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04-08-24   2017

고비처 설립 공약은 어디로 갔나

총선공약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린 한나라당 30명의 고비처 백지화

– 정부여당은 고비처를 부방위 산하가 아닌 독립기구화하여 정쟁의 빌미를 해소해야

1. 지난 13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을 비롯한 의원 30명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신설추진계획백지화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어제 알려졌다. 지난 1996년이래 고위공직자의 부패비리 척결과 검찰개혁을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 설립을 꾸준히 주장해온 참여연대는, 2004 총선 당시 부방위 산하 고비처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나라당이 부방위 산하 고비처가 대통령 직속의 별도사정기구화 되어 야당탄압의 도구로 쓰여질 수 있다는 식의 말바꾸기를 서슴지 않으며 총선공약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

2. 2004 총선 당시 한나라당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수사를 전담할 부방위 산하 고비처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불과 몇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나라당 의원 30명이 부방위 산하 고비처 설립에 대해 문제제기하며 백지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총선 당시와 현재 상황에서의 차이는 오로지 고비처의 수사범위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뿐 아니라 판·검사를 포함한 대다수 고위공직자의 부패비리 사건으로 확장되었다는 것 뿐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러한 수사 범위 확장이 곧 야당의원들에 대한 표적 수사 및 야당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고비처 설립 백지화를 결의했다.

3. 고비처는 고위공직자 비리사건을 수사하고서도 정치적 고려 등을 이유로 검찰이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수사 자체를 축소·은폐하는 등 부패비리 척결에 있어 검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 고위공직자 부패비리를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까지 책임질 별도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설립이 주장돼왔다. 따라서, 고비처 설립은 고위공직자의 부패비리 척결과 검찰이 권력(수사지휘권, 공소제기권, 공소유지권 등)을 독점하면서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개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부패비리 수사를 개시하는 순간부터 정치적 중립성 및 수사의 독립성 운운하며 정치적 공세를 가해온 정치권의 행태가 고비처 설립의 필요성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4. 이러한 본래 취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2004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방위 산하 고비처 설립의 백지화를 결의한 한나라당 의원 30명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 발 물러서, 부방위 산하에 고비처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제2의 사직동팀이나 대통령의 직속사정기구의 신설로 변질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면 오히려 완전 독립된 기구로의 설립 등을 주장하는 것이 옳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엄정하게 다룰 고비처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이미 상당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설립 백지화를 주장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회에 백지화 결의안을 제출한 30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국민 앞에 반드시 사과하고 결의안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5. 특히, 한나라당 의원 30명은 이번 결의안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30명의 의원들에 대해 검찰개혁에 대한 몰이해와 입법담당자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주요한 목표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수사권, 공소제기권, 공소유지권 등)에 대한 합리적 행사와 적절한 분배를 통한 견제라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3년 2월 개정된 국회법(제65조의2 인사청문회)에 따라 이미 인사청문회 대상에 검찰총장이 추가된 것이나 이에 따라 송광수 검찰총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30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진심으로 검찰개혁에 나서겠다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라는 상식 이하의 결의안이 아니라 독립적인 고비처 설립에 앞장서겠다는 결의안에 서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6. 한편, 청와대가 고비처를 독립 기구가 아닌 부방위 산하 설립을 추진하면서 이와 같은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매우 유감스럽다. 검찰의 고위공직자 부패비리 수사에 있어 가장 심각한 걸림돌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인한 정치권의 공세였다는 점을 청와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계획대로 부방위 산하 고비처를 강행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히 제2의 사직동팀, 대통령 직속의 특별사정기관의 신설이라는 정쟁거리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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