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들어가며
“군인”이라는 직업과 신분이 우리 사회와 국가공동체를 유지, 존속하는 데 필수적인 ‘필수노동자’인가? 라는 질문에 쉬이 대답하기란 어렵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다양한 재난 위기 속에서 사회의 필수 기능 유지를 위해 위험을 감내하고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는 필수노동자의 존재와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물살을 타며, 2021년「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필수업무종사자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해당법안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필수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고, 이 법을 통해 등장한 필수노동자라는 개념이 낳은 질문은 2024년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필수노동자의 문제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그렇다면 ‘필수노동자’는 어떤 직종을, 어느 직급을, 무슨 노동자에 대해 어느 정도 범위에서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이어서 두 번째, 위기와 재난이 아닌 평시 필수노동자의 보호와 대우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1) 그러나 이 두 질문에 대해 광의의 수준에서라도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필수노동자의 범위에 군인을 포함시킬 것이냐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남게 된다. 그것은 바로 군인이 “노동자”이냐는 질문이다. 군인은 과로와 장시간 근무, 안전과 보건 위험에 항시 노출된, 저임금인, 그러나 우리 사회가 필수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기능해야 하는 ‘노동자’인가? 군인이 라는 직업은 노동자성을 갖는가?
임금노동자로서의 군인
군인의 노동자성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공무원의 노동자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인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특정직공무원으로, 군인임과 동시에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이라는 지위가 국가를 위해 복무하고 봉사하는 공공적 성격의 직무를 수행하는 특수성을 감안하고 국가와 관계를 맺는 특별한 근로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각종 노무의 대가로 얻는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의미의 근로자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2) 따라서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임금노동자에 해당하며, 따라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본적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37조 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 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동시에 제33조에서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갖는다.”라고 매우 제한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은 제66조를 통해 “노동운동이나 그 밖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정리하자면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임금노동자이지만, 실제로 우리 법령에서는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며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의 노동자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조건과 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1997년 7월 1일 제정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을 시작으로, 공무원의 노조 설립 합법화를 위한 투쟁과 연대가 꾸준히 이뤄졌다. 이런 노력은 2002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출범, 2005년 1월 27일 「공무원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성과를 낳았다. 물론 공무원노조법은 쟁의행위 금지, 6급 이하의 공무원에 대해서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한계가 있으나, 공무원노동법 제정을 통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해 온 공무원 당사자의 노력이 인정되었다는 것과, 공무원 노동운동의 시금석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가를 위해 복무하고 사회 안정과 유지를 위한 공공업무를 수행한다는 공무원의 본질적 성격을 같이함에도, 군인·소방·경찰은 늘 노동기본권의 논의에서 늘 특수하게 취급받았다. 공무원노조법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특정직공무원의 범위를 “6급 이하의 일반직공무원에 상당하는 외무행정·외교정보관리직 공무원”으로 한정하였는데, 소방과 경찰의 경우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이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건강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꾸준히 공무원 노조 가입 제한 조항에 도전한 바 있고3),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9년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이어 2021년 공무원노조법이 개정되어 소방공무원은 공무원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경찰의 경우 경찰공무원은 직장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경찰청 일반직공무원의 노동조합 결성은 2000년대 이미 이루어져 활동하고 있어 노동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경찰 조직원들의 이해가 충분히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투쟁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공무원 당사자가 느끼는 노동기본권 쟁취의 필요성, 다시 말해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지점이다. 같은 특정직공무원이라 하더라도, 군인이라는 직렬은 단 한 번도 노동자의 무대에 제 발로 선 적이 없다. 소방이 노조 설립을 위해 헌법재판소를 두드리고, 경찰 직장의회 결성을 위해 투쟁할 동안 군인들 사이에서는 대표위원제4)와 같은 낮은 수준의 시도나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은 군인 스스로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수동적이고 객체적 시각에서 자신의 직무를 이해 및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인의 기본권을 논의하는 문제에서 군인에게도 노동자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군인들의 이런 ‘독특한’ 인식은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커져 온 한국 군대의 역사와 한국군이 가진 본질적인 모순, 직업인이 아닌 징병제를 통해 징집된 병사들에게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도 궤를 같이한다. 결국 군인의 노동기본권은 직업인과 비 직업인이 뒤섞인 근무 환경, 육사 엘리트 군인부터 고졸 하사까지 ‘국방’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신분과 계급의 문제를 넘어 (스스로조차) 노동자로 인식할 (될) 수 있겠느냐의 문제다. 특히, 한국 군대 대다수를 점하는 “20대 남자” 그룹의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인식을 이겨내야 하는 것은 덤이다.5)
징병제 : 비노동자 군인 만들기의 역사
노동권을 포함해 군대와 군인의 기본권에 대한 논의는 굉장히 최근에서야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권인숙은 이를 두고 “어떻게 60여 년간 징병제를 유지해 오면서 군대문화의 인권 침해적 요소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까?”라고 하며, 2000년대 들어서까지도 사회가 군인의 기본권에 대해 “집단 망각 수준 또는 집단무의식 수준”의 문제로 취급했음을 지적한다. 덧붙여, 이러한 군 인권 문제에 대한 집단적 도외시의 단서를 한국의 징병제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6)
광복과 동시에 발발한 전쟁이 낳았고, 이 전쟁이 채 마무리되지 못하고 휴전된 까닭에 갑작스러우면서도 매우 공고한 형태로 자리 잡은 징병제는 한국인 전체를 어떤 식으로든 군대와 관련을 맺도록 하게 했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 하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한국인과 한국 군대가 맺어온 역사적 경험과 형태는 매우 독특한 편이다.
첫째, 87년 체제 출범 전까지 우리 사회는 오랜 군부독재 기간을 거치며 군대라는 집단을 폭력적 정치세력인 ‘정치군인’과 그렇지 않은 ‘일반 병사’로 분리하여 인식하게 되었다. 둘째, 한국전쟁 후 휴전 상태에서 (그것도 극도로 높은 수준의 전쟁 위협과 긴장도를 유지하면서) 국가를 재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대과제 앞에서 안전 보장은 절대 우선의 가치로 자리 잡았다. 즉, 반공과 경제개발을 위해선 모든 게 용인된 것이다. 정치군인과 일반병사를 별개의 군대로 인식함과 동시에 안전보장이 절대적 사회 가치로 자리 잡는 것, 이 두 지점은 우리 사회가 겨냥해야 할 군대 문제를 ‘정치군인의 독재정치’로 한정했고, 징병제를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 당연히 유지되어야 할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한편 징병제는 오직 남성에게만 한한 것으로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이 권력과 기회, 특히 경제권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하는 창구 역할을 했고, 전쟁으로 인해 군에 들어온 여성에게는 군대 내에서도 전투와는 전혀 상관없는 보직과 병과로 조정하거나 군대 내의 돌봄 노동을 수행하도록 조정되었다.
결국 87년 이후 특히 90년대 들어 하나회까지 폭파된 이후 이제 시민 사회에서 무찔러야 하는 군대라는 것은 없어진 셈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군대란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며 국토를 방위하는 신성한 집단, 군인은 이를 위해 감히 대가를 바라지 않고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우리 모두, 당사자 자신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바탕이 다져졌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그 어떤 권리와 의무에도 ‘신성하다’는 수식이 붙지 않는다. 오직 병역만이 그 영광을 누린다. 본질적으로 한국 군인이 갖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입직 경로와 신분·계급을 불문하고 이 반공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국가를 위한 희생적 존재라는 조작된 영광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병역의 의무는 남성에게만 주어지고 전체 남군 비율은 91%에 달한다. 그러니까 강제된 의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오롯이 직업적 선택을 통해 군에 입직한 사람(여군)은 10%도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설령 여군인) 직업군인이라 할 지라도 징병제 시스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희생을 전제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노동에 대한 대가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좌우되는 처우, 조직원에 대한 낮은 관리 비용과 무책임함에 대한 조직책임을 묻는 행위 자체를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대체로 군인의 기본권과 관련한 상담을 살펴볼 때 내담자의 주 호소 방향은 국가가 나에게 희생을 강요(엄밀히는 강요가 아니라 전제된 시스템이겠으나)하는 것이 부당하고, 나는 제대로 된 대가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군 가산점제 도입, 여성징병제와 같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 엄연히 군대에서 노동하고 있으나 나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나의 노동은 국가에 의해서 신성한 의무로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것, 따라서 고결하고 신성한 내 복무와 이 수고로움을 다른 사회적 장치를 통해 인정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징병제와 관련해 징병제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론장에 등장한 사례가 누구의 죽음, 과로, 부상도 아닌 1997년 당시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이라는 것은 굉장히 특기할 만한 일이다.7)
“왜 나만 군대가? 너도 가.”라는 분노와 공정에 대한 감각이 만나 이뤄진 징병제도 개혁은 우습게도 사회복무제도라는, 군대가 안 된다면 복지시설에서라도 복무하도록 그 누구도 예외 없는 ‘공정한’ 병역이행 체계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사회복무제도뿐만 아니라 다른 대체복무제도인 산업체 요원, 승선 근무 요원, 공익법무관 등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적절한 권리를 보장해야 할 노동의 영역을 공정성과 희생으로 포장하여 ‘군대에 가지 않는 너 역시’ 이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괴상한 복무 체계가 생겨났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징병제의 본질이고 징병제 하에서 군인의 노동권을 논하기 어려운 이유다.
병사 월급 200만 원 : 노동자 군인 되기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군인에게 적절한 보수가 지급되어야 하고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이 실현된 이후이다. 이는 결국 징병제가 만들어낸 환상과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군인의 노동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공무원 봉급 체계에 속해 있는 직업군인과 달리 병사들은 법령에 의해 별도로 정해진 봉급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병장 월 봉급이 21만 6천 원 수준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이었던 복무기간 단축과 병사 월급 인상에 따라 2022년엔 67만 6천 원까지 상승하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200만 원 공약사항에 따라 2023년부터 월급 인상 폭이 급격히 상승하여 2024년 올해 기준 병장 125만 원, 여기에 정부지원금을 보태면 165만 원이 되고, 2025년에는 지원금 포함 전체 205만 원을 봉급으로 받는다. 병사는 직업인이 아닌 병역법을 적용받는 특수한 신분이므로 봉급에 세액적용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병사 봉급은 고스란히 소득이 된다.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현재 하사 1호봉 월급은 177만 원으로, 공제액을 제외하면 16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물론 각종 수당, 상여금 등을 포함하면 실수령액은 차이가 발생하겠으나, 직업인으로 들어온 직업군인이 징집병보다 낮은 월급을 받아서야 되겠냐는 불만이 생기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대통령실은 2023년 하반기 발표한 「23-27 군인복지기본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일반 지상부대 하사 기준 연 3천 8백만 원, 접적지역 4천 9백만 원까지 인상하는 계획을 밝혔다.
2022년 대선 당시 병사 월급을 200만 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은 주요 대선 후보 공약에 모두 포함됐다. 수준이 200만 원으로 형성된 까닭은, 200만 원은 받아야 일 8시간 근무 기준 최저임금 월 환산액과 비슷한 수준(2022년 기준 1,914,400원)이 됐기 때문이다.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이 나름 반가웠던 점은 드디어 착취와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징집병의 ‘근무’ 자체에 대한 대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한편, “병사도 월급을 200만 원이나 받는데 직업군인은 왜 적게 받아야 하나?”라는 분노는 앞서 얘기한 징병제를 바탕으로 한 기묘한 고통 분담의 인식 체계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군대는 직급에 따라 맡은 일의 성격과 책임의 범위가 다를 뿐, 병사라고 해서 부대에 가만히 대기하는 것이 아니라 편제와 인사 명령에 따라 고유의 업무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즉, 직업적 신분이 아닐 뿐이지 병사 역시 군대에서 일련의 ‘노동’을 한다. 탄을 나르고, 경계 근무를 서고, 감시대장을 작성하고, 식사를 만들고, 신병을 교육하고, 전차를 몬다. 병사들은 이 모든 행위를 월급 200만 원 받기 전에도 똑같이 수행하고 있었다.
왜 병사가 17만 원 받던 시절엔 아무도 봉급에 관심 갖고 얘기하지 않다가 병사가 200만 원을 받기 시작하니까 그제서야 계급과 형평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는가? 군 복무 중 수행하는 노동의 성격이 병사와 간부 (특히 초급간부) 사이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갖는가? 만일 갖는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임금 격차를 용인 혹은 무시할 이유가 되는가 등등. 결국 병사 월급 인상을 통해 초급간부의 보수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① 병사는 그런 월급을 받을 필요가 없는 ‘징집병’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고, ② 병사와 비교하지 않고서는 직업인으로서의 군인의 복지 및 처우와 같은 노동권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한편 병사월급 200만 원은 병사라는 계급과 지위에도 질문을 던진다. 병사가 수행하는 임무를 임금노동이라 가정하고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 월급을 편성한 것이라면, 병사의 지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징집이나 지원에 의하여 입영된 병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병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하는가? 병의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면, 노동자 즉 직업인으로서의 병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근로소득에 대한 납세의 의무와 직무 책임 소재는 어떻게, 그리고 이들을 영내에서 거주해야 할 의무가 있는, 다시 말해 노동자가 아니라 법령에 의해서 통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자원으로 봐선 안 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의문 등이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 군인이 되기 위해서, 노동자 군인으로서 노동의 문제를 얘기하기 위해선 현재의 징병제를 드라마틱하게 바꾸지 않는 한 끊임 없이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무엇보다 군인 스스로에게 노동자성을 자각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나가며
다소 박하게 설명한 점이 없지 않지만, 경험적으로나 객관적으로도 다수의 직업군인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전쟁을 수행 중인 불완전 국가로 존재하는 한 군인이 라는 직업이 내재한 위험 부담은 없어지지 않는다. 비단 임금 문제를 떠나, 다른 직렬에 비해 낮게 책정된 당직비와 초과근무수당, 특히 부사관 계급에서 두드러지는 저임금 문제, 타 공무원과 달리 계급정년제와 장기복무 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임관 이후의 직업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한 점, 무엇보다 위치적으로 열악하고 낙후된 곳에 거주해야만 하는 직업 성격상 발생하는 의료보장과 양육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노동권 이슈가 산적해 있으나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해결할 만한 적절한 창구가 없다. 특히 폐쇄된 직업군에서 공히 경험하는 ‘제보’와 관련한 두려움, 즉 고충을 호소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반면 그에 따른 눈치와 피해는 내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는 공포를 개인이 이겨내기는 어렵다. 결국 군대 내의 부조리, 사고, 성폭력, 나아가 복지 및 처우 개선까지 대응하기 위해선 창구와 집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금 노동자로서 군인을 인식하는 것은 군인 권익 문제를 논할 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군인에게 희생을 당연시하고, 그것이 오직 국가안보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인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군인의 권익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과연 군인이라는 직업과 임무의 특수성을 해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일까? 오히려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고 다툴만한 창구가 부재한 것이 군인이 본분을 다해 국가를 방위하고 성실한 복무를 저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 군인의 처우가 개선되어 좋은 자원이 입대하는 것, 매력적인 직장이 되는 것이 오히려 국가안전 보장에 기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미주 |
1) 이는 필수노동자의 논의 자체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시작되었다는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필수업무종사자법」에서는“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또는 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업무” 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2) 헌법재판소 2013헌마343 결정(2015. 5. 28.)
3) 헌법재판소 2006헌마462 결정(2008. 12. 26.) 등
4) 독일연방공화국은 1991년「군인참여법」 제정을 통해 공무원의 공무 참여제도를 군대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끔 조치하였다. 군인참여법은 각급 부대에 장교, 부사관, 병사 직급별로 표위원을 선출하여 근무 중에 발생하는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인사와 복지에 대한 협의를 여러 직급과 함께 논의, 공동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 [기획] 노동조합과 파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한국리서치, 2022년 11월 22일 게시, https://hrcopinion.co.kr/archives/24968(검색일: 2024년 5월 14일).
6) 권인숙,“ 징병제하 인권침해적 관점에서 군대문화 고찰,”「 민주주의와 인권」 제9권 2호(2009), p.193
7) 권인숙, 위의 글, p.196
월간 <복지동향> 2024년 6월호(제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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