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도입 기정사실화, 동맹의 임무 확장 우려스러워
오늘(11/14) 한미 양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 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는 양측이 합의한 대미 투자와 관세, 한국 국방비 증액,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되었던 핵추진 잠수함 승인 등도 문제지만 이번 팩트시트에는 그동안 시민사회가 지적해 왔던 한미 간 불평등한 관계를 고착화하고 역내 안정을 위협하는 내용들이 다수 담겨있다. 막대한 비용은 물론이고 한반도·동북아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동맹의 임무를 확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막대한 예산은 물론 주변국과의 관계 등 역내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이 있는지, 한반도에 꼭 필요한 전력인지 정확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대한민국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거나 ‘자주국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도입하는 핵추진 잠수함이 오히려 미 군사전략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키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팩트 시트에는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하여,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all regional threats)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하여 한국이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그 임무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되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러한 합의가 주변국과의 관계 나아가 역내 군비경쟁 등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될 뿐이다.
또한, 한미는 한미 확장억제 강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 성명 이행’을 강조하고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를 약속했는데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북한이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간과하고, 미 핵우산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와 한국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합의하면 북한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한 일인가. 대화와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대화 여건을 마련할 실질적인 조치 없이 북한 비핵화만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과거 실패한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만 높일 뿐이다.
정부의 과도한 퍼주기식 군사비 증액과 무기 구매 약속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한국은 국방비를 GDP 대비 3.5%까지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250억 달러 구매,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약속했다. 국가의 재정 상황과 필요에 따라 국민의 동의를 구해 결정할 국방비와 무기 구매비마저 미국의 강요와 압박에 굴복한 꼴이다. 한국은 이미 충분히 많은 금액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직·간접 지원을 통해 과도한 금액을 주한미군 주둔 경비로 부담하고 있다. 또한 지난 5년간 한국이 수입한 무기 중 86%는 미국산으로, 미국산 무기에 편중됨에 따라 한국군의 무기 체계와 군사 전략 역시 미국에 심각하게 종속되어 있으며, 이후 운용·유지에도 한국군은 미국의 군수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전작권 환수는 또다시 ‘조건’에 얽매여 임기 내 환수가 가능한지 불확실하게 되었다. 한미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고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의 첨단 무기 체계 획득과 방산 협력도 약속했다. 과거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을 그대로 유지하며, 무기 구매 청구서까지 받은 꼴이다. 그동안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은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구실로 작용해 왔다. 조건 충족 여부는 미국의 전략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고,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권 국가로서 당연한 권리인 전작권을 더 이상 조건 충족의 문제로 엮어서는 안 된다. 조건부 전환이라는 기준과 검증 방식을 전면 수정하고, 전작권을 조건 없이 환수할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팩트 시트를 발표하며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인 지혜를 발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연 이러한 협상 결과를 놓고 호혜적인 결과라고 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도리어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다시 확인되었을 뿐이다. 이번 합의는 ‘균형 외교’를 포기하고 대미 종속의 길로 한발 더 나아간 협상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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