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대한민국은 하나의 거대한 촛불

[포토뉴스] 광화문 25만, 전국 30만 운집해 “탄핵반대, 민주수호”

2004년 3월 20일, 대한민국은 하나의 거대한 촛불이었다. 서울은 물론 전국 41개 도시에서는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모여 ‘탄핵무효’와 ‘민주수호’를 외치며 타오르는 촛불을 치켜 들었다.

특히 서울 광화문에는 20만명 가량이 운집해, 그 자체만으로 대 장관을 이뤘다. 광화문4거리에서 시작된 대열은 시청 앞 광장을 지나 서울프라자 호텔 근처까지 이어졌다. 3월 12일 탄핵안이 가결되던 날의 분노가 아직도 이어질까. 지난 13일보다 적게 모이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100만인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서울 광화문 태평로는 이미 대열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20일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갖가지 퍼포먼스를 통해 현 탄핵정국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밀집한 사람들 사이로 근조민주주의 상여가 지나가 많은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아예 똥덩어리로 뒤덮인 국회 모양 피켓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똥덩어리가 짓누르고 그로 인해 똥파리가 꼬여드는 국회를 ‘독재의 망령’이라고 규정하면서 부패정치 퇴출을 외쳤다.

‘3.12. 의회 쿠데타’를 혼내주기 위해 로보트 태권브이까지 등장했다. 태권브이는 다름아닌 국민들이다. 피켓에 뜷린 구멍에
얼굴을 내밀면 바로 그 자신이 16대 국회를 혼내주는 태권브이가 될 수 있다. 한 시민이 만들어 온 재기발랄한 피켓에 많은
시민들이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태평로 대로는 물론 인도와 골목 곳곳에서도 촛불을 밝혀든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분노는 이제 즐거움이 되었다. 이번 기회에
쓰러진 민주주의를 확실하게 일으키자고 합심한 국민들은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경찰의 야간집회 불허로 문화행사 위주로 준비된
집회는 국민들의 흥을 돋구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가족 단위 참가가 유난히 많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자원활동가의 손길은 바빠졌다. 20만개의 초와 종이컵들이 이들 자원활동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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