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9-01   13459

[기획3] 사회보장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 적용의 함의와 정책 방향

김기태ㅣ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

들어가며1

전세계적으로 사회보장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다수의 복지국가에서 이미 급여 자격 심사, 급여액 산정, 급여 지급 등의 과정에서 적용되고 있다. 참고로, 인공지능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인공지능 시스템이란 명시적 또는 암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입력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 콘텐츠, 추천 또는 의사결정과 같은 출력을 생성하는 방법을 추론하고, 이를 통해 물리적 또는 가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계 기반 시스템.”(OECD, 2024a, p.4)

미국의 경우 미국 연방정부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보건복지부 업무 영역에 속한다(Burt, 2024.10.17). 아동수당 및 실업수당 등 복지급여를 중심으로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미국, 영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정세정 외, 2023). 인공지능 기술은 사회정책 영역에서 효율성, 과학성, 중립성의 증진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Zaber et al., 2024). 김기태 외(2024)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최근 5년간 36건의 복지기술 사업이 추진되었는데, 노인 돌봄, 행정 효율화, 빅데이터 기반 정보 제공, 맞춤형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활용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은 고차원 인공지능보다는 아직은 초기적 기술 활용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사회보장 영역에서 행정 효율성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윤리적 쟁점을 동반한다. 김명주(2024)는 공공성, 공정성, 책임성과 보안성, 통제 가능성, 설명 가능성 등을 인공지능의 윤리 원칙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적용에서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차별적 관리, 국가 개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었다. 한국은 대규모 데이터 기반 복지행정을 이미 운영하면서도 사회적 논란은 적었지만, 이는 향후 유사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법적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사회보장 영역에서 ①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영역을 아홉 가지로 간단히 정리하고, 인공지능 기술 적용에 따른 ② 편익과 ③ 위험성을 각각 일곱 가지로 나누어서 살펴본 뒤, ④ 안전하고 생산적인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정책 제언을 여덟 가지로 나누어서 제시한다.

먼저, 사회보장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영역을 살펴보겠다. 

첫째, 본인 인증이다. 한국은 주민등록 기반의 고도화된 인증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인공지능 활용 여지가 제한적이지만, 다른 국가들은 지문·얼굴 인식과 AI를 결합해 본인 확인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자격 심사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사회부조 운영시스템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 심사를 도입했다.

셋째, 급여 산정과 지급이다. 영국은 실시간 소득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복지급여를 자동으로 산정·지급한다.

넷째, 부정수급 탐지다. 네덜란드의 SyRI(Systeem Risico Indicatie)는 대표적 사례다. SyRI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회보장 영역 등에서 수급자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가리킨다. 2020년 네덜란드의 법원은 SyRI가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투명성 및 안정성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인공지능 시스템이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한다고 판결했고, 시스템 작동은 종료됐다(Appelman et al., 2021).

다섯째, 위험 점수화와 범주화다. 한국의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고위험 가구를 분류하는 곳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식으로 인간에게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은 유럽연합 AI 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사회적 평점(social scoring)’과 유사하다(Alston, 2019). 장기적으로는 윤리적인 논란을 낳을 여지가 있다.

여섯째, 맞춤형 서비스다. 남미에서는 챗봇을 활용해 개인별 상담과 서비스 제공이 활발하다. 한국도 AI 초기상담시스템을 통해 위기 가구와 접촉하고 있다.

일곱째, 돌봄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노인을 대상으로 IoT 기반 건강 모니터링, 안전 센서, 위치 추적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돌봄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확장 가능성이 상당하다.

여덟째, 내부 행정 지원이다. 빅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이나 직원 교육이 포함된다. 한국에서 다수의 복지기술은 업무 담당자의 효율적 업무 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도 확인되었는데, 수급자 상담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아홉째, 정책 평가다. 실시간 데이터는 사업 효과를 평가하고 근거 기반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적절한 성과지표의 주기적인 활용은 사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증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의 기초”(유종성, 2023, p. 8)가 될 수 있다. 또한 평가 과정에서 정책의 성과, 실패, 한계를 낳은 원인을 분석해 정책을 조정, 갱신, 폐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전 국민 대상 실시간 데이터에 근거한 인공지능의 활용은 사회보장제도 전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나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노대명(2024)은 소득보장제도 재구조화를 준비하자고 제안하면서 “소득 기반 사회보험의 실험이 중단됐지만 계속 추진할 필요”(p. 14)가 있으며, “현행 85개 제도를 4~5개 정도로 단순화하는 재정 기반 소득보장제도를 준비”(p. 14)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국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면서 자리 잡은 복지제도들이 제도 운영 주체 및 전달체계에 따라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사회보장 행정의 여러 절차와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순기능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첫째, 행정 효율성이다. 본인 인증, 자격 심사, 급여 산정과 지급 같은 반복적 업무가 인공지능을 통해서 자동화되면, 공무원은 대민 서비스와 복잡한 사례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둘째, 적시성이다. 복지급여는 소득이나 고용 상태 변동에 따라 신속하게 조정되어야 하는데,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영국은 실시간 소득정보시스템을 통합급여 제도에 도입하여 지급 과정을 단축했으며, 이를 통해 급여 수급의 지연 문제를 개선했다(Davies, 2022).

셋째, 정확성이다. 기존의 수작업 중심 행정은 오류와 편견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은 소득·재산 산정 과정의 오류를 줄이고 급여의 공정성을 강화한다. 영국은 복지급여 초과 지급액이 연간 85억 파운드(전체 지급액의 7.6%)에 달하는 문제를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Davies, 2022).

넷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다. 한국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일자리 매칭 시스템을 통해 구직자와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합한 일자리를 추천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의 일률적 지원 방식과 달리 개인별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지원을 가능케 한다.

다섯째, 범용성과 접근성 확대다. 인공지능 챗봇 상담은 주민센터 방문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편의를 제공하며, 서비스 이용의 시공간 제약을 줄인다. 이는 지역별 격차 해소와 서비스 보편성을 강화한다. 심지어 이주민을 배제했던 언어 장벽도 제거될 수 있다.

여섯째, 정책 평가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정책 효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증거 기반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행정의 정당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다(유종성, 2023).

일곱째, 사각지대 해소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위기 가구를 조기에 식별해 지원을 연계하도록 한다. 한국은 AI 초기상담시스템을 운영하여 위기 신호를 보이는 가구를 발굴하고 추가 상담이나 사례관리로 연결한다. 다만, 이른바 ‘위기’ 가구를 발굴해도 이들을 지원할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함영진 외, 2023).

종합하면, 인공지능은 사회보장 행정에서 효율성, 적시성, 정확성, 맞춤형 서비스, 접근성, 정책 평가, 사각지대 해소라는 일곱 가지 순기능을 통해 복지정책 집행에서 질적 전환을 부를 잠재력이 있다. 다만, 이러한 순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재정적 기반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보장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미래가 장밋빛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품질, 편향성 등 심각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첫째, 개인정보 침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소득, 재산, 가족 관계 등 민감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 정보는 광범위한 행정 DB에 저장된다. 데이터는 복지행정의 핵심 자원이지만, 유출·남용의 위험성도 완벽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은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통합 DB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피해는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홍승헌 & 황하, 2024).

둘째, 데이터의 부정확성이다. 앞서 인공지능 기술 적용이 불러올 장점으로 정확성을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일견 모순되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복지 현장에서 의견은 다르게 나타난다. 사망·출생이 제때 반영되지 않거나 소득 합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수급 자격 심사나 급여 산정에서 혼란을 일으킨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임덕영, 남윤재, 2023).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인해서 현장 공무원이 대면 접촉을 통해 위기 가구를 직접 확인할 기회가 줄고 있다.

셋째, 데이터 소유권 문제다. 국가는 개인의 동의와 무관하게 데이터를 보관·활용할 수 있으며,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이 미흡하다. 김수영(2016)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 개인의 데이터 통제권을 약화시키고 국가 권력의 감시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넷째, 영리적 활용 우려다. 의료데이터는 민간기업의 지속적 요구 대상이었고, 2024년 보건복지부는 의료데이터 산업 활용을 위해 협력 체계를 강화했다(보건복지부, 2024). 데이터 활용이 공익적 목적에서 벗어나 상업적 이해와 결합할 경우 사회적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다섯째, 알고리즘 개입 문제다. 덴마크는 200개 이상의 사회경제 지표를 활용해 아동 학대 가능성을 평가하는 위험 점수화 모델을 도입했다. 모델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가구에 대해 부모의 동의 없이 공공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모델은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2018년 12월 중단된 바 있다(Algorithm Watch & Bertelsmann Stiftung, 2020). 한국에서도 2023년 44종의 위기 정보에 근거해 위기 가구에 대해서는 경찰·소방 협력을 통한 비상 개문(開門) 지침을 마련했다(정세정 외, 2023). 이 대목에서 빅데이터에 근거한 인공지능의 판단에 따라 국가가 어디까지 개인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여섯째, 편향성이다. 알고리즘은 데이터 편향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 O’Neil(2017)은 데이터와 모델의 편향이 취약계층에 차별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지적했고, Eubanks(2018)는 디지털 행정이 빈곤층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네덜란드 SyRI 사례는 특정 집단을 집중 감시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했다(Appelman et al., 2021).

일곱째, 설명 불가능성이다. 인공지능은 고도화될수록 의사결정 과정을 해석하기 어렵고, 행정 담당자조차 결과 산출의 논리를 알기 어렵다. 이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약화시키며, 수급 탈락과 같은 중대한 행정 결정에서 신뢰 위기를 낳는다. 사회보장 영역은 시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설명 가능성이 결여된 AI 의사결정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종합하면, 사회보장에서 인공지능은 개인정보 침해, 데이터 부정확성, 소유권 문제, 영리적 활용 위험, 알고리즘 개입, 편향성, 설명 불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을 내포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윤리적 과제다. 민주적 통제와 데이터 거버넌스가 결합된 대응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규제와 안전장치가 없다면 인공지능은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보장 영역에서 인공지능 적용에 따른 명암(明暗)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에 근거해서 정책 과제를 제시하겠다. 방향은 간명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균형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리스크 가능성을 규제하고, 편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의 지원 사이에서 적절한 정책적 배합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신기술에 대한 규제와 지원을 길항 혹은 모순 관계로 보는 시각을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지원의 전제는 규제이고, 규제의 이유는 지원이다. 역사적으로 항공사업이나 제약사업의 발전은 이를 둘러싼 시민의 안전을 전제로 하는 강력한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김병권, 2024.12.26.). 이를 염두에 두고 다음의 여덟 가지의 정책 제언을 제시하겠다.

첫째, 데이터 품질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사회보장 행정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데이터 오류는 잘못된 급여 탈락이나 중복 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경구에서 보듯이, 부정확한 데이터는 정책 전반의 신뢰를 흔든다(James, 2024). 공적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관들에 대한 인적, 행정적 인프라 개선 및 확충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둘째, 데이터 연계와 통합이다. 한국은 전 국민 주민등록번호와 건강보험 DB 등 강력한 행정 인프라를 보유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기관 간 소극적 태도로 인해 연계성이 낮다. 더욱이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도 데이터 공개에 소극적이다. 북유럽,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행정 자료 구축과 공개, 연계에 적극적인 점(유종성, 2023)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데이터 표준화와 단순화다. 현재 사회보장정보원의 데이터 테이블은 1만 1천여 개에 이르지만 실제 활용되는 것은 500여 개뿐이다(노대명, 2024). 다른 부처와 기관이 생산하는 데이터들 역시 통합은커녕 연계가 힘든 상황이다. 현재는 구슬은 서 말이지만, 이를 꿰지는 못하고 있다.

넷째, 개인정보 보호 강화다. 유종성(2023)은 행정 데이터 활용에서의 향후 과제를 제안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전수를 포괄하는 빅데이터인 경우가 많아 개인정보 보호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과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를 철저히 하면서 데이터를 연계하고 가명 처리된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발전되어 왔다.”(p. 15) 소득, 재산, 건강, 가족 등 개인정보가 결합될수록 데이터 유출에 따른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데이터 보안을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다섯째, 알고리즘 편향 방지다. 네덜란드 SyRI는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차별적 위험 점수화 때문에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고 중단되었다(Appelman et al., 2021). 덴마크 아동위험 탐지 모델 역시 신뢰 부족으로 2018년 종료되었다(Jørgensen, 2021). 호주 로보뎃도 오류가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졌다(정세정 외, 2023). 한국도 알고리즘이 취약계층을 차별하지 않도록 윤리 심사와 독립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전담 조직 신설이다. 보건복지부는 아직 인공지능 관련 전담 부서와 전문 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시기 보건복지부에 최고인공지능책임자(Chief AI Officer)를 임명하고 AI 전략을 수립했다(Burt, 2024). 한국 보건복지부는 시스템 제공자 혹은 제공자의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해당 조치들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국제적인 인공지능 발전과 규제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은 법 집행 과정을 거치면서 규제의 내용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이 폐지되면서 또 다른 격변을 거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발전의 속도, 발전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 인공지능 패권을 둘러싼 미·중·유럽권의 경쟁, 국제기구의 개입 등이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정치인과 정책 전문가들마저도 인공지능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래서 인공지능이 미칠 파장이 어떠할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의 영향에 대해 비관론자(doomer)와 낙관론자(boomer)로 엇갈리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사회보장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적용을 지원하고 규제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내외 환경에 대한 동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여덟째, 지금까지 제시한 데이터 관리, 연계, 표준화 및 알고리즘 질 관리 등을 총괄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행정 데이터 활용에 대한 논의는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복지행정에서의 오류 혹은 사고는 한 번만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을 폐쇄할 정도로 충격이 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홍승헌, 황하, 2024). 한국에서는 독립 규제 기구, 시민 옴부즈맨, 알고리즘 인증제도를 마련해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유도진, 2024)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민이 정책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보장 영역은 사람을, 특히 빈곤,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이들의 사적인 소득, 건강, 재산 자료에 근거해 정책을 편다. 유럽연합에서 금지하는 ‘사회적 평점 부여(social scoring)’에 가깝다. 그래서 시장 친화적인 인공지능 정책을 펴는 미국에서도 지난 정권 때 보건복지부에 대해서 매우 상세한 지침을 제시했다(김기태 외, 2024). 사회보장 영역의 인공지능 활용은 데이터 품질,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검증, 제도적 거버넌스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면서만 지속 가능하다. 규제와 지원은 상호 대립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이다. 규제는 신뢰를 형성하고, 신뢰는 기술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인공지능의 기술 적용은 인간 중심적이고 민주적인 통제 속에서만 정당성과 효과성을 가질 수 있다.

| 미주 |

  1. 이 글은 김기태, 김명주, 김은하, 신영규, 변소연, 2024, 사회보장행정에서의 인공지능 적용 동향 및 함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의 일부를 발췌·요약한 결과물이다. ↩︎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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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es, G., 2022, Report on Accounts: Department for Work & Pensions. National Audit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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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주, 2024, AI 윤리와 규제(발표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적용에서의 인공지능 적용 동향과 함의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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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 2024. 11. 26., 보건의료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열어가는 디지털 헬스케어 미래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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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성, 2023, 사회보장 행정데이터 활용사례와 향후 과제, 보건복지포럼, 325,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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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정, 김기태, 곽윤경, 우선희, 최준영, 이영수, 2023, 한국 복지국가의 재구조화를 위한 연구-. 디지털 복지국가의 딜레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함영진, 이현주, 어유경, 김가희, 박성준, 조용찬, 이영글, 문용필, 오민수, 2023, 복지 전달체계 혁신을 위한 대안적 고찰 : 취약계층 발굴정책 개선을 중심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홍승헌, 황하, 2024, 누구를 위한 디지털 전환인가? 자동화된 복지행정의 위험성, 정부학연구, 30(2), 61-84.

월간<복지동향> 2025년 09월호(제3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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