱신폭탄의 주요 이유인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지급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를 위해 비급여 의료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심사위탁 대행기관’을 설립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 방안은 비록 금융위원회의 발표이지만, 그간 비급여에 대한 심사 평가 능력을 확보하려는 보험회사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2012년 말에 금융위원회는 이를 더욱 구체화하여 심사위탁대행기관인 ‘보험정보원(가칭)’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보험정보원은 단순히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위탁대행하는 수준을 넘어  보험계약자의 정보를 모두 통합 관리하는 역할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간 보험계약자의 정보는 보험사마다 각기 따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험정보원으로 통합하도록 하였다. 또한 위탁심사대행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확보한 질병정보도 집적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존재하는 보험개발원을 보험정보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보험상품의 위험률 개발뿐 아니라 건강보험의 심사평가원의 역할을 부여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이도 보험정보원 설립은 무산되었다. 보험정보원 설립에 대한 보험사간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 주된 이유였다. 현재 보험사는 생명보험사(23개)와 손해보험사(18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보험사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심사 위탁대행기관을 갖기를 원하였다. 그런데, 거대한 보험정보원 하나만 설립하여 모든 보험사가 요청하는 심사위탁을 대행할 뿐 아니라, 보험사 각기 확보하고 있는 보험가입자 정보를 한 곳으로 이관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에 동의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보험정보원 설립에 적극 찬성한 보험사는 시장 지배력 1위인 삼성만이 찬성하였다고 한다. 또한, 민병두 의원실을 필두로 하여 보험정보원 설립은 ‘초대형 빅브라더’의 출현이며 삼성의 의료민영화 전략과 일치한다는 점을 적극 부각하면서 반대하였고, 시민사회단체들도 합심한 결과 최종 무산시킬 수 있었다.

 

보험사 외국인 환자 유인알선 허용

 

보험회사의 환자 유인 알선 허용 역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시키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지난 8월 박근혜 정부는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의료관광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 방안을 담고 있다. 현재 보험사는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허용해주려 한다.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을 하게 되면, 비록 외국인 대상이긴 하지만,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보험사는 건강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해외 혹은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며, 특정 의료기관과 계약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알선해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건이긴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보험사는 의료기관과 계약을 통해 진료수가를 계약하고, 그 진료비를 심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즉,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보험사는 건강보험과 심사평가원이 하는 맡는 역할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공보험과 경쟁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와 함께 보험사가 외국인 환자 유치업자가 되면 우회적 영리병원이라 할 수 있는 메디텔도 직접 운영할 수가 있게 된다. 초보적인 미국식 영리의료시스템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노후실손의료보험 출시허용

 

또한,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민간의료보험 상품 출시를 허용해주었다. 노후실손의료보험과 노인의료비 보장보험의 도입이 그것이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지난 8월부터 출시가 되었고, 노인의료비보장보험은 아직 공식 출시는 되지 않았다.

 

현재 실손의료보험은 60세 혹은 65세까지만 판매되고 있다. 대략 전체 국민의 60%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니 실제로 보험가입이 어려운 만성질환자, 중증질환자, 장애인, 희귀난치성 환자 등을 제외하면 실손의료보험 시장은 포화상태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은 50세~75세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노후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기존 실손의료보험과는 설계가 다르다. 노후 실손의료보험은 전형적으로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상품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존 실손의료보험은 입원의 경우 본인부담의 80~90%를 보상해주었지만, 노후 실손의료보험은 소위 정액본인부담제(deductible)를 두고 있다. 즉, 정액제과 정률제를 혼합한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상품인 셈이다.

 

다른 한편, 노후 실손의료보험 출시는 보험사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을 대체하려면 그 가입대상이 건강보험과 대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60세까지만 가입하였던 것을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가입대상 연령에서 거의 전 국민을 커버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노인의료비 보장보험 도입

 

노인의료비 보장보험은 아직 상품이 출시된 상태는 아니지만, 정부가 노인대책으로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노후의료비 보장보험이란 65세 이후에 지출할 의료비를 대비하여 젊었을 때 미리 적립해 놓는  상품이다. 젊었을때 노인의료비보장보험에 가입하여 의료비를 미리 적립해둔 후, 65세 이후가 되면 그 적립금을 활용하여 실손의료보험 보험료를 대납하거나, 본인부담금을 지출하라는 것이다.

 

노후 실손의료보험은 사실상 의료저축계좌(MSA) 모델이다. 자기가 노후에 지출할 의료비는 자기가 적립해서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노후 의료비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온전히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 이라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건강보험이 갖고 있는 사회연대성(능력비례로 보험료 부담, 사업주와 국고지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발상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지금까지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이 건강보험과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와 전략을 살펴보았다. 실손의료보험이 본격 출시된 지 8년이 지난 현재 전체 국민의 60%가 가입하고 있다. 보험사는 이를 기반으로 건강보험과 대등한 지위를 갖추려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보험회사가 직불제와 심사평가 능력을 확보하는 순간, 우리의 건강보험 제도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노출될 것이다.

 

건강보험을 의료민영화로부터 구출해 내기 위해서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을 만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다. 적어도 현행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이상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안을 시급히 찾아 실천하는 것만이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막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10월호(제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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