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6-01   3940

[기획1] 필수노동자 권익과 대책, 모범 사례에서 배우기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필수노동자 문제

벌써 오래된 옛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2020년 2월 우리 모두 코로나19라는 괴물 같은 유령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새로운 바이러스에 정부의 권고 수칙인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부터 마스크와 손 세정제 준비, 식당 및 공동시설의 칸막이 설치까지.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까지 수업은 온라인 동영상이나 실시간 줌 수업 형태로 변경하여 진행했다. 일터에서는 재택·원격근무 도입을 빠르게 도입한 곳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가 진단 키트부터 백신, 돌봄휴가, 긴급 고용지원금, 전 국민 고용보험, 상병수당까지. 사회 곳곳에서는 생존을 위한 대책 수립이 논의되었고 빠르게 적응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기 필수노동자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 중 하나였다. 필수노동자는 재난 안전 상황에서도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주로 공공행정이나 보건의료, 돌봄 그리고 운송업 종사자들이 해당하며 취업자 중 최소 196만 명에서 최대 486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우리는 어떤가. 워낙 급격한 외부 충격에 법률이나 대책이 만들어지긴 했으나 과연 방향이나 정책 등은 제대로일까. 그냥 어쩔 수 없이 혹은 다른 곳 ‘흉내’나 ‘따라 하기’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까.

필수노동자 어원과 대책 논의들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필수노동자란 용어는 주로 초기 영미 국가들에서 필수노동자(Essential worker), 핵심 노동자(key workers), 최전방 노동자(Frontline worker) 등으로 사용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도시의 봉쇄(Lock down) 상황이 발생하면서 병원, 식품 판매업, 건물관리, 농업 등 재택·원격업무가 불가능한 필수업무 종사자를 최전방 노동자로 지칭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에는 식품 가공업, 배달업, 보건·의료업과 같이 경제활동에서 핵심적이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서 처우가 열악했던 업무들을 감염병 국면에서 필수적인 업무로 정의했고, 해당 업무 종사자들을 핵심 노동자로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봉쇄 조치 시행 국가들에서 세부 업종별 봉쇄 조치 적용 여부를 통해 각 산업의 필수적인 정도 구분했다. EU는 모든 국가에서 ‘필수적이지 않은(nonessential) 산업’과 ‘완전히 필수적인(fully essential) 산업’으로 구분하면 양극단을 구성하는 업무는 유사하다고 하였다.1) EU는 ‘필수적이지 않은 업무’로 관광업, 숙박업, 외식업 등을 꼽았고, ‘완전히 필수적인 업무’로 식품 및 제약생산업, 수도 전기 등의 공익적 업무(utilities), 운송업, 의료업을 꼽았다.

ILO는 코로나19 시기 필수노동자 규모는 전 세계 약 1억 3천 6백만 명(70% 여성 노동자)으로 추산했고2), 각 경제 부문의 업무가 중단되었을 시 주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 개인적 안전 또는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때문에 필수업무 중에서 ‘감염병과 직접적으로 싸우며 대면 노동을 지속하는 자’(최전방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와 처우, 보호 및 지원 대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ILO는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 해소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감염 국면의 최전방에 있다고 규정했다.3) 대표적으로는 간호사, 의사, 시설 관련 업무(human health related work), 사회복지 관련 업무(social work), 청소 관련 업무(support work) 등이 해당된다.

필수노동자 법률부터 정책까지

산업구조를 포함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급습은 기후 위기와 필수노동자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미 익숙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우려 속에서 원격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전방에서 일해야 했기에 ‘조용한 영웅’으로 지칭했다. 최소한의 사회적 기능 유지를 위해 ‘멈출 수 없는 노동’으로도 불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았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우리 정부도 사실 나름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시기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기구(OECD, EU)에서 논의한 주요 규정들을 검토했다. 그 결과 관계 부처 대책 발표(2020.12.14.)와 법 제정(2021.5.15.)은 물론 지자체들에서 유관 조례가 제정되고 정책이 수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권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방치한 것처럼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주요 광역 지방정부들이 선도적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곳도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지난 2년 동안 마스크, 자가 진단 등 방역물품과 같은 긴급 대응이나 형식적 연구 조사를 한 곳이 대부분이다. 

2022년 기준 지자체 대부분 ‘필수업무 종사자 지원 조례’에 따른 예산 편성이나 ‘필수업무 종사자’라는 항목으로 예산이 확보된 곳은 없다. 기존의 필수업무 종사자 관련 취약 노동자 계층에 대해 부서별로 기존 예산에서 필요한 부분에 증감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몇몇 지방정부에서는 선도적 대응을 한 바 있고,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정책은 그 의미가 크다. 사실 기존 연구 대부분 코로나19 초기 시기 방역 문제와 안전 문제, 고용 및 소득 지원 등이었고, 임금 및 노동환경 조사 등의 검토는 부재했다.

243곳의 지자체들의 현실을 살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필수업무 종사자 규모 파악은 17곳뿐이고, 종사자 지정은 11곳에 불과하며 대책 수립은 10곳이 채 안 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조례 제정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정책과 사업은 부재했고, 위원회 구성에 있어 성 인지적 구성(성별 분포 5:5)은 성동구가 거의 유일하다. 광역 지자체 몇 곳에서도 조례(10개)는 제정되었으나, 필수업무 종사자 규모 파악은 7개(종사자 지정 1개, 시책 추진 0개)에 그쳤고, 필수업무를 지정(직종)한 곳은 1곳(경기도 8개 직종)에 불과했다. 기초 지자체 중 조례는 110개 정도 제정되었으나, 필수업무 종사자 규모 파악은 10곳(종사자 지정 10개, 시책 9개), 필수업무를 지정한 곳 중 2개나 4개 정도 공통 업무를 제외하고 다양했다.

성동구는 국내 최초로 필수노동자 법 제정 이전에 최초로 조례를 제정(2020.9)하고 방역 안전 물품 지원과 백신 우선 접종을 지원했다. 주로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 및 사회복지 종사자가 다수다. 성동구 필수업무 지정 6개 분야 6천 4백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에서 여러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여성 89%, 평균 연령 52세, 평균 근속 3년, 월평균 임금 201만 원,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건이 숫자로 확인된다(<표1-1>, <표1-2>). 일부는 5인 미만 사업장(근로기준법 미적용)에서 일하고, 전체 필수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52%나 된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2023년 11월 성동구는 필수노동자 정책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직종별 동일가치노동, 동일 임금의 여건 조성, 생활임금 적용의 장기 추진, 필수노동자 수당 지급 및 사회보험료 지원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일선 현장 필수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어떤 필수노동 대책이 왜 필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필수노동자들은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며 인력 부족이나 열악한 노동환경을 토로한다. 그렇지만 꼭 부정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뷰 내내 지역사회의 역할이나 돌봄 및 시설의 사회적 인정과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돌봄노동자 한 분의 “마스크도 주고, 한참 코로나 심할 때 너무 도움 됐어요. 우리한테 관심 가져주니까 나도 필수 노동자구나!”라는 말 속에서 여러 의미가 전달된다. 필수노동자의 중요성과 가치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사회적 발언권과 역량 제공의 필요성도 느낄 수 있었다.

몸살이 나서 몸이 엄청 아팠어요. 근데 일을 시킬 사람이 없어, 그걸 제가 다 했거든요. 일 끝날 때까지. 그런데 내가 일 끝나도 어떻게 일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다음 날 정신 차려 보면 성질이 막 나는 거예요. ‘내가 왜 이렇게 해야 되는지. 다음에는 내가 이런 일이 생기면 미련 없이 차 세우고 내가 와야 되겠다.’ 그런 각오를 하죠. 근데 막상 그때가 되면 또 그게 마음대로 안 되죠(60대, 남성, 마을버스 기사). 

할머니가 코로나 걸렸는데 제가 식사를 할머니께 ‘알아서 하세요’라고 못하잖아요. 그러니 뭐 어떻게 합니까. 방문 열고 할머니께 식사 넣어드려야 되고, 아이는 아이대로 또 이쪽에서 데리고 마스크 다 끼우고 한 집에서…….(50대, 여성, 장애인활동지원사)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영국과 같은 자유시장경제 모델 국가(LMEs)나 독일과 같은 조정된 시장경제 모델 국가(CMEs)에서 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필수노동자들을 위한 위험수당 지급과 대책 수립이 논의되었고, 민간 부문에서는 교통지원, 음식 지원(할인, 서비스 등) 등이 있었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주거복지 지원이나 열악한 처우 논의로 전환되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필수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았다.

주요 국가들에서 노동조합 및 이해당사자 집단의 대책 요구가 적지 않았다. 독일 음식·숙박업 노조(NGG)는 식품 부문 노동자의 업무 가중과 대책을, 통합서비스노조(ver.di.)는 보건복지 분야인 간호, 돌봄 인력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한편 프랑스 민주노조(CFDT)는 서비스업으로 지칭되는 제2라인(deuxième ligne) 노동자들의 산업 안전보건 대책을, 영국 공공보건 분야 최대 노동조합(UNISON)은 인력 충원, 돌봄 노동자 지원 및 생활임금 향상을 요구한 바 있다.

되짚어보면 코로나19 시기 필수노동자 대책은 주로 긴급 방역과 거리두기 혹은 일부 서비스 제공 등이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들도 필수업무 종사자 맞춤형 지원 방안 중심이었다. 필수업무를 현행 법률이나 조례에서는 대체로 주요 6개∼8개 내외 직업·직종 중심으로 지정했다. 특히 법령에서 ‘재난’을 적시한 문제는 향후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문구다. 재난의 유형도 자연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으로 구분되고 그 형태와 양상도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위험사회’는 사전 예방이 가장 핵심인데, 사후 지원에 목적은 둔 관료적 발상뿐이다.

현재 법령「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필수업무종사자 법) 제1조(목적)에서는 “이 법은 재난이 발생한 경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 또는 사회 기능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보호·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때문에 코로나19가 지난 시점에서는 필수노동자 대책을 세우거나 지원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딴지를 걸기도 한다. 국가는 해야 할 일을 찾기보다, 안 할 이유를 찾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영국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필수노동자 생활 프로그램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독일 뒤셀도르프 게레스하임시는 소유 공공주택을 필수노동자들이 저렴하게 청약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릇 국가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정책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몇 년 후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필수노동자의 사회적 가치와 위험이 반영된 노동조건 개선과 사회적 돌봄 분야 등 공공서비스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 미주 |

1) Sergio Torrejón Pérez, Marta Fana, Ignacio González-Vázquez, Enrique FernándezꠓMacías, The asymmetric impact of COVID-19 confinement measures on EU labour markets, 2020.5.9. https://voxeu.org/article/covid-19-lockdown-and-eu-labourꠓmarkets

2) ILO, ILO Monitor 2nd edition: COVID-19 and the world of work Updated estimates and analysis, 2020.4.7.

3) ILO, ILO Sectoral Brief, COVID-19 and public emergency services, 2020.4.8.

월간 <복지동향> 2024년 6월호(제3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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