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 판결비평⑧] 공익제보자 상대 손배소송, 제보자가 승소했으니 괜찮은가?

공익제보 판결비평, 참여연대.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이후, 공익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겪는 불이익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사법부의 판단 또한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공익신고의 증가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판결, 국민권익위원회와 노동위원회의 결정 등에서 공익제보 보호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이나 결정을 선정해 비평하고 공유합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침해행위는 물론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까지 공익신고로 규정합니다. 이와 같은 공익신고가 허위신고나 부정한 목적의 신고가 아니라면 피신고인이 신고로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공익신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여 신고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가 충분히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 신고했는데도, 이후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면 어떨까요?

한의원에서 벌어진 의료법 위반 등의 의혹을 신고했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이후 한의원 측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린 공익신고자들이 있었습니다. 최근 이 재판 항소심에서 한의원의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는데요. 공익신고자 보호라는 취지에서 해당 소송의 쟁점과 의의를 최정규 변호사가 짚어봤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326번째 이야기

서울고등법원 2026. 9. 18. 선고 2025나21XXXX

최정규 변호사

최정규 변호사 / 법무법인 원곡


환자를 위한 문제 제기, 돌아온 것은 손해배상 소송 

환자를 ‘썩은 고기’라고 부르는 한의원이 있었다. 빨리 퇴원해 돈이 되지 않는 환자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직원 교육자료에는 장기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고르고, 입원실에 빈자리가 있으면 ‘일단 눕히기’ 전략을 쓰라는 내용이 담겼다. 직원들은 원장의 지시 하에 두 한의원을 오가며 일했고, 원장의 가족이 간호기록을 보강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 한의원을 떠난 직원 세 명은 2021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라고 한다)에 관련 의혹을 신고했다. 이후 언론 보도로 한의원의 운영 실태가 알려졌다.

권익위는 신고를 수사기관과 관계부처에 이첩했다. 김포시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은 압수수색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수사는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송치 결정으로 끝났다. 그러자 두 한의원의 운영자는 신고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허위신고와 언론 제보로 매출과 평판이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1심 청구액은 2억 원을 넘었다.

신고자들을 대리하면서 마주한 질문은 분명했다. 수사기관이 범죄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혹을 알린 직원들이 거액의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5년 10월 청구를 기각했고, 서울고등법원도 2026년 9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불송치가 허위신고의 증거는 아니다

이 판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수사 결과와 신고 당시의 판단을 구별했다는 데 있다. 법원은 원장이 환자를 ‘썩은 고기’라고 표현한 사실, 직원들에게 제공한 교육자료, 두 한의원을 오가며 근무한 사정 등을 살폈다. 직원들이 보험급여를 더 받기 위한 운영이나 의료기관 중복 운영을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 신고자들이 신고 내용의 거짓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4조 제5항은 공익신고로 손해를 입었더라도 피신고자가 신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 거짓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신고, 금품·특혜 요구 등 부정한 목적의 신고는 예외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러한 예외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타당한 판단이다. 내부 직원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자신이 경험한 사실과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뿐, 범죄 성립과 입증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신고자 보호를 수사의 최종 결과에 종속시키면, 신고하기 전에 유죄판결을 확신하라는 불가능한 요구가 된다. 공익신고 제도는 그렇게 작동해서는 안 된다.

내부자료와 언론 제보의 공익성을 살핀 항소심 

항소심 재판부는 내부자료 반출 주장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판단을 덧붙였다. 먼저 신고자들이 자료를 무단 반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자료를 언론 제보에 활용했더라도, 한의원의 비윤리적 운영을 알리려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고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사정이 없다면 반출만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익위 신고에 활용한 경우에는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법 규정도 제시했다.

이는 모든 자료 반출을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부자료라는 이유만으로 제보자의 행위를 곧바로 불법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내부의 문제를 입증하려면 내부의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증거를 요구하면서 그 증거를 확보한 행위는 처벌한다면 공익제보의 길은 막힌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언론사 제보 자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일반 불법행위 판단에서 공익성을 인정받았지만, 언론 제보에 대한 보호가 법률상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도움이 된 권익위 의견서, 아쉬운 마지막 문장

2021. 4. 21.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으로 권익위가 공익신고자가 제기당한 민사 손해배상소송 재판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신고자의 요청으로 권익위는 1심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권익위 의견서는 신고자들을 보호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권익위는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신고가 이루어졌고, 관계기관의 고발과 압수수색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신고 당시 일반인의 관점에서 공익침해행위가 존재한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이 의견을 판단 근거로 활용했다. 신고자의 주관적 확신을 넘어, 의혹을 제기할 객관적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 것이다.

그러나 의견서의 마지막은 아쉽다. 권익위는 신고에 허위나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담당 재판부가 조사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 판단이 법원의 몫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권익위가 신고자의 내면적 의사를 파악할 조사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법원의 판단을 돕기 위해 제출하는 의견서가 핵심 쟁점의 결론을 유보한다면, 신고자 보호기관의 역할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권익위가 확인한 자료의 범위에서라도 허위·부정 목적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있는지, 불송치 결과만으로 보호를 배제할 수 있는지, 손해배상청구 제한의 예외를 얼마나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더 분명히 제시했어야 한다. 법원을 대신해 결론을 내리라는 요구가 아니다. 신고를 접수하고 검토한 전문기관으로서, 신고자 보호의 원칙과 구체적인 적용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혀 달라는 요구다. 

승소만으로 보호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이번 판결은 공익제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떠넘기려는 청구를 막았다. 그러나 신고자들은 2023년에 제기된 소송에 대응해 2026년 항소심 판결까지 받아야 했다. 배상책임을 면했다는 결과만으로 그동안의 부담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원은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한 규정을 근거로 소송 자체를 각하해 달라는 신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위신고와 언론 제보, 자료 반출 등도 청구 이유로 제시됐다는 점을 들어 본안 심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피신고자가 허위나 부정 목적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장기간의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면, 손해배상청구 금지 규정은 신고자를 소송 부담으로부터 지키는 데 한계를 갖는다. 예외사유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초기에 엄격히 심사하고, 근거 없는 청구는 신속하게 끝낼 수 있어야 한다.

공익제보자 보호의 성패는 최종적인 승소여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용기를 내어 문제를 알린 사람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무거운 부담을 홀로 감당해야 했는지도 짚어보아야 한다. 이번 판결이 확인한 보호의 원칙을, 법원과 권익위가 더 이른 단계부터 실현하기를 바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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