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투표안내문ㆍ선거공보’를 통해 교육감선거 후보들이 제기하는 교육문제와 공약을 살펴보다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으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토끼와 거북이가 언덕 위까지 누가 빨리 도착할 수 있는가를 겨루었다. 겨루는 도중에 게으른 토끼는 잠이 들었고, 거북이는 부지런히 언덕을 기어 올라가 마침내 토끼보다 먼저 꼭대기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해야 하고, 쉬지 말고 부지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몇 가지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왜 한쪽에만 유리한 달리기로 겨루었는가 하는 것이다. 토끼는 뭍에서 사는 동물로서 달리기를 잘한다. 반면에 거북이는 주로 바다에 사는 동물로서 달리기 보다는 헤엄에 능숙하다. 서로 사는 환경이 다르고, 다른 종류의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 쪽에만 유리한 달리기로 겨루도록 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
둘째, 토끼가 거북이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뛰어난 동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끼가 거북이보다 뛰어나다고 인식하는 것은 마치 유도선수와 달리기 선수에게 유도로 겨루도록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유도 선수가 달리기 선수보다 운동선수로서 뛰어나다고 하는 것과 같다.
셋째, 부지런한 것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가르침’이 늘 옳지는 않으며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백번 천 번 양보하고 물러서서, 이야기에 나온 것처럼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나 단순히 그 결과만 가지고 한쪽에만 유리한 방식의 부당함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 또한, 다음에 다시 달리기로 겨룰 경우에도 ‘부지런한 거북이’가 ‘게으른 토끼’를 이길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한 번 졌던 토끼는 자신의 유리함을 이용하여 언덕 꼭대기까지 먼저 올라간 후 자더라도 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북이는 영원히 토끼를 이길 수 없다. 부당한 겨루기 방식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넷째, 토끼와 거북이가 행복할 수 있고 평화로울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언덕 위로 가는 길은 당연하게 토끼에게 익숙하고 평온한 환경이다. 반면에 거북이에게는 고행 또는 목숨을 위협받는 환경이다. 상황을 바꿔서, 토끼를 바다에 데리고 가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토끼는 바로 물에 빠져 죽게 될 것이다. 토끼에게는 뭍이, 거북이에게는 바다가 마땅한 행복한 곳이다.
물론,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니 이렇게 ‘까칠’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교과서에도 실리며 많은 사람, 특히 아이에게 알려지고 있다면 그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이야기의 의미와 뜻을 교육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한 이야기 속에 이렇게 부당한 측면이 있는 것을 간파하도록 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좋은 환경이 있고 그것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지 못하며, ‘어떤 경우라도 부지런하면 된다’라는 ‘가르침’만 준다면, 그 교육은 충분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교육이 시대의 흐름과 어우러지는 인간활동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역사적 행위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우선, 사람의 삶의 바탕이 대부분 지혜나 기능의 전수를 통해서 마련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음, 사람에게 중요한 삶의 틀이 그때 그때의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교육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야기의 가려진 부분을 간파하는 지혜를 전수하지 못하는 교육은 제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교육 행위의 의미와 함께 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사람됨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길러져야 사람이다. 이것은 ‘사람임’의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다른 짐승들에 비해 ‘덜 갖추어진 상태’로 태어난다. 따라서 사람은 태어날 때 사람으로 살 가능성만 지녔지 환경에 따라서는 사람처럼 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됨’이 중요한 존재이다. 이 ‘사람됨’이 얻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한 사람이 태어나서 스스로 사람으로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펼쳐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 사이, 곧 ‘인간’이 그를 보살피고 돌보며 사람답게 되도록 만들고 길러야 얻어지는 것이다. 이 사람됨의 과정은 다름 아닌 교육의 과정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곧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 바로 교육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의 학교교육은 교육의 역사적 의미와 본질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교육은 삶의 바탕이 되는 지혜와 기능의 전수, 교육을 통해 삶의 틀로서의 바람직한 사회구조 형성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과 간극이 있다. 이것을 학교교육의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지금, 여기의 학교현실에서 중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외국어와 과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세워진 특목고도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학교교육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학교교육의 입시 중심 운영에서 사교육, 특목고 입시 준비, 0교시 수업, 우열반 편성 등의 문제가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
다음, 대학교육도 입시준비가 아닌 취업준비라는 것이 다를 뿐 교육의 의미와 본질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학생은 대학 신입생 때부터 학점관리와 영어공부, 취업준비를 하며 자격증 취득에 몰두한다. 대학 재학 중 해외연수는 필수과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학교는 취업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과목은 없애거나 통폐합하기도 한다. 재학생 취업률로 대학이 평가되기도 한다. ‘크게 배운다’는 대학의 의미가 퇴색한 지 오래이다.
이와 같이 입시와 취업 준비, 경쟁력 강화라는 이슈가 학교교육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스스로 사람 되는 일을 이끄는 교육의 자체 쓰임새나, 사람다운 사람, 사람다운 사회, 사람다운 세상을 만드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구름 위를 노니는 말’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경쟁에 있어 처음부터 불리한 출발선과 조건에 대한 지적은, 노력하지 않고 부지런하지 않은 자의 불평으로 치부되고 만다. 교육의 상품화와 불평등, 공공성 저해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교선택권은 개성 존중과 다양성 확대라는 말로 넘어간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기계처럼 문제를 풀고 내용을 외워야 하는 학생들의 고통은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말로 외면한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학교교육의 목적이 입시와 취업 준비라고 공식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자사고, 특목고, 사교육, 학교선택권 등이 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에 주장된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절대선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학교교육의 문제와 여기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는 경쟁력을 갖추어 성장하는 데 나타나는 성장통 정도로 이해된다.
학교교육에는 위와 같은 문제 외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계층 등의 영역에서 많은 문제들이 중첩되고 엇갈려 있다. 학교와 학교교육 자체의 문제도 가볍지 않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학교교육이 사람과 삶과 사회를 파괴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마디로 학교교육의 위기이다. 7.30교육감 선거에서 선출된 교육감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학교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교육을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력과 직업능력만이 우선시 되는 학교가 아니라 교육의 의미와 본질 살아있고, 사람인 학생이 있고, 삶이 있는 학교를 꿈꾸는 교육감이 필요하다. 인간에 대한 배려와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 교사와 학생이 서로 주고받는 가르침과 배움을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감이 요구된다. 사람과 삶과 사회와 역사를 통해 교육을 보고, 교육을 통해 사람과 삶과 사회와 역사를 보는 교육감이 있어야 한다. 7.30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학생의 인권과 인격, 주체성을 존중하며, 학교 공간만이 아닌 삶과 사회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교육, 더불어 두루 살기 위한 교육, 스스로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을 ‘학생, 교사, 학부모’와 함께 만들 수 있는 후보가 교육감으로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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