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09-10   3040

[동향1] 아동사망검토제도의 필요성 : 아동의 죽음, 어떻게 할 것인가?

김희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아동사망분석팀

한 아이의 죽음은 대개 한 줄로 정리된다. 폐렴, 두부손상, 질식, 사인 불명. 사망진단서에 적힌 그 단어는 몸에서 일어난 마지막 변화를 말해 주지만, 아이가 왜 그 죽음에 이르렀는지는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병원에 간 것이 언제였는지, 제대로 먹지 못한 날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어린이집에서 언제부터 보이지 않았는지, 누군가 그 집을 걱정하며 문을 두드린 적이 있었는지는 그 한 줄에 담기지 않는다. 우리는 사인을 기록하지만, 죽음에 이르는 경로는 좀처럼 기록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는 두 번 사라진다. 한 번은 세상에서, 또 한 번은 기록에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그렇다면 한 아이의 죽음 역시 한 가정만의 일일 수 없다. 그것은 가족과 이웃, 복지와 의료, 교육과 수사를 비롯해 아이를 둘러싼 안전망 전체가 그때 무엇을 보고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되묻는 사건이다. 아이는 떠나면서 질문을 남긴다. 문제는 그 질문을 온전히 받아 적는 체계가 우리 사회에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진은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부검된 0세부터 18세까지의 아동 341명 전원의 기록을 다시 검토했다. 그 결과 84명은 학대 관련 사망이 확실했고, 13명은 거의 확실했으며, 51명은 강하게 의심됐다. 포함 기준에 따라 추정치는 최소 84명에서 최대 148명이었다. 당시 공식적으로 집계된 아동학대 사망은 36명이었다. 최소 두 배에서 최대 네 배. 그 사이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같은 기준으로 세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공식 통계는 아동학대 대응체계에서 학대 사망으로 확인·집계된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된다. 그러나 사망한 아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할 수 없다. 영양 결핍이나 의료적 방임처럼 오랜 시간 누적된 고통은 외상처럼 선명하게 남지 않을 수 있고, 부적절한 돌봄이나 위험한 양육환경이 사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형사법적 판단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죽음은 통계에서도 빠지기 쉽다. 우리가 보는 숫자는 빙산의 윗부분이고, 정책은 오랫동안 그 윗부분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왔다.

흩어진 정보, 보이지 않는 경로

한 아이가 사망하면 여러 기관이 각자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병원은 아이가 반복해서 다친 사실을 알지만 그 가정의 생활까지는 모른다. 어린이집은 아이가 며칠씩 나오지 않은 사실을 알지만 병원 기록은 볼 수 없다. 주민센터는 생활의 어려움을 알지만 아이의 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경찰은 몇 달 전 그 집에 출동했지만, 이후의 변화까지 계속 확인하지는 못한다. 아무도 전부를 알지 못했고, 모두가 조금씩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아동사망검토(Child Death Review, CDR)는 이렇게 흩어진 정보를 한자리에 모아 죽음의 경로를 다시 구성하는 제도다. 아이가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가족과 기관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놓쳤는지를 의료·보건·복지·교육·수사 등 여러 분야가 함께 검토한다.

CDR은 범인을 찾거나 특정 기관을 문책하는 절차가 아니다. 형사책임은 수사와 재판이 밝힌다. CDR이 묻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왜 위험신호가 서로 연결되지 못했는가. 현장의 담당자가 당시 그렇게 판단한 조건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수정 가능한 요인이 있었으며, 무엇을 바꾸면 다음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

따라서 CDR은 장기적으로 학대가 의심되는 죽음만을 검토하는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질병, 사고, 자살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돌봄의 부재, 빈곤과 주거 불안, 의료 접근의 어려움, 정신건강 지원의 공백, 기관 간 정보 단절이 겹쳐 있을 수 있다. 한 사례에서는 우연으로 보이던 일도 여러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반복되는 패턴이 된다. 비슷한 월령의 아기들이 비슷한 환경과 방식으로 반복해 사망한다면, 그것은 더는 한 가정의 불행만이 아니라 예방정책이 다뤄야 할 문제다.

정보 공유라는 장벽

미국, 영국, 호주, 대만 등에서는 다기관 검토와 광역·국가 단위의 데이터 축적을 연계해 반복되는 위험과 수정 가능한 요인을 찾고 있다. 일본도 2004년부터 아동사망의 심층검증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동의, 부검 결과와 수사정보의 접근 범위, 자료를 제공한 기관과 담당자에 대한 보호가 중요한 과제로 확인됐다. 제도의 명칭과 위원회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검토에 필요한 정보가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어느 한 나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아동의 죽음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 수사 기밀, 업무상 비밀과 책임 소재의 우려 때문에 기관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 자료 공유는 결국 제도뿐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자료를 제공한 사람과 기관이 보호받고, 정보가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사용되며, 검토가 비난보다 학습과 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정보도 움직인다.

2026년 8월 4일 시행된 개정 아동복지법은 재판이 확정되거나 종결된 아동학대의심사망사건을 국가가 분석하고, 관계자 면담과 자료 및 형사사법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국가가 아동의 죽음을 공식적으로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첫걸음이다. 다만 현재의 법정 분석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일부 사망과 형사절차가 끝난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모든 아동의 죽음에서 신속하게 배우는 CDR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채워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

한국이 가진 출발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5년 이후 아동 부검 사례를 일반 사망통계와 다른 방식으로 구조화해 왔다. 사인을 적는 데서 끝내지 않고,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누구의 돌봄을 받았는지, 손상이 언제 어떻게 반복되었는지, 사망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관이 그 가정을 접촉했는지를 함께 기록했다. 국과수 아동사망검토시스템(NFS-CDRS)은 이렇게 구축된 내부 연구·분석 체계다. 약 2천 건의 사례를 9개 영역, 380여 개 변수로 읽어 온 축적이다.

이 체계는 처음부터 ‘학대’라고 전제하지 않는다. 확인된 사실과 해석, 학대 관련성 판단을 구분하고, 같은 죽음을 법의학적 관점과 아동복지·예방의 관점에서 함께 살핀다. 형사법적으로 학대 사망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예방의 관점에서는 위험요인이 중첩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빙산의 아랫부분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이유다.

그 분석은 수사 중인 아동 사망 사건에서 학대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한 법의학적 의견으로 활용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양육환경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에 관한 전문가 소견을 제공해 보호조치 판단을 지원했다. 최종적인 보호조치 판단은 담당 기관의 책임이다. 경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아동보호기관 종사자가 같은 위험신호를 같은 언어로 읽도록 하는 교육도 이어지고 있다.

아동사망검토 시스템(NFS-CDRS)을 완성된 국가 CDR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부검이 의뢰된 사례를 중심으로 하므로 병원과 지역사회 기록에만 흔적을 남긴 사망을 모두 포괄하지 못한다. 또한 법정 분석제도와는 구별되는 내부 연구·분석 체계다. 그럼에도 전국의 법의부검 자료가 하나의 기관 체계에 축적되고, 사망의 결과뿐 아니라 경로를 구조화해 온 경험은 한국형 CDR이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제도를 움직이기 위한 조건

첫째, 모든 아동 사망을 빠짐없이 확인하는 넓은 선별체계와,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망을 깊이 분석하는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모든 죽음을 같은 강도로 조사하자는 뜻은 아니다. 하나도 빠뜨리지 않되 필요한 곳에 분석 역량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둘째, 정보가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자료를 볼 수 있는지 정하고, 역할에 따라 접근권한을 제한하며, 익명화·접속기록·목적 외 사용 금지와 같은 보호장치를 갖춰야 한다. 자료를 제공한 기관과 담당자를 보호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셋째, 분석하는 전문가와 변화를 실행하는 주체가 함께 있어야 한다. 기관 대표가 모인 위원회만으로는 수백 건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반대로 상설 분석팀만 있고 결론을 정책으로 옮길 권한과 통로가 없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분석과 정책 환류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

넷째, 유가족을 존중하고 필요한 방식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왜 검토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유가족이 원한다면 경험을 말할 기회를 제공하며, 공개할 필요가 없는 정보가 반복해서 들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가족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예방이라는 명분도 설 자리를 잃는다.

마지막으로 권고에는 책임 주체와 기한이 있어야 한다.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바꿀 것인지 정하고 실제 이행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CDR의 성적표는 회의 횟수나 보고서 분량이 아니라, 그 검토를 통해 실제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있다.

그 아이가 남긴 질문

CDR은 떠난 아이를 위한 추모이면서, 아직 살아 있는 아이를 위한 정책이다. 위기가 발생한 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되풀이되는 위험의 구조를 찾아 고치기 위한 제도다. 아이의 죽음을 통해 빈곤과 불평등, 돌봄의 공백, 지역 격차와 기관 사이의 침묵을 함께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안부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떠난 아이를 다시 데려올 수 없다. 그것만은 어떤 제도로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그 아이가 남긴 질문만큼은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한 아이의 죽음이 온 마을의 문제를 비추는 것이라면, 그 죽음에서 배워 다음 아이를 지키는 일 또한 온 마을의 몫이어야 한다.

아이는 이미 말했다. 이제 우리가 들을 차례다.


월간<복지동향>2026년 9월호(제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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