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장의 독재
흔히 시장은 자유를 뜻하고 계획은 독재를 뜻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논리 속에서는 시장은 자본주의를, 계획은 사회주의를 상징한다. 그러나 한국의 박정희시절 수차례의 ‘경제개발계획’에서 보듯 자본주의도 계획을 한다. 오늘날 개별기업들도 장단기계획을 수립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고이윤을 추구한다. 또한 중국과 북한, 쿠바에서 보듯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앞의 도식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까?
게다가 우리가 직면한 온 세상의 신자유주의 물결은 이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하나의 공장으로, 하나의 이윤 공간으로 재편하려 한다. 국가 대신 시장이, 사회 대신 시장이, 정치 대신 시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하려 한다. ‘시장의 독재’다. 이 시장 뒤에는 역시 자본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자본 뒤에는, 이라크침략전쟁에서 보듯, 미사일과 탱크가 있다. 결국 시장의 독재는 자본의 독재다. 즉 시장의 독재란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ㆍ사회문화적 의사결정들을 시장논리가 주도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기존의 형식적ㆍ절차적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물론, 풀뿌리민중을 비롯한 사람들을 그 사회의 주요한 의사결정과정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만이 폭압적으로 독재를 행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독재라는 행위 뒤에는 우선,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한다. 영국에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인클로저운동이 일어나 농민들이 땅으로부터 분리되던 시절, 국가는 칙령을 통해 수탈과 분리를 가속화했고 또 이탈된 농민들을 공장노동의 규율 안으로 길들이기 위해 구빈법을 통해 강제한 것이 그 역사적 증거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창출에 국가폭력이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영국 청교도들의 수백만 아메리카인디언 대량학살에도 드러나듯, 자본집적을 위한 식민지시장 개척과정도 역시 국가권력을 앞세워 전개되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도 사실은 자본이 주도하는 시장질서를 보호하는 법이 아닌가. 지난 50년간 시장질서의 보호를 위해 국가보안법은 실질적 민주주의와 인권, 노동권, 행복추구권을 폭력적으로 압살했다.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어도 국가보안법이 없어지지 않은 것은, 비단 수구보수세력의 반대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대통령조차 국가의 일부로서 시장질서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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