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민간 실손보험사의 민원 처리 기구 아냐
의료민영화 정책 중단·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 수립해야
어제(1/9)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주최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실손보험 개혁과 비급여 관리가 매우 시급한 과제며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발표된 계획은 영리적 비급여를 축소하여 공적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을 발전시키는 대신, 민간 보험사가 보험을 잘못 설계해 보고 있는 손해를 정부가 나서서 줄여주려는 시도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혁 방안은 국민들의 부담을 늘려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늘리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어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건강보험을 강화하기는커녕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한다.
정부는 건강보험이 일부의 비용을 지급하는 ‘관리급여’라는 항목에 주요 비급여를 포함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비급여 관리강화가 아니라 사실상 비급여 육성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포기했으며,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는 대신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을 빠르게 쓸 수 있게 해주는 비급여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관리급여 역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여 사용을 돕는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사실상 모든 의료행위에 비급여가 스며들어 있다. 지금은 비급여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민간 보험사의 손해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의료행위 전반을 다시 검토하여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를 가려내고 그를 통해 비급여 전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계획은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가격이 비싼 의료서비스를 우선 건강보험 급여로 만든 후 평가하겠다며 도입된 선별급여 제도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발표된 실손보험개혁안 역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실손보험의 구조는 방치하고 실손보험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손보험 시장을 줄여나가는 계획은 고사하고,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 재계약 시 실손보험료 인상을 막는 것, 건강보험에 실손보험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건강 상태에 따른 실손보험가입 거부금지 등 중요한 개혁 과제는 모조리 누락하고 있다. 도리어 보험회사가 국민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른 보험 상품을 팔고, 그를 통해 이전보다 더 쉽게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조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건강보험 보장률과 연동하여 실손 보장률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민영 보험사에게 의료비를 관리할 권한까지 주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계획은 국민이 아니라 민간 보험사를 위한 것이다. 국민을 위하지 않고 좌고우면하는 정책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지 못하고, 민간 보험사와 의료공급자의 이익에만 복무할 뿐이다. 돈이 아니라 필요에 맞게 보편적이고 균등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역할이다.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을 만드는 데에 개혁의 중심을 두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바이오헬스산업을 대표하는 위원장부터 그 구성이 보건의료산업계와 민영 보험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도 다수 구성되었다. 그런 구조에서 만들어진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보장하는 ‘개혁’안은 민주적 거버넌스 안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는 권한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을 자칭 ‘개혁’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성립된 차기 정부에서 내실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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