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탈냉전 ‘정상국가’이행의 양면성, 민주화의 깨어진 약속과 ‘선진한국’의 허상
민주화의 역설, 참여정부의 허약성과 보수안정화
민주화의 시대는 커다란 역설의 시대다. 우리는 1987년을 분기점으로 분명 민주화의 시대로 들어왔고 이른바 탈냉전 ‘정상국가’로 나아가는 도정에 있다. 총칼로 무장한 정치적 독재권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이행을 주도한 근본동력이었던 대중의 행동과 발언, 집단적 열정은 찾을 길이 없고 그것이 지향하던 참여민주 복지사회의 길은 요원하게만 보인다. 우리 경제는 지금 다면적인 파행적 양극화의 함정에 빠져 있고 이 땅에 애착을 갖고 인간답게, 시민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삶의 근거와 터전은 뿌리뽑히고 있다. 계급계층적 불평등과 국민경제 재생산연관의 분절 및 불균형의 심화 등으로 삶의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이 개발연대 이래 오늘처럼 심각하게 느껴진 때가 있었던가 싶다. 민주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다분히 허울로 여겨진다. 민주화의 사회경제적인, 실질적 내용을 채워나간 것은 경제적 자유화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그리고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무분별한 편승이었으며, 이 소용돌이 속에 새롭게 동원되면서 국민대중의 인간과 시민으로서의 삶의 권리는 구석으로 밀려났다.
민주화 이후 한국은 노동대중의 배제와 저복지 위에서 1원1표의 돈의 등가원칙과 주주이익극대화원칙을 세우고 국제금융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받는 ‘신자유주의 수동혁명’ 또는 ‘시장민주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이행기 한국자본주의, ‘두 국민’으로의 분열을 조장하는 ‘주식회사 한국’의 기획과 마주하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갖게 된다. 과연 누가 민주화의 과실을 독차지하고 있는가. ‘주식회사 한국’의 길은 어떤 사회적 합의와 정당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 ‘우리 안의 타자’를 확대재생산하는 저복지-양극화, 안정성 없는 유연화 속의 혁신경제 이행의 길, ‘노동의 위기’를 조장하는 사회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민주주의는 과연 순탄하고 지속가능할 것인가. 거기에는 어떤 암초와 균열요인이 내재되어 있는가. 그리고 시민사회는 이에 대해 어떤 시민적ㆍ민족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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