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향한 집단학살이 1년 넘게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장을 취재하다가 살해된 기자만 180여 명에 달합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 정책에 서구 주류 언론들이 편승하고 있습니다.
이에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은 11월 27일(수), 강북노동자복지관 5층에서 관련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강연을 주최하였습니다. 강연에서는 이스라엘 당국의 언론 검열을 비롯한 탄압 현황을 공유하고 비판하며 주류 언론의 보도 사례 및 문제점 등을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으며 강연에는 시민 60여 명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참고
2024.11.28. [오마이뉴스] “이스라엘,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고 있어”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 :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언론의 역할> 참가 후기
장유정 (청소년, 강연 참여자)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소리를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아흘리 병원의 아이들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던 모하메드 사미는, 위 글을 올린 지 20시간 만에 ‘알-아흘리 병원의 아이들과 함께’ 이스라엘의 폭격에 의해 살해되었다. 무엇이 그들의 삶을 앗아갔는가? 그들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은 어디로 갔는가? 어째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가?
이스라엘은 위와 같은 학살의 육하원칙을 은폐하고자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유럽-중동 북아프리카 인권 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의 손에 사망한 언론인은 올해 11월 2일 기준 185명에 육박한다. 살해된 언론인 백팔십여 명의 이름을 늘어놓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백팔십이라는 숫자를 목전에 두고도 빼앗긴 삶에 대해 감히 어떤 것도 논할 수가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백팔십을 훌쩍 넘는 지난날 동안에, 백팔십을 훌쩍 넘는 강탈된 삶들에 있어 무엇을 느껴왔을까. 백, 천, 만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얼마나 무감하게 받아들여 왔을까.
위와 같은 학살의 육하원칙을 기록하고자 이 글을 쓴다. 바람직한 언론은 세상에 소리 없는 폭력이 존재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고발자이고, 그런 언론 보도의 수용자들은 그 목소리에 힘을 더하는 코러스이다. 유스라 사회자님, 이유경 기자님, 김예리 기자님, 뎡야핑 활동가님, 그리고 수십 명의 참가자분들과 함께 진행한 포럼은 투쟁하는 고발자들을 위한 코러스이자, 고발 그 자체였다. 용기내어 고발을 감행한 이들을 추모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포럼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을 몇 자 적었다.
먼저 언급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내부의 언론인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에서 교전 취재 중 사망한 기자, 즉 전투에 휘말려 사망한 기자는 사실상 하나도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00년대 이전 개별적, 파편적, 보복적이었던 언론인 탄압과 달리, 이스라엘의 언론인 살해는 매우 체계적이고, 집단적이고, 의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스라엘 당국은 이미 4천 명의 기자로 하여금 가자의 전쟁터를 취재하도록 허가를 내렸고, 그와 동시에 보도 시 ‘인종 청소’나 ‘집단 학살’과 같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한 검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임베드 저널리즘’(언론이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과 동행하여 취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참된 목격담’ 없는 전쟁 만들기의 조합은 이스라엘에 ‘전쟁 중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였다’는 거짓 명분과 가자 학살의 잔혹성을 감추는 가림막을 선물한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정당화하는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야기하기에 앞서, 유대인 공동체는 ‘홀로코스트’, 즉 나치에 의한 비인간적 집단학살의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음을 짚고 넘어간다. BDS 가이드북에도 적혀있는 것처럼, ‘홀로코스트는 다시 있어선 안 될 반인도적 범죄’이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에 벌어진 하마스 측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은 이스라엘 내부에 무고하게 구금된 팔레스타인 정치 수감자들을 해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76년간 지속된 식민 지배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컨대, 그들이 반유대주의적 학살을 꿈꾸고,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절멸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었다.
따라서, 현재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행위는 ‘홀로코스트’를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피해자를 재생산하는 폭력은 가해자가 지닌 피해자성으로 결코 변호할 수 없다. 대부분의 서구 언론은 이 점을 간과한다.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피해자성을 이유로 그를 두둔하며, 팔레스타인을 악마화하고 가해와 피해를 뒤집음으로써 가자 학살에 ‘당위성’과 ‘불처벌성’을 부여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기들을 참수하고, 여성을 강간했다며 끔찍한 내용의 가짜뉴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미국의 언론사는 이 모든 것에 증거가 있다며 그를 뒷받침한다. 이스라엘의 알-아흘리 병원 폭격 이후 조악하게 급조된 하마스 요원 간 녹음 파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보고서도, 서구 정부와 주류 언론은 이스라엘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그 모든 조작과, 탄압과, 살인을 용인하겠다는 양.
팔레스타인인들은 ‘너무 많이 죽어서’ 전부 기억되거나 기록될 수 없는 노릇이고, 그 결과 수치와 피해 규모로만 기록됨으로써 비인간화된다. 이스라엘이 목격자 없는 전쟁을 만들고자 한다면, 서구 언론은 가해자 없는 전쟁을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에 있어, 언론은 탄압과 검열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가해 동조의 주체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는 가해자도, 목격자도 없는 전쟁터 위에 서 있다. 이유경 기자님께 가자 학살이 지속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한국의 언론과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역할로는 무엇이 있을지 질문을 드렸다. 기자님께서는 한국의 언론이 서구 언론들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오기만 하는 수준에 그쳐 있으며, 그들이 사실 확인 과정 없이 친이스라엘, 시오니즘 성향의 프로파간다를 나르는 짐꾼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다양한 방식을 통한 한국 언론만의 단독 취재가 필수적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팔레스타인 본토에 직접 취재를 갈 순 없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현지의 소식을 전달하는 수많은 팔레스타인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국의 시민들 또한 SNS를 통해 가자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그간 한반도에서 얼마나 많은 ‘목격자 지우기’가 벌어졌는가. 가자의 ‘소년들이 온다’. 치밀하게 잊히고 지워졌던 한국의 아픔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같은 아픔을 지닌 다른 이들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포럼을 마친 직후 문득 떠올랐던 CDA 홀론 파빌리온 규탄 현수막의 문구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해 볼까 한다. “팔레스타인은 세계의 미래시제다”. 그 말 그대로 아닌가. 우리가 가자의 호소를 외면하는 한, 가자 학살이 스리랑카 내전의 형상을 닮았듯, 미래의 제노사이드 또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방식을 답습할 것이다. 참혹한 대물림의 현장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손들의 세계가 학살의 터가 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당장 벌어지고 있는 죽음의 홍수가 그치도록 계속해서 진실에 주목하고, 그것을 고발하여야 한다. 요컨대, 우리는 폭력의 목격자가, 해방의 연대자가 되어야 한다.
모하메드 사미의 영상 속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것이다.
평화가 오길 염원한다.



⭐️프로그램
- 발표1. 목격자 없는 전쟁 만들기와 언론자유 /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 발표2. 서양 언론이 이스라엘을 돕는 방식 : 이스라엘 편향성 / 김예리 미디어오늘 기자
- 발표3. 집단학살 진실공방 : 알-아흘리 병원 학살 /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 문의 :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담당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02-723-4250 /action4palestine.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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