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지원 방식 재설계·민생 지원 확대해야
낙관적 세수 전망 점검·재정 운용의 책임성 강화 필요
오늘(3/31) 정부는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이번 추경안은 총 26.2조 원 규모로 고유가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 산업 피해 대응, 지방재정 보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고유가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한 재정 투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추경이 실질적인 소비 회복과 민생 안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약계층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단기적인 소비 위축을 완화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재정의 우선순위 역시 이에 맞게 분명히 설정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번 추경을 취약계층 중심으로 재편하고, 중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에너지 지원 정책을 정비하며, 단기 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을 조정해 민생 안정에 재원을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
우선, 고유가 대응 방식에서는 정책 수단의 정합성과 재정 효율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석유최고가격제에만 5조 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까지 병행할 경우 재정 부담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유류세 인하는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고 고소득층까지 혜택이 확산되는 등 정책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감세가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대통령도 세금 감면보다 재정을 통한 선별적 지원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취지의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동일한 방향의 가격 인하 정책을 중첩적으로 운영하기보다 보다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 환급 지원 역시 단순한 교통비 보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가용 이용자를 실질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일반 이용자 환급률을 10%p 확대하는 수준으로는 부담 완화 효과에 그칠 뿐, 수요 전환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위기 대응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생안정 항목에 포함된 일부 사업들이 추경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 농수산물 및 문화 할인, 에너지 신산업 전환 등은 단기간 내 경기 대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들로 본예산이나 중장기 재정계획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사업에 배분된 재원을 취약계층 지원 등 즉각적인 민생 안정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특히, 현재 민생안정 예산이 2.8조 원에 그친 데다, 취약계층 일상회복 지원은 0.8조 원에 불과해 재정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추경의 핵심 목적이 민생 안정에 있는 만큼 관련 예산 비중의 과감한 확대가 필요하다. 지방재정 보강은 실제 지역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집행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 피해 대응과 에너지 전환 예산 또한 비용 보전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기반 전환과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민생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재원을 국채 상환에 배분한 점 역시 재정의 우선순위 측면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추경과 함께 재정 전망의 현실성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올해와 같이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총수입이 전년 대비 약 56조 원 증가할 것으로 전제한 것은 다소 낙관적인 가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역시 최근 중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하며,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전쟁 장기화에 취약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세수 증가를 전제로 한 재정 운용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특히, 법인세는 기업실적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세수전망의 신뢰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이번 추경은 단순한 단기 대응을 넘어 민생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취약계층 중심 지원을 강화하고 중복적이거나 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은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수기반과 재정운용 전반에 대한 점검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이번 추경을 민생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재정의 우선순위와 책임성을 분명히 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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